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영화 산업에서 쓰이는 촬영 기술의 점유율은 디지털 카메라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산업 촬영 부분의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자리잡게 된 기간은 10년을 조금 넘긴 것에 불과합니다.
영화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Film이고 모두가 아시듯 과거에는 방송계의 비디오 테이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화 촬영이 필름 카메라로 이루어졌습니다.
흔히 필름계의 본좌라고 하면 당연 코닥을 이야기합니다. 필름 산업계에서 코닥이 세운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합니다. 이러한 코닥이 세계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으나 이에 미비한 진보를 보이며 필름을 고수하다 그 디지털 시장에 의해 파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1965년 코닥사는 Super 8mm라는 새로운 필름 규격을 개발해냅니다. Super 8mm란 위에 사진에서 설명하듯 기존의 8mm 규격의 필름에서 이미지 프레임을 더욱 확장시켜 더 높은 이미지의 선명도와 크기를 만들어냅니다.
과거에 영화 촬영에 주로 쓰인 필름 규격이 크게 8mm/16mm/35mm로 나뉘는데요.
8mm 규격은 보통 가정용,개인용 필름 시네마 카메라를 이용한 아마추어 영상들에 널리 쓰였습니다. 종종 레트로 스타일 모델들이 네모난 카메라에 소총 손잡이 같은 그립을 잡고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댄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텐데요. 그 카메라들이 바로 8mm 필름 영상 카메라입니다.(저도 집에 하나 있습니다. 니콘 꺼..)
16mm 필름의 경우엔 8mm보다 더 큰 이미지 프레임 규격을 지니고 있어 아마추어 용에서 좀 더 올라간 준프로급 이상에서 널리 쓰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존 16mm에서도 이미지 프레임을 넓힌 Super 16mm가 존재합니다. 오늘날에도 세계 각지의 영화 전문 학교에서는 Super 16mm 필름을 다루는 교육과정이 존재합니다.
35mm 필름은 영화의 상징이기도 한 규격으로 과거부터 일찍이 전문 영화 산업에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쓰였습니다.
이처럼 영상을 촬영한다는 것은 곧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었고 그 중심에는 코닥이 있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 BETA와 VHS라는 비디오 포멧과 함께 비디오 캠코더가 급부상하기 시작하며 가정과 방송계로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 이에 기존 가정에서 사용하는 필름 카메라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갔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계는 여전히 필름을 이용한 촬영이 주류였지만
2008년 레드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4K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인 RED ONE이 출시되면서 영화 촬영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의 영화 산업계는 본격적인 탈 필름화를 시작하고 디지털 시네마의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이미 이전부터 개인,가정 쪽에서의 필름에 입지는 좁아질 대로 좁아진 마당에 영화계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코닥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스티븐 스필버그나 크리스토퍼 놀란같은 저명한 영화감독들이 필름을 고수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필름 특유의 텍스쳐,감도 때문인데요. 오늘날 굳이 영화가 아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러한 필름 고유의 감성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를 더 선호하시는 분들도 꽤나 계십니다.
아무튼 과거에는 주류를 넘어 전체라고 말할 수 있던 필름이 이제는 완전히 비주류가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오늘날에 영화 촬영용 필름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그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어렵사리 구한다 하더라도 유지비 또한 많이 들어가고 현상소의 수도 사진에 비하면 현저히 적습니다. 영사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미래를 전망하지 못 하고 필름을 고수하다 디지털 시장에 사장되어 가던 코닥은 결국 2012년 1월 19일 파산 보호 신청을 합니다. (회사가 부도가 나는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광학 기술 쪽에서 자사가 가지고 있던 어마무시한 수의 특허권을 팔아 처분하며 회사를 재정비해갔습니다.
그러던 지난 2016년 코닥에서 Super 8mm 필름 카메라 출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과거에 사용하던 완전한 아날로그 방식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킬 계획인 건데요. USB 포트와 함께 오늘날의 디지털 카메라처럼 광학식 뷰파인더와 전자식 LCD 뷰파인더를 탑재시킬 거라 했습니다. 이는 필름 영상에 대한 향수가 있는 매니아층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데요.
안타깝게도 5년째 이 제품의 출시 현황은 오리무중 상태입니다.
현재 코닥이 이 제품 출시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희망고문이 계속될 뿐입니다. 그저 이렇게 공개된 이미지를 보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겠죠.
글을 마치며 저 역시 필름에 대한 로망이 깊은 한 사람으로, 파나소닉의 GH5와 사진용 필름 카메라 두 대를 보유 중입니다.
종종 어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신혼,저희 가정의 20년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득 꺼내어 보시곤 하는데
이게 참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주는 느낌은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30~40년이 지난 후에 손에 잡히는 사진이 남아있으면 좋게다 싶어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는 꼭 필름을 통한 단편 영상을 찍어보고 싶단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아갑니다.
과거에는 손에 잡히는 무언 가가 주는 특유의 감성이 있었는데요. 영화라면 아마 필름본이거나 비디오테잎이겠죠. 오늘날 기술이 월등히 발전하면서 동영상 파일, VOD, OTT등을 통해 휴대성과 접근성이 극대화 되고 무게의 부담이 사라지는 건 분명 너무나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손에 잡히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리해지는 오늘날, 과거의 산물들이 완전히 사멸되지 않고 공존하면서 그 감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사진을 취미로 하는데도 필카는 엄두가 안남ㅋㅋ
필름갈아끼우고 현상소 가고 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