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과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체 고독사 인구 가운데 20대에서 60대까지, 청년과 중장년층 비율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고독사는 1인노인가구를 중심으로 이해해왔다.
2023년 1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4.5%인 750만 2천명이다. 29세 이하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70대, 30대, 60대 순이다. 특히 70대 이상의 경우 여성1인가구(27.9%)가 남성1인가구(9.3%)에 비해 훨씬 많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중 절대다수(72.6%)가 1인가구이다.
혼자 사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다만 혼자 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병이 들어 죽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병이 들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이 문제다. 정신적인 질병은 육체적 질병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치유될 수 있다.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유아론적 상상이 바로 질병의 주원인이다. 유아론(唯我論;solipsism)은 말 그대로 세상에 나밖에 없다(solus, alone)는 태도이다. 이게 정신분열의 원인이다. 의식과 세계 ‘사이’의 단절이다. 의식과 세계 ‘사이’의 존재론적 채널이 차단된 경우이다.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은 무리에 섞여 정체성을 상실하고 사는 현대인을 규정하는 어휘이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치유과정은 철저하게 고독해지는 주체적 경험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때로는 고독이 자신의 실존을 회복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고독이 질병을 넘어 죽음으로까지 이를 정도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세상과 등지고 사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세상과 등지고 살 수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세계-내-존재로서 존재 방식은 세계개방성이다. 세계폐쇄성은 세상에 자신만 외로운 존재라는 가상에 빠져들게 한다. 나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가 외롭고 고독한 존재이다. 서로 고독한 존재끼리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위로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상호주관적 존재이다.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이라 함은 나란 주체와 타자란 주체 ‘사이’의 관계성을 의미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이’-존재이다.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고독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 철학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원래 ‘정신치료’(psychotheraphy)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돌보다’(therapeuein)와 ‘영혼’이란 의미의 ‘프시케’(psukhé)가 결합된 단어이다. 영혼을 돌보는 것, 즉 영혼의 의사가 바로 철학자였다. 그러므로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계로 다시 문을 열고 나가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철학 치료 혹은 상담은 대화를 통해 상대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고독은 질병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존적 자기 체험이다. 따라서 병자로 대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일정한 규준에 따라 분석하고 진단하여 처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창을 열고 들여 다 볼 수 없다. 창문 없이 살아가는 라이프니츠의 단자(모나드, monad)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니 내담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풀어가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독이란 정신적 위기는 분석적으로 알 수 없는 개인의 주체적 삶의 위기에서 발생한다. 상담자 스스로 내담자가 되어 내담자의 ’문제 자체‘로 돌아가 이해하려는 태도가 절실한 이유이다.
영어사전에 고독사는 Kodokushi로 검색된다. 일본어에 뿌리를 둔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본의 고독사가 대표적인 현상인 것 같다. 섬나라 일본이 갖는 정서적 특질 때문은 아닐까? 한국인의 고독사 문제는 한국인만의 특이한 정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나는 고독을 한국인의 한(恨)의 정서와 연관해서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중국인은 한을 타인에 대한 복수로 푼다. 한국인은 한의 발생 원인을 처음에는 타인에서 찾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문제로 안고 스스로 풀어간다. 원한(怨恨)-한탄(恨歎)을 초월하여 정한(情恨)으로 증류하고 표백하는 특이한 정서가 한이다. 고독이란 질병 역시 문제를 가족이나 타인에서 찾아 분노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바꾸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스스로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는 정서적 역량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
고독사라니, 생각만해도 전율이 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상호주관적 존재이다."
협력과 소통으로 진화의 정점에 선 인간이기에 고독사는 인간본성에 위배되는 것,
좀더 촘촘한 사회망이 절실합니다.
고독사
피할 수 없는 대세
점점 핵가족이 되어 가고 있으며
혈육에서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
대가족에서 일인 주거로 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대로 부모와 떨어져서 혼자서 살고
결혼도 잘 안하고 자식도 없다
늙은이들은 늙은이대로 부부가 살다가 한쪽이 없으면 혼자 살수 밖에 없다
이혼이나 사별하면 어쩔수 없이 혼자 산다
요양병원에도 많이 가며 그곳에서 죽는다
세상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가부장제도 남자위주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위주에서 여자위주 부인위주 며느리위주 자식위주가 되어버렸다
학교도 가르치는 교사위주에서 배우는 학생위주로..
나이들면 병에 약하고 힘도 없고 일도 없고 돈도 많지 않고 없고 친구도 많지 않고 활동 범위도 그렇다
마음 맞는 좋은 친구 몇 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으니 더 쓸쓸해 진다
돈이 그래도 있으면 좀 덜 한데 돈이 없으면 아파도 먹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고 따뜻하게 지내기도 그렇고 여가 취미활동도 어렵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교류를 해야 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개방된 열린 사고와 마음으로 살아야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으니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혼자서도 가진 것이 적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수 있어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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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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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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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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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