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X지구] 쓰레기 제로 상점, 실속 있고 명분 있는 일상
엄은희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 쓰레기를 줄이는 마음들!
정부의 환경규제 후퇴, 시민들이 한걸음 더 내딛는 게 대안
우리 주변의 친환경 제로웨이스트숍 찾아보기
환경운동이나 기후활동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말이 있다.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쓰레기는 어디로 가지 않는다. 지구별에 남아 차곡차곡 쌓여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협할 뿐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다는 프랑스 면적의 세 배에 달한다는 플라스틱 쓰레기섬은 그냥 흘려들을 지구괴담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현대인의 일상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삶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상의 실천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다. 오늘은 알맹상점의 이야기로 그 소중함을 생각한다. [편집자 주]
(좌) 서울역 옥상정원과 알맹상점. 서울역에서 이어진 대형마트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서울로7017에서 주차구역인 서울도킹으로 연결된 통로로 접근 가능하다. 랜드마크 같은 거대한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지만 탁 트인 넓은 잔디밭에 나무와 화초가 잘 조성되어 있고 앉을 장소도 곳곳에 많다. 도시의 망중한을 느끼기에 좋은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우) 알맹상점의 리필스테이션. 화장품과 각종 세제를 무게 단위로 구매 가능하다. / 사진=엄은희
‘제로웨이스트 매장(zero waste shop)’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상점이다. 시장과 마트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실천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일체의 포장을 거부하고 알맹이만 리필해 구매할 수도 있다. 화장품과 세제류(세탁, 설거지, 샴푸 등)를 담을 재사용 용기를 가져가서 필요한 만큼 용량이나 무게 단위로 소분해서 구매하는 것이다. 그 밖에 생분해가 가능한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거나, 많은 경우 재활용물품 수거를 돕는 자원순환거점 기능을 겸하기도 한다.
2020년 6월 망원에서 출발한 알맹상점은 국내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이다. 2018년의 쓰레기 대란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면서 또 세계의 쓰레기장이기도 했다. 2108년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수입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가(정확하게는 부유한 나라들이) 난리가 났다. 이제까지 편하게 버리고 눈앞에서 치워지는 것으로 만족하던 일상 시스템이 멈춰버린 것이다. 매립, 소각,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현실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은 이 세 가지인데, 앞의 두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 현재로서는 지속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이나 리필스테이션이 목적으로 하는 바다.
알맹상점은 2018년 '쓰레기 대란'이 터졌을 때 쓰지 않은 장바구니를 모아 시장에서 대여하고 '(포장) 용기 내' 알맹이만 사려고 노력하던 '알맹이만 찾는 자(알짜)'들의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동네에 리필샵이 생기길 기다리던 알짜의 몇몇이 결국 스스로 나섰다. 2020년 6월 15일, "화장품과 세제는 물론 세상 만사 모두 리필하고 싶어!"라며 망원시장 근처에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차리면서 시작했다.
알맹상점에서 취급하는 '알맹이 물건'을 소개하는 글과 일러스트. 유통중 쓰레기 제로, 재활용이나 리필, 업사이클 등을 통해 수명 연장이 가능한 제품, 탄소배출 저감, 제조 과정에서 노동이 존중되는 제품 등 여러 가치를 앞세워 '선한 소비'를 주장하고 있다. / 사진=알맹상점 홈페이지
현재는 망원점 외에 서울역 옥상정원에도 또 다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나 분주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이지만, 서울역과 이어진 대형마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오면 탁트인 정원이 펼쳐진다. 서울로 7017에서 서울역의 주차장구역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도 접근이 쉽다. 그 옥상정원의 한켠에 알맹상점이 자리하고 있다. 리필 제품 구매 외에 베이커리 카페도 겸하고 있어 가벼운 식사와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절한 장소다.
환경주의자들은 화장품 용기를 ‘예쁜 쓰레기’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용기의 대략 90%는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장식적 요소를 더하느라 작은 용기 하나에도 플라스틱, 비닐, 금속, 방수코팅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로웨이스트 구매하기 실천은 과연 쓰레기와 과잉포장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까? 전국 제로웨이스트샵 연합 모임 '도모도모'가 2023년 제로웨이스트샵 53곳의 리필 판매량과 재활용품 수거양(화장품, 세제, 먹거리 등)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제로웨이스트샵이 약 60톤(6만154kg)의 온실가스를 저감하였다고 한다. 이는 소나무로 가득 찬 축구장 넓이의 숲 7.6개가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에 비견될 정도라고.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알맹상점 서울역 점에서 모아서 재활용에 넘긴 제품들은 PP/PE 플라스틱 47.5kg, 일반팩, 멸균팩 72.2kg, 말린 원두가루 28.3kg, 실리콘 4.5kg, 양파망 2.6kg, 브리타 40.0kg, 폐전선 20.1kg, 폐카트리지,토너 9.3kg, 크레파스 6.8kg라고 한다(수치는 알맹상점 대표 페이스북).
환경규제가 후퇴하고 있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에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알맹상점처럼 리필스테이션이나 각종 재활용샵, 카페를 운영하는 상점이 전국적으로 300여 개가 넘는다. 내 주변에도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지도를 클릭해볼 것!
전국의 제로웨이스트숍/리필/재활용 가게의 지도 정보. 당신 주변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가 제공하는 리스트다. 전국에 340여 개의 매장이 있다. 당신의 방문이 제로웨이스트샵의 생존을 더 높일 수 있다. (bit.ly/zerowaste_korea_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