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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산행 정릉천 산책과 총회
일시: 2023. 12. 17
참석: 176명 (25회 15명)
산행: 4Km (1시간 40분)
올 한 해도 이제 보름도 안 남았다.
칠순에 이르러 가장 실감하는 것이 세월이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눈 깜짝할 새’ 올해가 갔다. 눈보라 맞으며 원주 소금강에서 신년 산행할 때가 어제 같은데 오늘이 송년산행이었다. 그것도 가장 추운날에, 아직도 얼굴이며 손발이 얼얼한 것 같다.
나훈아의 ‘무심세월’ 노래의 가사처럼, 세월은 참 무심하고 냉정하다. 어릴 땐 그리도 늦더니 요즘은 왜 그리도 빠른지 모르겠다. 지 마음대로 앞으로 앞으로만 쏜살같이 달려가면서 어서 따라오라고 한다. 세월이란 놈은 지치지도 않는 괴력의 힘을 가졌다.
괴력의 힘에 밀려 친구, 친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순서 없이 저승으로 갔다. 몇 달 전까지 같이 산행을 하던, 같이 술마시던 사람도 있어 허망하기는 하지만, 곧 내게 닥칠 현실이라는 것을 막바로 실감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의 삶 속에 많은 죽음을 목격하고도 일부러 나와 상관없는듯 외면하며 지내고 있다. “태어난 모든 것은 죽는다.” 절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을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재난으로 생각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말하는 영원한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공포, 재앙이다. 그래서 두려움에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삶에 강한 애착을 가지며 요양병원에 누워서 지내더라도 그저 오래 살고 싶어한다.
어차피 한 번 왔다가는 인생, 갈 때 가더라도 이왕이면 건강하게 살다 가면 좋지 않은가? 내가 생각하기에 등산은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자연 속에서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운동이다. 동기들 선후배들과 어울려 걷다 보면,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해소하는 등 정신 건강에도 특효약이다. 내년에도 이곳저곳 멋진 곳을 찾아 함께 걷기를 바란다.
오늘은 너무 추워 천장산 산행을 하지 않고, 모교옆 정릉천을 조금 걷고는 홍릉 세종기념관으로 가서 총회에 참석했다.
영하 12도,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자꾸만 집에 있고 싶어졌지만, 총동산악회 총회와 겹쳐 단단히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겹겹이 너무 많이 껴입어서 그런지 1시간 넘게 걸리는 전철 안에서는 오히려 답답하기만 하였다. 종묘역에서 갈아탔더니 며칠전 21회 김애수 누님 상에서 보았던 22회 정광인 선배가 있어 같이 고대역에서 내려 종암동 모교로 걸어갔다. 10분전에 도착했다.
추운 날씨에도 조기축구회가 운동장에서 축구에 열중하고 있어, 일찍 나온 선후배들은 교문과 교사 사이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등록하고, 생수 한병과 과자를 받아드니, 물은 살짝 얼어 있었다.
35회 차승환 회장의 마지막 송년산행 주관, 간단한 인사와 구호, 단체사진을 찍고는 천장산, 수목원을 향해 출발하였다.
준석이는 수원에서 자가용을 가지고 오려다 차가 얼어 못왔고, 기웅이와 박영은 조금 늦는다 하여 먼저 출발하였다.
36회 후배들은 교문에 기대어 사진을 찍고는 앞서 나가고, 천천히 교문을 나와 오른쪽 월곡역으로 틀어서 부속중학교를 지나고, 일신초등학교를 지나 월곡역입구 교차로 오른쪽, 운동기구가 있는 정자 쉼터에서 기웅이와 박영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월곡역의 이름이 된 월곡동의 이름은 지금의 하월곡동에 있는 천장산의 형세가 반달처럼 생겼다 하여 그 산에 붙어 있는 마을을 다릿골 월곡(月谷)이라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 지형이 달모양인 월계동과는 달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 조선후기에 이곳에 주막이 많아 지방의 소장수들이 숙박을 하고는 잔월, 즉 달빛이 마지막 남은 새벽녁에 소 흥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30회 후배들도 따라왔다.
