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의 백지 위에 그려볼 수가 있는 그림은 무한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하고 또 욕심이 앞서니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경주 포석정도 떠오르고 부여 궁남지도 떠오르고 또 광한루의 연못도 기억의 저편에서 숨이 있다가는 꿈틀꿈틀 되살아나서 설계도에 끼여든다. 그래서 또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데, 그래도 뭔가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주쟁이 특유의 직업의식이 발동을 하면서 최종적인 설계도는 결국 동그라미를 그리고 말았다. 그 중간에는 하나의 들쭉날쭉을 추가하니 보는 이들은 태극기 모양이라고 평을 했댜. 결국 태극을 살리기로 하고 그 모양은 현 태극기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정했다. 왜냐면 현 태극은 돌아가는 회전 방향이 왼쪽이라고 한다면 극의 방향이라고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겨울에서 가을로 가는 방향이 아니냐는 편견을 갖다 보니까 감로사의 연못은 반대방향으로 잡아서 겨울에서 봄으로 흐름을 타는 의미를 부여해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설계도는 다음과 같은 규격이다.
넓이 : 내부 직경 7m
깊이 : 1m
두께 : 벽돌 2장
2. 재료와 준비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재료를 구해야 했다. 다음은 재료에 대한 비용과 규모이다.
벽돌 : 2차반(2,5톤 차로) 정도 25만원 정도
시멘트 : 50포대 약 20만원 정도
모래 ; 3차 19만원
포크레인 : 2일 작업비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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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114만원
위의 재료는 한꺼번에 준비를 한 것이 아니고 필요할 적마다 구입을 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 동안 임시로 비닐로 만들어진 집에서 생활을 하던 잉어와 붕어들을 판넬을 넉장 붙여서 사각을 만들고 비닐과 갑바로 임시로 지은 집에 이동을 시켰다. 물론 산소기를 하나 구애 왔다. 혹시라도 밀도에 의해서 숨이 막힐까봐 배려를 했는데, 그럴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유비무환이라니까 준비를 해 뒀다. 그래 놓고서 포크레인을 불러서 둘레 8미터 정도로 넓게 파도록 했다. 파낸 흙은 옆에 모아 뒀다가 다음에 벽돌 작업을 하고 나서는 메꿔에 하므로 보관을 해 둬야 한다.
3. 벽돌쌓기
늘 그렇듯이 시작은 잘 하지만 마무리는 장담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장마 아닌 장대비로 인해서 웅덩이에는 물이 고여들었다. 그러다 보니 또 작업시간은 지연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수고를 하신 분은 공부하는 학생인 강성기 선생이다. 그리고 도움을 주신 분은 상락스님과 김선생의 인연에 해당하는 남자분의 초기에 기울인 노력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낭월이는 벽돌 한 장 붙이지 않고 원형을 만들고 또 태극 모양으로 갈라서 모습을 갖춰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강성기 선생의 노력은 구도적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리고 고모님의 방수제를 바르신 일도 중요하다고 하겠는데, 벽돌을 쌓아서 대략 미장을 손으로 찍어 발라서 했는데, 예전에 공사판에서 일을 해보신 경력을 살리신 고모님의 빛나는 노력으로 거친 모양이 많이 미끈해 졌음도 생각을 해야 하겠다. 이 과정에서 추가된 비용은 방수액이다. 시멘 반죽에 섞어서 하는 약품인데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반드시 필요하며 앞뒤로 발라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간의 음양을 가르는 벽 사이에는 앞뒤로 구멍을 내고 주름관을 잘라서 끼워 넣었다. 적어도 음양의 기운이 서로 통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실로 고기들이 들락날락 하면서 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구멍인데, 나중에 완성품을 보고 나니까 중간 중간에 몇 개 더 뚫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 이대로 작업을 하고 싶으신 벗님이 있으시다면 이점도 참고하시기 바란다. 기왕이면 사이즈별로 크고 작은 구멍이 있어 서로 통해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4. 마무리 공사
방수제까지 섞어서 발랐으니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을 해도 되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멀었다고 해야 하겠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다 되었지만 실제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1) 우레탄 시공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가장 매력을 끄는 것이 이 방법이다. 그래서 견적을 내 봤더니 시공자의 말인즉 약 19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초기 작업비와 포함을 해서 과연 얼마가 드느냐는 생각을 한다면 당연히 부담이 크다고 하겠고, 과연 그 방법이 최선이냐고 하는 것도 고려를 해야 하는데, 우레탄으로 하면 방수의 기능은 좋다고 하는데, 표면이 고무이기 때문에 충격에 파손이 될 수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혹 이 방법에 대해서 생각이 있으시다면 충분히 검토를 하신 다음에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2) 에폭시 계통의 도포에 대해서
에폭시라고 하는 말은 처음 배웠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풀장에 사용하는 도료라고 하는데, 한번 발라 두면 완전방수와 동파 방지로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하는 것을 알았는데, 페인트 가게에서 취급을 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주문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보통은 사용을 하지 않는 재료인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등급이 있어서 어떤 것은 식수용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식수용은 한 통(18리터)에 45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는데, 대충 3통을 바른다고 해도 그 돈은 이미 백만원을 넘기게 되니 또한 만만치 않은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식수용이 아니고 공업용인 듯 싶은데, 다소 비용이 저렴해서 그 점은 좋다고 하겠지만 고기에게 부담이 될지는 책임을 지지 못한다고 하는 말에서 께름찍한 기분이 들어서 응하기 어려웠는데, 이름은 슈퍼에폭시라고 하는 것도 있고, 비용은 한 통에 11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이실라 라는 것도 초기 바닥에 바르면 좋다고 하고, 슈퍼마라는 것도 있다는데, 모두 페인트 종류라고 생각을 하면 되겠다. 그리고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을 고려해서 알아보기만 하고 말았다.
