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일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모지를 활용한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퀸즈랜드 주는 세계 최초로 이모지 번호판 사용을 도입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모지' 한 번쯤은 사용해 보셨을 겁니다.
내용 없이 이모지 하나로도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만큼
인터넷과 스마트폰 세상에서 이모지의 역할은 아주 큽니다.
호주 퀸즐랜드 주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 번호판에
이모지 사용을 도입해 눈길을 끈 바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일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모지를 활용한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시대 지구촌 묶는 언어 '이모지'의 탄생 배경과 존재 이유를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디지털 시대 지구촌 묶는 언어 ‘이모지’…7월 17일 ‘이모지의 날’
호주 퀸즐랜드주, 세계 최초로 자동차 번호판에 이모지 사용 도입
이모지가 상호 존중과 이해를 위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이버 괴롭힘·성 정체성 등 민감 사회문제에 이모지로 유연 접근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7월 17일은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로 World Emoji Day인데요.
‘이모지의 날’이 있다는 것 사실 좀 생소합니다.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유화정 PD: 이모지 온라인 백과사전인 ‘이모지피디아’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는 하루에 7억 개가 넘는 이모지가 게시물에 쓰이고 있고,
2021년 12월 현재 유니코드에 배정된 이모지 수는 3,633개에 달합니다.
World Emoji Day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인 이모지를 기념하는 날로,
2014년 이모지피디아(emojipedia) 창립자인 제레미 버지가 제안해
매년 7월 17일을 기해 축하 이벤트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모지’가 일본의 휴대전화 문자 메세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죠.
한국에선 보통 이모티콘이라고 하고 영어권에선 이모지(emoji)라고 부르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화정 PD: 이모지와 이모티콘 두 용어가 종종 혼용되곤 하는데요.
먼저 이모티콘에서 시작이 됐고, 그림으로 표기하는 이모지는 한참 뒤의 일입니다.
이모티콘이란 단어는 영어의 emotion과 icon을 합성한 말로, 이모티콘은 사람의 표정이나 감정을
키보드의 문장부호나 문자, 숫자를 사용해 표현하는 방법으로 처음 유행한
이모티콘이 웃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스마일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반면 이모지는 사물이나 개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그림문자로,
이모지의 어원은 일본어로 그림을 뜻하는 에(e)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moji)의 결합어입니다.
이모지는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문자로 취급돼 흔히 문자를 대체하거나 문자와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여러 종류의 이모지 중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이 가장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모지를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를 승인하는 글로벌 단체가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유니코드 컨소시엄이 새 이모지를 심사, 승인하고 있고요.
기본적인 규정은 흑백이면 안 되고 검색엔진에서 자주 검색되는 이미지 어야 합니다.
즉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싶은 이미지여야 새 이모지가 될 수 있습니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의 승인을 거쳐 2022년에 업데이트한 이모지에는
엄지손가락이 집게손가락과 교차한 하트, 트랜스젠더 남성의 임신을 고려한 이모지,
그리고 피부색이 서로 다른 6가지 피부 색깔의 악수 이미지 등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이모지는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에도 오른 바 있죠?
유화정 PD: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모지’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언어가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된 이모지를 옥스퍼드가 단어로 받아들인 것인데요.
옥스퍼드는 “문자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글자가 아니라 이모지로,
이모지 문화가 지난 몇 년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 국제적인 소통 수단의 주류로 등극했다”며
이모지 선정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한 “이모지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감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또한 중독될 만큼
디지털 세상에 사는 삶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호주 퀸즐랜드 주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 번호판에 이모지 사용을 도입해 해외 토픽 뉴스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퀸즐랜드주는 2019년 5가지 이모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번호판을 도입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여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부터 ‘윙크하며 웃는 얼굴’과 ‘선글라스를 낀 채 웃는 얼굴’,
‘하트 모양 눈을 한 웃는 얼굴’, 그리고 ‘단순히 웃는 얼굴’이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모지는 자동차 번호에는 포함되지 않고 단지 장식용인데요.
이모지 추가에 드는 수수료는 최대 500 호주달러입니다.
진행자: 이모지는 우리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지구촌을 묶는 언어가 됐는데,
구체적으로 이모지 사용에 있어 어떤 점들이 장점이 될까요?
유화정 PD: 오프라인 만남으로 소통해야 했던 예전에 비해
통신의 발달로 훨씬 빠르고 편리한 소통이 가능 해졌지만, 전화 통화로는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없고,
더구나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을 경우에는 말하는 억양조차 느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감정 소통의 문제점으로 인해 대화에서 오해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이모지 혹은 이모티 콘이 감정 표현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이 됩니다.
진행자: 디지털 상에서는 때때로 긴 글 보다
하나의 이모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감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곤 하죠.
유화정 PD: 네. 또한 사이버 괴롭힘 문제·헌혈 독려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도
이모지로 접근한 활용 사례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모바일 기기 사용의 증가에 따른 청소년들의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기획한 캠페인 '나는 목격자입니다'(I am a Witness)에서 보여주는 눈동자 그림의 이모지에는
"네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내가 봤고, 그것은 옳지 않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모지는 문화, 종교, 성별, 피부색 등 사회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 생기거나 변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기존의 '마스크를 쓴 얼굴' 이모지 표정도
슬픈 표정에서 웃는 표정으로 변경되었는데요.
이는 코로나로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이모티콘과 이모지, 아이콘 등을 사용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을 여행하면서도
의사소통이 될 수 있게 하는 티셔츠도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스위스의 의류 스타트업 기업인‘아이콘스피크(Iconspeak)’의 창업자 일행이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떠올려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요.
언어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지도나 흙바닥에 기호와 아이콘을 그려서 해결해왔던 데서 착안했습니다.
아이콘스피크(IconSpeak)가 내놓은 티셔츠에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아이콘 40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자전거, 오토바이, 버스, 승용차 등 교통수단과 음식, 숙소, 물 등 생존에 꼭 필요한 그림이 들어있어
해외여행 중 말이 통하지 않을 때면 손가락을 피고 아이콘을 가리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고대 상형문자처럼 그림으로 대화가 가능한 시기가 다시 찾아온 듯한 느낌인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이모지가 폭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최근 발표된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확인이 됐죠.
유화정 PD: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이모지 사용자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약 3분의 2가 단순한 문자 메시지나 전화 통화,
대면 대화보다 이모지를 활용한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 세계 이모지 사용자의 76%가 이모지를 상호 존중 및 이해 형성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응답자 83%는 문화·인종·성별·성 정체성·장애 및 연령 표현 등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모지 사용에 적극적인 한국인의 특성이 부각됐는데,
특히 새로운 이모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유화정 PD: 새로운 이모지의 의미에 대한 이해도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의 88%가 그 의미를 안다고 답해
전 세계 평균 7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특히 한국인 응답자의 93%는(글로벌 88%) 이모지를 사용할 때 대화 상대에 대해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하고 있어 디지털 영역에서 이모지가 한국인의 정서적 교류와 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모지 사용자의 대다수는 특히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이모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응답자들은 이모지를 사용하는 동료에게 더 호감을 느끼고(79%),
이모지 사용은 팀 내 아이디어 공유에 도움을 준다(75%)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이모지는 단순한 그림문자가 아니라
문화의 교차점이자 평등과 포용성을 위한 의사 표현의 의미를 가집니다.
World Emoji Day를 맞아 디지털 시대 지구촌 묶는 언어 ‘이모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