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영미 人터뷰] ‘기부천사’ NC 나성범, 수술과 재활, OPS 1을 찍기까지

[빽차]

[이영미 人터뷰] ‘기부천사’ NC 나성범, 수술과 재활, OPS 1을 찍기까지

2020.08.26. 오후 05:57

<나성범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치료비가 필요한 4명의 미취학 아동들에게 2000만 원의 후원금과 유니폼, 사인볼을 증정했다.(사진=보라스 코퍼레이션)>

‘나성범 후원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지역에서 3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아이의 재활 치료비와 이 지역에 아이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타 지역으로 치료받으러 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나성범 후원자님께서 병원비와 교통비를 후원해주셔서 아이를 치료하는데 진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략) 아이가 재활을 잘 받아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서 나성범 후원자님처럼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다른 사람을 잘 돕는 아이로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아이로 잘 키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략)’

얼마 전 나성범(31·NC 다이노스)은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전달받았다. 지난 7월 22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에서 ‘환아 치료비 지원 후원금 전달식’이 진행됐는데 이날 나성범은 ‘후원자’의 신분으로 4명의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났다. 이 편지는 그날 참석한 아이의 어머니가 나성범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글로 적어 보낸 내용이다.

나성범이 치료비가 필요한 아이들을 후원했다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후원뿐만 아니라 매년 모교에 수천 만 원 어치의 용품을 기증하고 있고, 미혼모 돕기, 아동복지 시설 등에 기부를 계속 이어 왔지만 나성범은 자신의 행동이 세상에 알려지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자칫 잘못하면 생색내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친분이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가 기자에게 귀띔을 했고, 8월 22일 NC 구단을 통해 나성범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이 가능했다.

나성범은 2019년 5월 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슬라이딩 도중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오른 무릎 십자인대 및 연골판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큰 위기를 겪었지만 좌절 대신 수술과 재활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재활 과정은 처절할 정도의 어려움이 뒤따랐다. 초기 재활은 NC 트레이너 파트에서, 이후의 재활은 에이전트사에서 운영하는 보라스 스포츠 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의 집중 관리를 받았다. 이동욱 감독, 코칭스태프의 배려 하에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었던 나성범은 82경기 타율 0.315 106안타 24홈런 73타점 출루율 0.391 장타율 0.610 OPS 1.001의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홈런은 KT 로하스(31개), LG 라모스(27개)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장타율과 OPS는 로하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결승타는 13개로 이정후(키움), 최형우(KIA)와 동반 1위. 물론 삼진 등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지난해 큰 수술을 당한 이후의 활약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나성범의 성적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나성범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아이 어머니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한 편지>

기부,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목표

나성범이 7월 22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에서 진행된 ‘환아 치료비 지원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해 전한 소감은 한 마디였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 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양승만 팀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성범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수 측에서 먼저 후원 의사를 나타냈다. 경남 지역 미취학 아동들 중 의료비, 심리 치료비 등이 필요한 가정을 살폈고, 그중 4명을 선정해 2000만 원의 후원금 전달식을 가졌다. 나성범 선수는 시즌 중임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 후원금을 받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 아이들 이름과 자신의 등번호가 새긴 유니폼을 준비해 사인볼과 함께 선물했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크게 좋아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야구장 관람이 가능해지면 그 유니폼 입고 응원하러 가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다.”

양 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후원금이 많이 줄어 든 상황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자발적으로 후원금 지원에 나선 부분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후원의 손길이 많이 끊긴 상태다. 나성범 선수의 도움은 재단은 물론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성범은 이런 상황을 묻는 기자의 전화를 받고 쑥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년 기부를 하고 있고, 올시즌에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려 도움을 줄 대상을 찾다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한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는 내게 큰 울림을 안겨줬다. 시즌 치르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큰 금액이 아닌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나보다는 아내가 이 일에 적극적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아이들 이야기에 진심으로 가슴 아파했다. 또 그 부모님들 마음은 오죽하겠나 싶었다.”

나성범이 기부를 시작한 건 7년 전부터였다. 어렸을 때는 수입이 많지 않으니까 남을 돕는다는 생각을 못했지만 프로 입단 후 수입이 생기면서 주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 아이들, 미혼모 등을 돕게 됐다고 한다.

“구단에서 하는 기부 행사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조용히 하는 기부에도 관심이 있었다. 굳이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매년 한 번 이상은 금액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기부에 나서려고 노력했다. 그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연결이 된 것이다.”

