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후, 다시 더위를 피해 도시락 하나 싸서 짊어지고 집을 나왔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해본 결과 래프팅이 제일이더라.
래프팅도 대한민국 좋다는 곳은 다 가봤는데 그중에서도 동강이 제일 좋더라.
(구명조끼 입기)
사람 참 이상하지, 거리나 장소에 관계없이 어디든 떠나는 날은 잠을 못잔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또 밤을 꼬박 지새우고 나니 얼마나 하품이 나오던지...
동강에 도착하여 점심 먹고, 강사 만나서 주의말씀 듣고, 구명조끼 착용하고,
(조별 기념촬영)
일이든 놀이든 단합을 해야 되는 것에는 단결을 위해 단체사진을 찍는다.
누가 시킨 것처럼 같은 배를 탈 사람들 스스로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에서도 보이듯 그런 가운데도 지인끼리 붙어서 찍더라.
그리고 구명조끼도 우리끼리 알아보기 쉽게 노랸색으로 통일하라고 했다.
그런데 3명이 빨간조끼를 입었다. 3명끼리만 뭉칠 것인가, 튀기 위해서인가.
이왕이면 단체에서는 단체에 맞게 어울려야 본인도 편하고 단합이 잘된다.
(남자만 11명)
이 팀은 남자만 11명으로 같은 직장에서 온 사람들이다.
여기도 2명이 빨간조끼를 입었다. 2명만 표적이 되어 물에서 식겁했다.
내가 노란색으로 바꿔 입으라고 해도 말 안 듣고 고집부리다가 콕 찍혔다.
(보트들고 강으로 출발)
이제 강사와 함게 오늘 타고 놀 보트를 들고 강으로 내려간다.
모두 앞으로 있을 동강 래프팅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자신도 모르게 방언이 터지고 쓸데없이 기압을 넣고 큰소리로 웃는다.
(노젓는 요령과 안전수칙 설명)
출발 직전 강사께서 물에 보트를 띄워놓고 노젓는 요령을 설명하고,
즐겁고 안전한 물놀이를 위하여 강사 말을 잘 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저질 농담 못하게 미리 절대복종 할것을 알리는 뭘 좀 아는 강사다.
(제멋대로 단체사진)
아이구 참내, 또 모이란다. 물에 왔으면 물에서 단체사진을 찍어야 된단다.
옷색깔부터 통일이 안됐는데 무슨 또 물단체사진까지, 그냥 대강 놀다 가지.
하여튼 물에 들어갔다는 표시로 다시 모여서 본도 없는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제 출발 전에 해야 할 모든 준비를 끝내고 보트를 탄다.
물가라 물도 얕고 물살도 없지만 바닥이 미끄러워 한 발도 힘들다.
그러나 한명도 미끄러지지 않고 모두 안전하게 보트에 올라탔다.
(출발~)
"하나 둘" "셋 넷" "영차" "영차"
드디어 출발했다. 동강래프팅!
야 좋구나. 동강 래프팅!
물도 맑고, 하늘도 맑고, 水量도 적당하고, 래프팅하기에 딱 좋다.
3명이 튀긴 했지만 못된 사람은 아니고, 강사도 박력있고, 날씨도 좋고,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래프팅의 참조건을 골고루 다 갖추었다.
하늘에 흰구름도 멋있고 초록색 강물도 멋있고 녹음진 산도 멋있고,
항상 사는 것이 고통이었는데 이 순간만은 사는 것이 사는 것 같다.
이런 평화가 어디 있으며 이런 호사가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쳐라" "때려라" "퍼부어라"
"와아~ ~" 있는 힘을 다하여 물을 막 퍼부었다.
한창 퍼붓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더위고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고 모두 도망갔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고 무거운 머리가 가벼워졌다.
즉석에서 바로 깨끗하게 치유되는 것이 래프팅이더라.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그것을 추억으로 보관한다.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며 사진을 무슨 재산처럼 찍고 모으는 사람도 많다.
점차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고 요즘은 휴대폰에도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한 휴대폰도 방수가 안 되어 물에 가지고 들어갈 수는 없고,
평생에 한 두번 가는 래프팅을 위하여 방수카메라까지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래프팅 사진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 보트 앞에 서서 찍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누구 한사람 물에 들어가지 않고 남아서 사진을 찍어주어야먄 가능했다.
솔바람에서는 회장님이 회원들 사진 찍어주려고 일부러 래프팅을 하지 않았다.
그 땡볕에 물가에 서서 준비운동부터 물에 들어갈 때까지의 모든 것을 찍어주고,
다시 2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래프팅 마치고 나오면 또 물에 젖은 모습을 찍어주었다.
어느 단체에서도 회장님처럼 사진 찍어주려고 래프팅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래프팅에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맞춰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은 상상도 어려운 일이다.
말없이 찍어주니까 당연하게 여기고 고맙다 말하는 사람도 없고 감사할 줄도 몰랐다.
