꿩~꿩~~
짹짹짹~
뾰로롱 뾰로롱~
깍깍깍~~
온갖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커텐을 살짝 걷어보니
지리산 자락에 아침이 뽀오얗게 오고 있네요.
아랫목은 아직도 어제 장작불의 온기가 뜨끈뜨끈~~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오라고 달콤한 유혹을 하지만
이내 문을 열어 저치며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합니다.
토담님 내외와 하는 아침 식사는
먹어지면 이뽀지는 음식들로
밥상이 가득합니다.
홀연히 떠난 여행길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학교에 가시는 토담님이 최참판댁 가까운 곳까지 태워주신답니다.
무거운 짐들은 방에 두고
가볍게 베낭을 챙겨 나서는데
차에 오르니 토담님이 웃으시며 파이세개와 맥주를 챙겨주시네요....ㅎㅎ
어제 제가 함게 마시려고 준비했는데
이쁜 꽃님도 토담님도 맥주를 드시지 않는다네요.
평사리 푸른 벌판
초록빛 보리밭이 봄바람에 출렁이는데
은빛으로 금빛으로 그리고 초록빛으로 빛납니다.
여기저기 조금씩 누렇게 익어가는 밀과 보리들...
부부소나무가 정답게 서 있는 평사리 벌판에 서 있는 나.
세상의 평온함이 온 몸을 휘감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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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265150F4A0572FBAF)
푸르른 보리밭 사이를 걸으니
노래가 절로 홍홍거리며 나옵니다~~♪
아직 마르지않은 풀잎에 맺힌
이슬이 내 발에 입맞추고
해맑은 미소로 말을 걸어오는 들꽃들...
씀바귀꽃이 키가 멀쑥하게 컸고
작은 얼굴에 하나 노란 미소가 가득하네요.
자운영도 만납니다.
어제보다 더 많은 자운영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반가워요~'
'반가워요~'
'햇살이 참 곱지요?'
토끼풀꽃도 토실토실한 꽃송이를 피어냈고
달콤한 향기로 말을 걸어옵니다.
마음대로 자라난 들풀들이 가득한 들판을 얼마나 걸었을까?
아침 햇살인데도 제법 따까워서 목이 말랐나봅니다.
봇도랑에 내려가는 물 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니까요.
등산화가 방수가 안되어서
방수제를 뿌리고 왔지만
신이 어느새 제법 젖었습니다.
풀씨앗들이잔뜩올라앉은등산화
흙으로 빚어진 시람이라서일까?
흙으로 살아가는 농부의 딸이라서일까?
흙이 좋고
논이 좋고 밭이 좋습니다.
논두렁을 달려 학교로 가던 길이 그립고
봄 햇살에 얼굴을 찡그리며
밭뚝을 더듬으며 나물을 캐던 시절이 그리워서
시간만 나면 마음은 들판으로 달려갑니다.
그렇게 논길을 걷고
봇랑옆을 걸어서
얼마든지 들길을 걸었습니다.
푸른 바람에 머리결을 맡기고
푸른 향기로 마음껏 맡으면서....
박경리님의 토지의 드라마 촬영지였다는데
TV를 별로 보지않는 나는 그 유명하다는 대하드라마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토지를 다 읽지도 못했습니다....챙피하네요.
잠시 어디선가 내용을 조금 읽었을 뿐
이번에 다 읽을 겁니다....ㅎㅎ
최참판댁은 동네의 제일 위 쪽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참판댁 대청에선 평사리 벌판 한가운데 서 있는 부부 소나무가 보였습니다.
드라마 촬영지라고 하지만
우리네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해 낸 것 같았습니다.
참판댁 뒤채는
작은 연못도 있는데
아담하면서도 정감이 있습니다.
참기름 발라놓은 듯 반들거리는
감나무잎새에 내려앉아 속살거리며 말을 걸어오는 햇살
작은아씨 서희가 무료함을 달래듯 돌아보았을 연못을 나도
대감님댁 깊은 뒷채에 작은 아씨가 된 양 한바퀴 천천히 돌아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719F0E4A05744FD5)
최참판택 돌담밑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은방울꽃....와아~~잘 찍었당!!
텅빈 문학관에 들려
박경리님의 이야기도 듣고
하동의 자랑거리 홍보물도 보았습니다.
축복을 받은 섬진강변의 아름다움과
지리산이 있기에 많은 문학가들의 작품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였습니다.
물래방앗간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더군요.
릿지화를 신었기에
가볍게 올라가 평사리 들판을 다시 한번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금 출출해진 느낌에
파이와 맥주를 꺼내어 앉습니다.