기다리는 동안, 30회 박찬호가 가지고 온 끓인 포도주를 조금씩 나누어 줘 마셔보니, 그윽한 포도향에 취하며 금방 속이 따뜻해 졌다. 추운 날씨에 제격이다. 지난번 따뜻한 사케도 좋았는데 따뜻한 포도주도 정말 좋았다. 독일과 북유럽에서는 겨울에 감기예방과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약처럼 마시는 음료수란다.
"포도주 끓인 물은 생명수이다!" 라고 독일과 북유럽에서는 말한다.
"추운데 천장산은 그만 두고, 정릉천이나 걷자!"
기웅이와 박영이 도착하자마자 25회 걷기 도사, 오늘의 가이드, 경희대쪽 천장산 기슭에 사는 이장용이 말하며 길을 건너서 내부순환 고가도로 아래로 우리를 인도한다.
정릉천 산책로로 내려가는 긴 경사로는 조금 썰렁하였다.
긴 경사로를 내려서는 순간, 정릉천을 가운데 두고 좌우 두 개의 고가도로 아래로 길게 뻗은 산책로가 펼쳐졌다.
산책로에는 드문드문 귀여운 모양의 의자들과 다양한 운동 기구가 마련돼 있다. 운동을 하며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담장을 따라 조명도 빈틈없이 설치돼 있어 저녁에도 안전하게 야간 산책과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중간에 양쪽 산책로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도 있다.
12 Km에 이르는 정릉천은 성북구 정릉동 북한산 계곡에서 발원해 성북구, 동대문구를 거쳐 용두동 끝머리에서 청계천과 합쳐진다. 청계천은 이후 중랑천과 다시 합쳐진 후 한강 본류로 흘러들어 간다. 정릉천은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 왕후 강씨(康氏)의 묘 정릉에서 유래되었다.
정릉천의 대부분 구간이 그 위로 내부순환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있지만 최근 정릉천변이 계속해서 정비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이자 산책, 운동코스가 되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산책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지만, 혼자 여유있는 시간에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두꺼운 겨울 등산복으로 완전무장하고 배낭을 메고 떼를 지어 지나가려니 오가며 산책하는 동네 사람들이 자꾸만 쳐다보았다.
"산책길에 완전무장 등산복이 웬일이래!"
그래도, 아침 햇살이 교각에 숨었다 나왔다 하며 길게 그림자를 만들지만 편한길 편하게 걸으니 기분은 엄청 좋았다.
아무리 추워도 짙푸른 창공에서 내리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곱기만 하다.
끝없이 이어진 마른 담쟁이 덩쿨로 뒤덮힌 벽에 기대어 내리쬐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잠시 쉬었다.
그 쉬는 모습을 담으려 사진을 찍는 나의 모습이 사진 속에 긴 그림자로 고스란히 남았다.
승호가 먹태깡 과자를 집어드니 어느새 냄새를 맡았는지 수많은 도시의 비둘기들이 모여들었다.
과자를 뿌리며 가까이 가도 악착같이 주워먹느라 도망 가지도 않는다.
"아! 먹이주지 말랬는데!" 승호가 "아차!" 하며 뒤돌아서도 악착같이 쫓아온다.
그 모습을 돌무더기 단 위에 서서 고스란히 바라보는 성일이는 잠시 고독한 도시 사나이가 되었다.
다시 걸어갔다.
길게 쌓은 담장밑 작은 공간에 담을 따라 조성된 화단에 하얀꽃을 피운 갈대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새섬다리를 지나고, 제2제기교 지나며 잉어 무리들이 보이고, 교각아래 청둥오리 두 마리가 유유히 자맥질하며 먹이를 잡는다.
천 바닥에 돌들을 깔아 물을 흐르게 하니 생태계도 덩달아 복원되는 모양이다. 하천 바닥은 생각보다 맑지는 않다.
천 바닥과 변은 정비가 되는데, 천 위쪽으로는 수십 년 된 다닥다닥 붙은 옛주택들은 언제 정비가 되려나?
운동기구가 놓여있는 제1제기교를 지내자 화장실이 있는 방아다리 경로당 아래 넓은 쉼터가 나타났다.
