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삼천포를 다녀왔다. 먹거리 볼거리 얘깃거리 삼박자를 갖춘 하루의 짧은 여행이었다. 봄이 오면 화가와 함께 찾아서 먹는 먹거리가 향긋한 쑥과 봄 도다리를 넣어서 끓인 도다리 쑥국인데 삼천포 바닷가에 가면 마음에 쏙 들도록 끓여 주는 맛집 해안 식당이 있다. 식당 안에는 '오실 줄 알았어예'라는 액자가 벽에 걸려 있어서 갈 때마다 주인장 부부에게 우리가 올 줄 알았지예~라고 인사를 한다. 봄 바다는 참 아름답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강렬함과 가을의 풍요로움을 모두 가진 향기로운 봄 바다를 보았다. 봄 날씨는 포근했다가 따끈하더니 세찬 바람이 불어와서 사정없이 볼을 때리고 모자를 날린다. 윤슬이 눈부신 바다는 시간 따라 변해가는 하늘빛을 해바라기하더니 늦은 오후엔 검푸르른빛이 되었다. 여행에서 얘기를 나누며 함께 할 벗으로 사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젊은 부부를 초청했다. 남편이 건강 전도사여서 만날 때마다 좋은 영향을 받고 있고 아내는 예의 바르고 반듯하여 화가가 무척 좋아한다. 어제의 화두도 건강이었다. 일터 옆에 100평의 땅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인디언 감자를 심어서 얼마 전에 수확을 했단다. 인디언 감자는 3월에 심어서 11월에 수확하는 데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땅에서 겨울을 나게 하여 1년이 지나서 캐었단다. 삶아서 나이 든 분들에게 대접했더니 너도 나도 씨감자를 달라고 하여 나누어 주었다며 한번 먹어보란다. 폭슬폭슬 맛나다. 삶을 때는 온 집안에 인삼 향이 가득한데 사포닌이 풍부해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눈에 좋다는 황토 염도 선물 받았다. 소금물로 눈을 씻어서 백내장까지 나았다는 사람도 있다며 정말 좋은 소금이란다. 아침저녁으로 꼭 씻으라는 권유를 받고 그러마고 약속하고 어젯밤부터 실천했다. 눈이 한결 편안하다. 도다리 쑥국이 싱싱하고 맛났다. 안주인이 직접 간장 된장을 담그기에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는 반찬들이라 접시를 모두 비우고 멸치무침은 한 접시를 더 청해서 먹었다.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서 파는 이를 보면 참 고맙다. 주인장 부부에게 잘 먹었다며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삼천포에는 노산공원이 유명한데 식당 가까운 곳에 있는 청널공원도 예쁘니까 그곳에서 차를 마시잔다. 공원 안에 네덜란드식 풍차 건물이 있어서 찻집인가~ 했더니 화장실이 딸린 전망대이고 풍차 건물 바로 앞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찻집이 있다. 차와 함께 케이크를 먹고 나서 생수를 두 번이나 가져다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웃고 얘기하고 있으니 주인장이 청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SBS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만 일찍 일어나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다. 시간을 보니 집으로 돌아가야 때가 넘쳤다. 옆 테이블에 나이가 지긋한 이가 땅꼬모자를 쓰고 앉아 있고 그의 앞에 대담을 진행할 이로 보이는 젊은이가 보인다. 늦은 오후가 되니 바다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차를 마시고 있는 중에도 거센 바람 때문에 찻집 베란다에 세워둔 장식들이 두 번이나 쓰러져서 큰 소리를 내었더랬다. 봄바람을 뒤로하고 삼천포항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니 해가 뉘엿뉘엿~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병아리들에게 물과 먹이를 보충해 주고 황톳길을 걸으니 화단의 수선화가 피어있다. 동백나무도 붉은 입술을 벌려 황금빛으로 입안을 열어 보인다. 별관에서 구운 칠면조 알과 달걀을 꺼내와서 먹으며 화가와 이야기꽃을 피운다. 여행의 삼박자를 찾아서 삼천포항으로 갔더니 우리 집에 파랑새가 있다. <감사는 과거에 대해 주어지는 덕행이라기보다 미래를 살찌게 하는 덕행이다. -영국 격언>
첫댓글 삼박자 여행 잘 다녀 왔습니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간과 여유로움의 조화가 닮고싶은 부분이지만 아직은 생업 전선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어
힘은 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농장에 파랑새 찾으러 갑니다
반시사랑님
생업전선에서의 일을 응원합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하는 것이 행복이지요.
파랑새 잘 잡고 계심을 믿습니다. ^^
삼천포 해안식당 한번 가 봐야 겠네요
잘 봤습니다
하모나님 가시면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
멋있는 여행을 하셨습니다 봄을 드시고 근사한곳에서 차한잔의여유 넘좋아요
왕비암님
멋있는 여행이라하시니 기쁩니다.
가끔씩 여유로움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여깁니다.^^
소금물로 백내장 고쳤다는말 믿어도될까요
황제님
그건 기적으로 여겨집니다.
믿기는 어렵습니다.^^
추신) 백내장을 고쳤다는 분의 말씀은 진실이라고 믿습니다만
한 개인의특별한 사례라고 여깁니다.^^
너무 좋은곳 다녀 오셨어요
도다리 쓱국 먹고싶네요
고저넉한곳 차한잔도
하고싶네요
네~
그렇게 하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