그것이 너무 안타까웠고, 또 개인적으로는 물속 사진을 찍지 못해 몹시 서운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맘 먹고 방수카메라 1대 구입했다. 구입한지 올해로 3년째다.
그러니까 그런 안타깝고 서운한 일을 13년이나 당하고 난후 구입을 한 것이다.
산악회에서 회원들 사진 찍어주려고 방수카메라 구입한 사람은 나 뿐인 것으로 안다.
나는 놀이든 운동이든 등산이든 야외에서 하는 모든 것에 취미가 있고 또 잘한다.
누구처럼 한 번 간 산 절대 두번 안가고 한번 해본 놀이 절대 안하는 사람이 아니다.
갈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라 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면 더 기운이 난다.
그런데 몇 해전 월악산 영봉 헬기사건이 있고 나서부터는 겁이 많고 소심해졌다.
특히 물앞에서는 간이 오그라든다. 물은 혼자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빠지지 않고 래프팅에 참석하는 것은, 회원들 사진 찍어주기 위해서이다.
오늘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내딴에는 사진 잘 찍어주려고 엄청 신경쓴다.
그런데도 잘못 찍힌 사진도 있고, 빠진 사람도 있고, 실물보다 못 나온 사람도 있고,
보트 안에서는 거리가 좁아 내옆에 앉은 사람은 나오지 않거나 얼굴이 잘리기도 하고,
또 자기 얼굴을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 찍히어 곤혹스러울 때도 많고,
전체 분위기를 따라야 되는데 혼자 튀려고 하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고,
오늘도 자기 얼굴이 나왔으면 하는 사람은 나와 너무 가까이 앉아서 그만 잘려버렸고,
세상에 얼굴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은 사진 찍을 때마다 숨어야 하는 수고를 겪었다.
"하나 둘" "셋 넷" "참새" "쩩짹" "병아리" "삐약삐약"
강사의 구령에 맞추어서 물을 타고 신나게 내려간다.
강바람이 설렁설렁 강물을 타고 따라온다.
(병풍바위)
그룹마다 쉬는 장소가 다른데 저 팀은 병풍바위 밑 모래밭에서 쉰다.
병풍이 그늘을 만들고 모래가 앉을 자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자리다.
모두 보트에서 내려 풍덩 풍덩 재미있게 잘 논다.
(상선암)
그러나 우리는 조금 더 내려가서 주막에 들러 주전부리 좀 하고,
다시 노를 저어 내려가서 난장판이라는 곳에서 한판 놀기로 했다.
"칙칙" "폭폭" "배고프다" "기운없다" "빨리" "가자" "어서" "가자"
참 신기한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놀면 머리가 안 아프다.
단체에서는 노젓는 것도 박자를 맞춰야 되고 배가 고파도 참아야 된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그 모든 것이 다 신경을 써야 되는데도 머리가 가볍다.
(중선암)
그저 좋아서 깔깔거리고, 강사가 무엇 하나 가르쳐 주면 고개 끄덕끄덕,
일을 하지 않고 강물에 둥둥 떠서 물길따라 내려 가는 것이 그냥 좋다.
이 무거운 몸뚱이가 물속에 가라앉지 않는 것 자체가 신나는 놀이다.
(하선암)
동강에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아름다운 비경이 있고,
비경인 만큼 뱃길은 울퉁불퉁 꼬불꼬불하여 신경을 좀 써야 된다.
강사 말 잘 듣고 따라야지, 혼자 잘났다고 노 거꾸로 저으면 안 된다.
(주막)
주막에 도착했다. 전자동이다. 정박하기 무섭게 모두 주막으로 향한다.
그래, 배가 불러야 노는 것도 잘 놀수 있다. 일단 먹고 기운부터 내야지.
주막에는 막걸리, 찌짐, 도토리묵, 컵라면, 음료수 등이 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은 벌써 다 먹고 내려간다.
그리고 주막을 들리지 않고 바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먹는 재미가 노는 재미 못지 않으니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분홍 상사화)
오 주막 계단 입구에 핀 분홍색 상사화!
지난 주에는 몇 송이만 살포시 피었더니 1주일 만에 모두 활짝 피었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해 상사하는 상사화, 예쁜 상사화가 애처롭다.
(주막에서 중참)
단합이 아주 잘 된다. 남자만 11명팀은 벌써 와서 한상 차렸다.
내가 가니 바로 눈치채고 자리 옮겨서 V자 그리는 친구도 있다.
사진사 입장에서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취해주니 기분 좋다.
(주막에서 중참)
오 우리팀도 막걸리에 찌짐 도토리묵까지 골고루 한상 차렸다.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우리 자신을 위하여, 술 권하는 사회다.
날씨도 좋고, 단합도 잘되고, 팀구성도 좋고, 최상의 조합이다.
(강사)
오늘 우리들의 래프팅을 위해 나선 강사들이다.