제1제기교 아래로는 한창 천 바닥을 정비하느라 돌들이 쌓여 있고, 포크레인도 서있다.
일요일이라 공사는 하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을 위해 끊임없이 개선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과일과 간식을 풀어 놓고 막걸리도 한 잔 나누며 한참을 쉬었다.
등산복을 입고 한 무리가 시끌벅쩍 떠들고 있으니, 오가며 산책하는 사람들이 웬일인가 노골적으로 들여다 보고 지나간다.
미안한 마음에 바로 마무리하고는 세종기념관으로 출발하였다.
되돌아서 운동기구마다 사람들이 다 찬 제1제기교를 지나고, 제2제기교도 지나서는 새섬다리로 올라섰다.
정릉천 산책길이 주는 느낌은 하천을 따라 내부순환로가 하늘을 가리고 있어 생물 서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은 꽤 제한되어 있고,
고가도로 밑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회색빛, 투박한 모습이지만 산책하며 운동하기에는 꽤 괜찮은 것 같다.
다만, 하천은 돌을 깔아 계속 정비를 하고 있지만 물은 아직 맑지가 않다. 상류쪽은 잘 모르지만 하류쪽 정릉천이 생태하천으로 변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새섬다리를 건너 다닥다닥 붙은 주택가 골목을 지나 한신공영 아파트단지로 들어섰다.
추운 날씨에 인적이 없어 조용하기만 한 한신공영 아파트단지를 가로지르고 골목길로 회기로 SK에너지 가스충전소로 나왔다.
홍릉수목원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후문을 지나 언덕배기에 있는 세종기념관으로 올라갔다.
1973년에 개관하였으니 참 오래된 건물이다.
세종대왕 기념사업을 할 뿐만아니라 전통혼례식을 올릴 수 있는 예식장이기도 하다.
세종기념관을 뒤로 돌아 들어가니 왼편으로 줄지어 서 있는 석상들이 보였다.
동물석상, 문인상과 무인상이 서 있다.
정자 앞을 지나 앞뜰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앞으로 나가니 먼저 올라온 후배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앞쪽으로는 영휘원이 보였다. 영휘원은 고종황제의 후궁이자 의민황태자의 생모인 순현황귀비 엄씨의 원이다.
세종대왕 동상앞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고 기념관 2층 총회장소로 이동하였다.
35회 일꾼들인 영숙이와 명자가 접수를 보고 있었다.
35회 차승환 회장의 개회식과 인사, 임공빈 회장의 격려사 다음 각종 시상과 산악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후배 기수로 산악회장 임무가 내려가지를 못하고 거꾸로 30회로 다시 올라가 두 번 하게 되었다.
49회 이후 50회대 후배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
한 해 동안, 35회 차승환 회장과 집행부들, 안전산행을 우선하며 맛집 순례하듯 멋진 식당들을 찾아내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총회를 마치고 뷔페로 점심식사를 하며 우정을 다졌다.
건강을 생각하는지 막걸리와 맥주는 동이 났지만 소주는 반 이상이 남았다.
24년 첫산행은 어디일까? 벌써 다음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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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형님 ~~
선배님 덕분에 어렸을때 나고, 자라고 , 놀았던(태어나서부터 6학년 1학기까지 살았답니다.) 동네를 한바퀴 둘러본 것 같아요.
1년동안 묵묵히 사진 찍어 주시고,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선배님이 계셨기에 힘들었지만, 한 해가 정신없이 (시속 60 km로) 지나온 것 같습니다. 내년 환갑을 맞이하면서, 선배님들을 본받아 더욱 열심히 총동산악회를 돕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일 년동안 반 밖에 참석을 못 했지만
후배님의 산행기로 매 달 참석한 느낌입니다.
일 년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김주목 후배님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같이 참여는 못했으나 나도 거기에 속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행하시기 바랍니다.
참 최근에 스마트폰 스미싱을 당하는 바람에 네닉네임도 먼저썼던 스톤즈가 입력이 않대는 바람에 스틸맨으로 바뀌였네.10회 조정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