포크레인을 다시 불러서 둘러쌓고 남은 공간을 메꾸는 것은 사람 손으로 하기보다는 그래도 기계의 덕을 보려고 한 것인데 그 바람에 드는 비용은 물론 적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인력이 된다면 곡괭이와 삼으로 달려들어서 시도를 한다면 적어도 50만원을 벌 방법이 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감로사는 완전히 자갈바닥이어서 곡괭이도 만만치 않기에 삽으로 판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 점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5. 시멘트 독성 죽이기
실로 이 것이 가장 부담스러운 장면이다. 그냥 고기를 담으면 시멘트 독으로 고기가 죽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벗님도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거나 중화제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봤고, 그냥 물을 담았다가 퍼내고 다시 담는 식으로 밖에 할 수가 없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적은 비용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기에 일단 대전으로 나가서 화공약품가게를 가봤다. 그랬더니 빙초산을 쓰면 된다고 한다. 빙초산을 발라서 두어 시간 뒀다가 헹구고 고기를 넣으면 까딱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야 비용을 알아보니 충분히 바를만한 분량에 3만원 정도 들었다. 물론 이렇게 한다면 달리 계산을 할 필요도 없다고 할 정도로 흡족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싣고 와서 찍어 바르려는데 하늘이 도왔음인지(?) 방문자들이 상담을 하러 오는 바람에 낭월이는 그 지독한 식초 냄새를 맡지 못하고 또 연지님아랑 강 선생이랑 장인어르신까지 오셔서 고생을 하셨다. 물론 말로야 수고 많으셨다고 하는둥, 내가 하려고 했는데 라는둥, 했지만 그 식초 냄새는 과연 돈 없는 설움의 냄새가 아닌가 싶은 정도로 지독했다. 연지님은 그 식초를 바르고 3일간 몸에서 그 냄새가 가시지를 않았으니 미뤄서 짐작을 하시기 바란다.
6. 고기 넣기
이렇게 해서 빙초산을 씻어 내고는 물을 담아서 밤새도록 흘려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부랴부랴 고기를 집어넣었는데, 모두들 만류를 했다. 일단 두 어마리 넣어보고 죽나 안 죽나를 보고 난 다음에 확인하고 넣자는 이야기였는데, 말인즉 옳다고 봐서 그렇게 했는데, 그 맑은 물을 유유히 헤엄치는 시험용 고기들을 보면서 모두 집어넣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은 당연할게다. 바로 이동작업을 하고 임시로 지은 고기 집은 부숴 버리고 구경을 하니 과연 태극을 휘돌아 다니는 비단 잉어의 모습이 늠름하게 보였다.
7. 그리고는 끝
이렇게 하는데 대략 150만원 정도 들었는데, 물론 인건비가 포함된다면 더욱 많은 비용이 될 것이다. 오늘도 고기는 유유히 떼를 지어서 헤엄을 치고 있으니 참 보기도 좋다. 이제 고기를 오행으로 넣고 싶은데, 파란 고기를 구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 이전에 자갈을 넣어서 집을 만들어 줘야 하겠기에 어저께는 대천에 갔다가 바다의 햐얀 돌을 몇 자루 주워왔다. 그리고 다음에는 검은 돌을 주우러 갈 참이다. 그래서 음양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나타낼 작정이다. 언제라도 감로사에 오시면 음양지를 발견하실 수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감로사에서는 용신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벗님도 혹 놀고 있는 공간이 있고 주변의 경관과 고려해서 한번 마음을 일으킨다면 약간의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간략하게나마 그 간의 경과를 적어드렸다. 약간의 참고가 되셨기 바란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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