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현태 |
2014-12-22 08:37:12 |
내가 호구회장을 할 당시에는 매달 한번씩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그 후에 글을 쓸 만한 공식적인 사건이 없어 그냥 지냈는데 그 동안 많은 친구들이 나의 글을 재미 있었다고 하면서 글 좀 써라고 말들을 하여 본인의 안그래도 그 이유 없이 잘난 자존심을 매우 높여 주었다.
이 번에 거의 Dog Table (개판.......이하 줄여서 DT 라고 쓰겠음, 차마 한글로 표현 못함) 에 가까운 송년 싱얼롱을 끝내고 나니 예전과 달리 왠지 웃음이 나오는 지라 한자 적기로 마음 먹었다.
문제는 마음 먹기 인데 2년 전에 김 우흥과 같이 한 DT 싱얼롱 후에는 매우 실망을 했는데
이번에는 더 DT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거저 이만했으면 나의 최선을 다한것이고
환경이 엉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75점은 주겠다고 자평을 하고 있으니 가관이다.
한 마디로 이런게 관록인가 싶다.
지난 3 년 동안 싱얼롱을 리드 한 것이 우리 중고 동창회에서 4회 서울 사대 여성 동문회에서 80 고령의 할머니들을 모아 놓고 1 회 소속된 합창단에서 수차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뱃짱이 생긴 모양이다.
DT가 된 이유를 한번 보면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방이 틀려 먹었다.
기둥이 많은데다가 옆으로 벌어 져서 갓쪽에서는 무대를 옆으로 보아야 하고 기둥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고 이 지경이니 뭔 분위기를 잡아 보겠는가.
거기다가 하필이면 여성 동지 들이 제일 가 그것도 아주 멀리 앉았으니 여성 동무들의 도움을 받기도 틀렸고.
두째는 마이크 와 보면대 (악보 놓는 곳)등 부대 설비가 엉망이었다.
이 것은 나의 불찰이기도 한데
처음에 꼼꼼히 살피지를 않아서 마이크 스텐드가 긴 것이 두개인지 확인 하지 않은 것이 제일 큰 실수였고
또한 보면대에 놓은 악보가 바람에 날려 가 버리는 해괴한 현상은 실내에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고
기타 소리 스피커의 볼륨을 약간 높여서 조금 시꺼럽게 하는 편이 나을뻔 했다.
세째는 작년도의 대 성공으로 나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어려운 곡들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한 것이 착각이었다.
근본적으로 합창단의 멤버를 상대로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어려운 곡들은 싱얼롱이 되지는 않았지만 나와 윤우성 두남성의 듀엣을 들을수가 있었으니 음악회 같은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보다 숫자적으로 싱얼롱이 잘 되었나를 나름 평가 해보면
총 14곡 중에서 삼팔선의 봄이 가장 잘되어 100 점을 주고 연가 등 4곡에 80점 꿈속의 사랑 60점 등으로 스스로 평가하여 그 호응도를 보았는데 14곡의 종합 평균 점수는 60점에 약간 미달이지만
그중에서 5 곡의 느리고 화성적인 곡이 40점 이하를 받았는데 이 곡들을 감상한 곡으로 취급하고 실제로 같이 노래한 곡 9 곡의 평균 점수는 75 점이니 나쁘지는 않다.
물론 작년에는 전곡이 다 100 점을 줄수 있었다고 보면 아주 후퇴한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DT이었다고 하는 이유는 많은 동기들이 이야기를 하고 프로그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멀리 있는 테이블은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까운 테이블에서는 이야기를 하는데 음악소리가 시끄러우니 큰 소리로 말을 하여 노래하는 내 귀에 그 말소리가 들려와서 알았다.
작년에라면 있을수가 없는 일 인데 금년에는 장소가 어지러이 흩어져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싱얼롱은 거저 들려오는 노래일 뿐 나 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정서이랄지.
마치 무슨 디너 쇼에 참가한 듯 한 모습이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무사히 순서를 마무리 한 것은 전체를 통제하지 못한 것이 내 책임이니 누구를 턋하랴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재도 별로 자책을 않고 있는데 이걸 내가 관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관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경력이긴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나는 나 자신에게 전혀 실망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여기 기분 좋았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 하겠다.
그 전날 금요일 낮에 이준원 선생 (여성 기타리스트) 와 연습을 하는데 이선생이 내게 말했다.
"선배님, Today 와 영영 두곡은 마치 선배님을 위하여 지어진 곡 같아요.
선배님의 그 부드러운 테너, 바리톤 중간 음색이 너무 좋아서 차마 제가 듀엣으로 끼지를 못하겠어요. "
송년회 당일 옆 방에서 윤우성과 같이 셋이서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에 이선생이 윤우성에게 한 말
"윤선생님 테너 목소리가 너무 멋져요. 우렁차고 아름다워요." 완전 감격한 듯 했다.
송년회가 끝나고 내가 이 선생에게 말했다.
마이크와 방 등이 좋지 않아 좋은 싱얼롱이 못 돼서 마안하다고 .
그녀의 대답 "아니요. 목소리 좋은 두 남성의 듀엣을 들은 것 만으로도 좋았어요."
싱얼롱이 끝나고 내가 말한 것 즉 "어쨋든 나는 노래했고 여러분들은 들었으니 되었다." 라는 말에 여러분들이 박수로 나를 격려해 주었는데 감사하다.
앞부분에서는 싱얼롱으로 뒤의 어려운 부분에서는 음악회 같은 것으로 된 셈이다.
나는 미국으로 갈 계획이므로 다시 이런 싱얼롱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생각에는
싱얼롱 20 - 30 분에 주로 쉽고 활기찬 곡들로 하고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특송 3곡 정도로 찬조 출연해 준다면 아주 훌륭한 음악회를 할 수는 있으리라고 본다.
만약 외부의 전문가를 초청하면 비용은 들지만 주의를 다른데 주는 일은 없을지 모른다.
왜냐면 나는 어쨋든 여러분들의 동창이므로 만만한 것이다.
그렇다고 전문가 쪽이 더 재미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또는 싱얼롱이 아닌 더 좋은 오락을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뭇튼 그 따위로 해 놓고도 전혀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나의 자세가 옳다고 본다.
모름지기 사람은 뱃짱이 있어야 한다.
뻔뻔할 줄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남 앞에서 노래를 할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같이 하기로 했던 서재홍이 미국여행으로 빠져서 전력이 약해 졌는데 이점은 매우 섭섭하다.
다음에 좋은 장소에서 색소폰 까지 가세하여 전주나 간주 등을 넣어 주면 분위기 끝내 주는 싱얼롱을 할 수 있다고 근거 없는 장담을 해본다.
참고로 말 하자면 유근준 총무가 아직도 나에게 내년 그리고 Home Coming 인 후내년까지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하고 있는데 나의 개인 사정이 허락하는한 여행을 와서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고 이것이 실망할 줄을 모르는 나의 정열이다.
그러나 내가 떠나고 이 모든 것이 추억이 되고 여러분들과의 만남이 사라지면 여러분들을 그리워 할 것 같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조금 슬퍼진다.
나를 발탁하여 이런 기회를 준 유근준 총무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준비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그 자체가 좋은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인생은 아름다워"
(맨날 틀리는 맞춤법을 신철수가 도와 주었는데 이번에는 귀찮게 하기 싫어서 그냥 내 보내니 그리 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