나성범은 기부할 때마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 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후원금 전달식 소감으로도 표현했지만 이 내용은 나성범이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목표 중 한 부분이다.

<지난해 BSTI에서 재활 중 찾았던 다저스타디움. 현장에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을 목격했던 나성범. 이후 한식당에서 류현진을 만났다고 한다.(사진=보라스 코퍼레이션)>

NC 트레이닝 파트와 BSTI의 협업

나성범은 지난 시즌 경기 도중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연골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수술 후 소속팀인 NC 트레이닝 파트와 함께 무릎 관절 주변부 근육의 근력 회복을 위한 근력 강화 운동과 무릎 안정화를 위한 균형 감각 운동에 집중했던 그는 9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해 LA 보라스 스포츠 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4명의 트레이너들과 함께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시즌이 끝나기 전이라 그 넓은 공간을 혼자 사용하며 트레이너 4명의 집중 관리를 받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실내 훈련만 하다가 어느 정도 러닝이 가능해질 때 트랙을 뛰며 몸을 만들었다. BSTI에서는 내가 미국 도착하기 전부터 NC 트레이닝 파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메일로 내 몸 상태, 진행된 재활 프로그램 내용을 전달 받아 나의 훈련 스케줄을 미리 준비해놓고 기다렸다. 나로서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한국에서 해온 프로그램을 BSTI에서도 이어갔고, 이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BSTI에서는 그곳에서 진행한 자료들을 모두 NC 트레이닝 파트에 넘겨준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 지금 내가 치고 달릴 수 있는 배경에는 NC와 BSTI에서 재활을 도운 트레이너분들의 노력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국인 이사 집에서 생활한 나성범은 렌트한 승용차를 이용해 BSTI와 집을 오가는 일정을 반복했다고 말한다.

“식사 등을 혼자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때는 무조건 내년(2020시즌)만 바라보고 훈련했다. 내년을 위해 이토록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니 준비 잘해서 화려하게 복귀하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올시즌 우승만 보고 간다!

나성범은 LA에 머무는 동안 당시 류현진이 뛰고 있는 다저스 경기를 보러 두 차례 정도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다고 한다. 한 번은 탬파베이 레이스 경기를, 또 한 번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다. 덕분에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 홈런이 현진이 형의 MLB 데뷔 첫 홈런인 줄 몰랐다. 그런데 팬들이 홈런이 나온 순간 엄청난 환호를 보내며 열광했다. 처음에는 팬들이 왜 이렇게 좋아하나 의아해 했는데 나중에서야 그게 현진이 형의 첫 홈런이란 걸 알게 됐다.”

나성범은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추신수를 만나 식사한 적이 있었다. 프로 데뷔 초부터 추신수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힘들게 재활 과정을 소화한 자신에게 추신수가 건넨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신수 형도 한 시즌에 수술을 네 차례나 받았지만 다 이겨내고 타석에 들어섰다고 말씀하시더라. 지금의 힘듦은 나중에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니 잘 참고 견뎌내라고 조언해주셨다. 참으로 고마운 선배다.”

나성범은 올시즌 모든 지표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고무적인 성적이 OPS라고 꼽는다. 25일 현재 나성범의 OPS는 1.001.

“내가 욕심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OPS는 매년 ‘1’을 넘고 싶은데 2017년 0.999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컸다. 올시즌을 마쳤을 때 1을 넘는다면 목표 중 하나는 이뤘다고 생각할 것이다.”

홈런과 장타율이 늘어난 만큼 삼진(101개)도 100개를 넘어섰지만 나성범은 이전과 달리 삼진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편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더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록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시즌 치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불과 1년 전 목발 짚고 다닐 때만 해도 선수 나성범의 미래는 암울했다. 하루하루가 고통 그 자체였다. 그때를 떠올리면 올시즌 기록의 높낮이에는 크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나성범의 올시즌 목표는 NC 다이노스 우승이다. 창단 멤버로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들에 한 번 정도는 마침표를 찍고 싶은 바람이 있다. 물론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맞이할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그 변수들이 한데 모여 우승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술 후 목발을 짚고 다닐 때만 해도 2020년 8월 25일의 나성범을 예상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숫자로 찍히는 성적도 대단하지만 그가 야구를 잘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목표가 남을 돕는 일, 기부라는 점에서 나성범의 가치가 느껴진다.

<이영미 기자>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380&aid=0000001429

[파란아이]

나성범선수 성실하고~착한듯.
그런데 전 왜 심수창해설위원 루개릭환우 기부천사가~생각이~나는가....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