5월의 햇살을 마음껏 받으며
지리산 자락의 초록향내가 가득한 평사리 물래방앗간옆에서 마시는 맥주!
그 맛은 ~~상상을 하시도록 남겨 두겠습니다.
뒤로 올려다보니
형제봉에 철쭉이 불이 난듯이 벌얼겋게 산봉우리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저어기는 남겨 둡니다.
어느 날
훌쩍 떠나올 수 있도록...
만드어진 셑트장보다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더 신나는 구경입니다.
그래서 동네로 들어가 골목골목을 누비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719F0E4A05744FD3)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6AA0F4A05755664)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6AA0F4A05755668)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문들을 찍고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문도 찍고
연기를 내보내고
바람이 드나들도록 만들어 놓은 문들도 찍습니다.
소박한 문은 소박한 사람이 만들지요.
소박한 문으로 내다보는 세상은 소박하고 정겹습니다.
이런 문을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차곡차곡 정성스레 돌로 쌓여진 담들과
마음놓고 엉클어져 자라며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낸 넝굴식물들도 찍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0C40C4A05764DB9)
대봉감의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아가감이 초록잎새에 쌓인 모습을 만났습니다.
아~~자연의 신비
신비함 그대로입니다.
화개장터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화개장터 터미널 옆에서 섬진강의 자랑 재첩국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정갈한 맛!
남도대교옆
화개장터엔 아직도 대장장이가 숯불에 쇠를 달궈
칼도 만들고 호미도 만드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말씀을 드리고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쌍계사까지 다시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불일폭포까지 올라가려면
체력을 저축해 두어야하기에....ㅎㅎ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은 온통 벚꽃나무입니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좌우에 나무들이 서로 머리를 부둥켜 앉았은 채 줄을 서 있었습니다.
쌍계사는 아주 오랜 역사가 있는 절입니다.
웅창한 나무들데 둘려쌓인 건물들을 둘아보니
오랜 세월의 냄새가 나는 듯 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79560D4A0577B5A4)
불일폭포를 오르는 길
약 한시간 걸린다고 하였는데
올라도 올라도 끝이 안보입니다.
한참을 올라가서 만난 불일평전은
얼마전까지도 농사를 지었던 곳이랍니다.
지금은 대피소가 한채 있고
무인 음료 판매대가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지리산 물줄기를 하나 연결해서 담가놓은 음료는 시원하여
산행하는 사람의 갈증을 풀어 주고도 남았습니다.
그러고도 십여분을 더 오르니
지리산 봉우리들이 제게 이마를 마주하자고 하네요.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폭포의 시원스런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
가파른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5EC0F4A05785269)
섬세하고 부드럽게
물결을 이루며 떨어지는 불일폭포는 청학봉의 자랑이라고 합니다.
다시 오는 길
불일폭포옆에는 불일사가 있는데
그 곳에 암자가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지요.
조심스레 올라가니
마당에 서 계신 저 스님은
아까 쌍계사 다리를 건네올때 내 앞을 휘청휘청 걷던 그 스님이십니다.
아래서 뵈었다고 하니
스님은 웃으시며
차를 권하십니다.
정성스레 내어주시는 구지뽕잎차를 마시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1679560D4A0577B7A8)
손수 깍아주시는 사과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스님께 드릴것은 평사리에서 산 찹쌀찐쌀이 다 인데.....
딱 트여진 시야엔
청학봉과 백학봉이 나를 바라보고 있네요.
멀리 보이는 산그리매가
이 곳에 있는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합니다.
셀카..ㅎㅎ
해가 지기전에 하산을 해야지요.
스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시간이 이리많이 갔군요.
올라올 때 한시간이였으니
내려갈 때는 40분정도 잡으면 되겠다...했지만
혼자 내려가는 산길은 그래도 조금 걱정이 앞섭니다.
하산 전문가(?....ㅎㅎㅎ) 답게
다람쥐처럼 달리듯 내려오니
등줄기에 땀이 배어납니다.
주차장에 내려와 시간을 보니 30분만에 내려왔군요.
역시 하산 전문가답습니다....하하하^^
하루종일 걸어서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토담님께서 쌍계사까지 와 주시겠다공.....와아~~
땀냄새가 풀풀 나서
미안한데도 할 수 없어 그냥 차에 올랐습니다.
씻고 나서
뜨뜻한 아랫목에 발을 묻고
맛나게 밥을 먹고 나니
스르르 잠이 쏱아집니다.