나와 같은 보트를 탄 강사는 우측에 있는 분으로 강사 팀장이란다.
팀장은 현장에 잘 안 나오는데 우리가 하도 빨리 오라 해서 급하게 나왔단다.
군살 하나 없는 호리호리한 총각이 햇볕에 그을려 얼굴이 새카맣게 타가지고,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어른들을 휘어잡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열심히 잘 놀아주었다.
어릴 때 부산 동구 감천동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면서 부산사람들을 반겨주었다.
(중참 후 물싸움)
중참 먹고, 소화도 시킬겸 한판 물싸움을 벌였다.
노젓는 것도 그렇고 물싸움도 그렇고 본인이 직접 해야 재미가 있다.
그런데 노도 젓지 않고 물싸움도 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올린 사진에는 대부분 항상 맑은 물에 재미있는 모습들이지만,
실제로 나서보면 오늘처럼 맑은 물에 적당한 수량을 간직한 때도 드물다.
고로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복받은 사람들이다. 미련없이 잘 놀다가야 된다.
이분처럼 이렇게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말이다.
노는데 무슨 형식이 있거나 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냥 자신의 힘에 맞게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놀면 된다.
여기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딸이 같이 온 가족팀이다.
자꾸 증명사진만 찍지 말고 물장난 한번 해보라고 했더니 폼이 어설프다.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관심도 없고 묻지도 않았는데 "딸이 의사요" 라고 한다.
동강은 물놀이도 재미있지만 잣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천하 일품이다.
해마다 잣봉도 빠지지 않는데 올해는 등산보다 래프팅이 많아 잣봉을 못갔다.
그냥 언덕에 서서 짓봉을 기억하며 동강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강이다.
(주막에서 출발)
다시 출발~ "영차" "영차"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맑고 쨍한 날씨에 모두 좋아서 감탄을 하며 내려간다.
앞으로 있을 신나는 물놀이에 휘파람 불면서 내려간다.
(난장판)
드디어 도착했다 난장판!
말도 필요없다. 모두 다 뛰어내려버렸다.
진짜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 완전 신바람 났다.
오늘을 위하여 래시가드까지 맞춰 입고 온 부부가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는 모습 멋지게 잡아주려고 했는데 그만 박자가 엇나갔다.
그러나 그와 나는 안다. 보이지 않는 얼굴이 래시가드 부부라는 것을.
노는데 탄력 붙었다.
사진 찍어달라고 뒤로 눕고, V자를 그리고 난리났다.
그러나 물살을 조절하지 못해 자꾸 멀어져서 사진 찍기 어렵다.
저쪽 남자 11명팀에서도 물놀이에 신바람 났다.
모두 남자들이라서 그런지, 같은 직장 동료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지도 않고 올라오면 도로 쳐박아 물을 먹여버린다.
마지막으로 나도 뛰어내렸다.
물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어달라고 고함을 지르는데 카메라가 없다.
카메라 풀어놓고 뛰어내렸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느냐, 뒷일은 나도 모른다.
강사가 보트 가까이에서 놀라고 했는데 모두 어디까지 내려갔다.
노는 것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푸우 푸우 물을 마셔가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수영실력 뽐내는 사람도 있고, 천지도 모르고 풍덩거리는 사람도 있고,
헬기사건 트라우마가 있는 나는 좋아하면서도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벌벌 떨고,
여기 저기 소리 지르고, 헤엄치고, 둥실둥실 떠다니고,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어지간히 놀았다. 나는 기운이 딸려 더이상 물에 떠있지 못하겠다.
강사가 "시간 많이 지났어요 이제 그만 갑시다" 하고 불러도 못 들은 척 고개 돌린다.
보트 필요없이 스스로 헤엄쳐서 나루까지 내려갈테니 강사 혼자 내려가라고 한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서 기운 났겠지, 그중에서도 의사의 아버지가 제일 신났다.
일행 중 제일 고령(1950년생)인데 보트와 강사 띄워버리고 헤엄쳐서 가자고 한다.
그러나 중간쯤에 튀어오른 바위가 있어 위험타 하여 다시 보트를 타고 내려왔다.
아 아쉽다. 좀 더 놀다 가면 안될까, 시간은 언제 지나갔지?
시간은 많이 지났는지 몰라도 아직 흥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할수없지 뭐, 단독으로 하루를 빌리든지, 내년에 다시 또 와야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따르고, 매우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
오늘을 위하여 래시가드까지 맞춰입고 왔는데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했다.
아쉬움에 래프팅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 불러서 서라고 했더니 둘이 껴안았다.
오늘의 래프팅은 대성공이다. 모두가 만족했다.
아마 여름만 되면 생각나고, 오래오래 기억되리라.
"여러분! 수고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더위를 확실히 물리친 하루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고 신나는 물놀이를 만끽했다.
밤새도록 물장구치고 영차 영차 구령붙이면서 물위를 둥둥 떠다녔다.
2017. 8. 6. 일.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