일기를 써야하는데.....ZZZZZZZZ
5월7일캔디
첫댓글 참 여유롭고 신나는 여행, 재미난 일기입니다. 불일폭포엘 가셨더랬군요. 저는 불일폭포를 두 번 갔는데 처음은 30년 전쯤 젊을 때였는데 불일폭포에 올랐다가 노고단에 올랐으니 반 죽었지요. 더구나 그것도 등에 30kg 정도의 베낭에 메고 갔으니... 결국 한 사람은 탈이 나서 천왕봉에 올라가지를 못하고 그냥 내려왔어요. 그리곤 일주일 후 다시 동생과 천왕봉에 올랐었지요.^^ 정성스럽게 엮으신 여행기 혼자 빙그레 웃으며 맛나게 잘 읽었습니다. 그 다음이 또 기다려집니다.
그러셨군요~고생하셨네요. 그래도 봉우리를 밟고나서의 만족감은 어디에 비길 수가 없겠지요...불일사에도 들리셨나요? 산행을 한다는 것은 나를 만나는 것 같습니다. 호젖하게 혼자 떠나는 산행, 올해도 부지런히 이산저산의 품에 안겨보렵니다. 고맙습니다^^
캔디님 따라 여행 하는 맛 좋은데요... 근데 여행은 캔디님이 하시는데 저도 따라 몸이 곤하네요^^
ㅎㅎㅎ~한개도 안 피곤해요. 마음이 편안하니까 피곤하지도 않아요~~^^
모든걸 놓아둔채 훌쩍 떠날수있는 자유로움이 부럽기만 합니다~울 집에서는 꿈도 몬 꿔볼 이이네요 ~아! 내도 자유롭고싶다~~아~~^*^
꿈꾸어 보세요. 남편과 아이가 동시에 집을 비울 때 용감히 떠나는 겁니다. 빈집에 혼자있어도 주부는 주부라고 할일이 끝도 없더라고요..그래서 전 기회를 놓치지않습니다...ㅎㅎ
캔디님 따라 산길을 걷고 들길도 걷고 ... 초여름의 멋진 여행일기 , 혼자 나서는 용감함에 박수를 !!! 보라색 글씨가 눈이 부셔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
보랏빛이 주이님을 힘들게 했군요~죄송죄송^^ 다음부터는 바꿀게요^^하루 더 남았으니까여.....ㅎㅎ
캔디님 따라 저도 예전에 갔던 그 곳을 따라 가봤어요. 저는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을때 갔었어요.섬진강을 끼고 밤길 드라이브가 아주 멌졌지요. 토탐에서 하루밤 묶고 ....눈에 선합니다.
더 아름다울 때였을 것 같네요. 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19번 국도를 토담님 차를 타고 달려서 토담농가로 들어갔답니다...비가 와서 더 행복했어요.
잡지책에 나옴직한 ..여행기.. 꼭 떠나보게 만드는 여행기입니다..
여행은 나를 나와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하던데요. 맞습니다.나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감사해요^^
웰빙여행입니다. 저도 언제쯤 나홀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잠깐씩 쉬었다 가는 여행길이 시름을 몽땅 씻어주니까요.
마음이 맑아지고 예뻐진것 같아요....노래 가사인가요? 그런데 정말 그대로 입니다^^
하룻만에 이케 많이 다니신거예요? ㅎㅎ 날아서 여행을 하시는 듯 ㅎㅎ 제가 아직 못해본 것이 배낭여행인데, 아마 평생 못해볼 것 같아요. 대신 차를 몰고 정처없이 무조건 남쪽으로 ~ .. 해서 이태리국경 너머까지는 가봤지요. 부럽습니다.
느긋하게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기도 하구여..베낭을 메고 세상을 향해 걷고 싶습니다..ㅎ
ㅎㅎㅎ 새소리 의성어들이 참 재미있네요. 그리고 자가용 없이 다니신다는 게 넘 장하세요.
장농면허예요...ㅎㅎ,그리고 차를 가지고 다니면 모르고 스치는 귀한 것들이 너무 많아요. 걷는 여행이 아주 좋습니다^^
캔디님은 아직 관절이 튼튼하신갑다..... 저는 요즘 관절이 안 좋아서 올라갈때보다 내려 올때 더 조심스러워요. 삐끗할까봐요. 넘 멋진 여행에 멋진 여행기네요. 훌훌 떠날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화둥동님~그런가봅니다. 올라갈때는 후미여도 내려올때는 어네나 선두에 끼는 걸 보면여...저도 이번 여행이 저를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캔디님 여행기가 한 편의 시입니다.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여행을 하면서 서툴지만 기록으로 남기려고 애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