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이새끼야 넌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널 버린거야.. 알어? 그런 갈 곳 없는 널 내가
데려와서 길러주는 거고 임마! 그런데 너는 왜 이모양인거야!"
"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부산시내의 어느 옥탑방에서는 매일 술취한 아버지의 화난 목소리와 무언가 던져져서 깨지는
소리.. 또 잘못했다고 울며 비는 한 학생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현민은 그렇게 자라왔다. 매일 양아버지의 폭언과 매질.. 그것이 끝나면 양 어머니가 현민이
잠든 사이 발라주는 약과 울음 섞인 미안하단 말..
김현민 17살.. 그러니까 남들이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 현민은 몇가지의 옷과 약간의 돈을 가지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무작정 피씨방으로 간 현민은 채팅으로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방을 만들어 룸메이트를 찾았다. 다행히 현민의 착하게 생긴 외모와 딱한 사정을 안 한 대학생이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나가게 됐다면서 자기네 집에서 집안일을 해주며 지내라고 했다.
현민은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조건으로 자신을 믿고 방을 같이쓰게 해준 그 형한테 매우 고마웠다.
솔직히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것이다.
현민은 그후로 집안일이 어느정도 끝나게 되면 무조건 일자리를 찾아보았다. 그렇게 지낸지
두달이 지난뒤 겨우겨우 한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고등학교앞 식당이라
방과후엔 정말 눈코틀새 없이 바빴다.
사장님도 좋은 분이셨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다들 좋으신 분이라 현민이 일하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 저기요! 여기 돌솥비빔밥 두개요~"
" 예~! 지금 갑니다 ~"
오후 5시.. 보통 고등학생들이 수업이 모두 끝나고 주린 배를 달래러 많이들 나오는 시간이다.
오늘도 여전히 손님은 많았고, 현민이 실수하기도 좋은 시간대였다.
"어머! 아 머에요 진짜1"
" 아! 이런.. 죄송해요 정말.. 제가 일한지 얼마 안되서 아직 쟁반 드는게 서툴어서요.."
"아.. 짜증나.. 그럼 전화번호라도 내놔요! 교복이라 다 드라이 해야한단 말이에요! 세탁비 달라고
할거니까 빨리 번호나 찍어줘요!"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멘트였지만 그 여학생을 본 순간 현민은 심장이 멎어버리는 충격(?!)을
받고 뭔가에 홀린듯 분홍 핸드폰에 자신의 자취방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 핸드폰 없어요? 이거 어떻게 확인해보라는 거에요"
" 핸드폰은 없고 집 어딘지 알려드릴게요. 저기 상현빌라 401호가 제 집이에요. 혼자 사는건
아니니까 무턱대고 불쑥 찾아오지말고 전화하구 와서 받아가던가 해요"
" 쳇. 알았어요 당신 혼자 산다 그래두 무턱대고 불쑥 안찾아가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오후 10시 . 현민이 일이 끝나는 시간이다. 식당에서 나온뒤 현민은 담배를 꺼내
한대 피우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서울역 도착하자마자 현민이 산건 다름아닌 담배...
이 엿같은 기분.. 세상에 다시한번 던져졌다는 그런 기분을 달래기 위해선 담배가 최고라고
생각이 들었던 그였다. 그때부터 피기 시작한 담배..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큰 도로까지
쭉 이어져있는 돌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담배한대를 피우기 시작했다.
폐속 깊은 곳까지 들어온 담배 연기는 현민의 입을 통해 모든 피로를 가지고 나갔다.
또다시 들이킨 담배연기는 지금까지의 아픔들을 조금씩 가져나갔다..
" 하하.. 담배란건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정말 인류최고의 발명품이야.."
" 쪼꼬만게 어디서 길빵이야? "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까 식당에서 본 여자애였다. 요즘 날씨가 그리 춥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늦가을인데
면츄리닝 차림은 좀 추워보였다..
" 머..머라구?"
" 쪼꼬만게 어디서 길빵이냐구 이 어이를 상실한 놈아!!"
" 아니 아까부터 자꾸 반말 찍찍하는데 너 몇살이야? 그리고 니가 나보고 쪼꼬맣다구 놀릴 군번이야?
집에 거울 있으면 거울부터 함 보지 그래?"
" 내 나인 17살이고! 내 앞에서 키 얘기 한번만 더 하믄 너 죽는다!"
현민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여자애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현민이 말한데로 그 여자애는
아무리 크게 봐도 160을 넘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키가 작아서 일까? 안그래도 귀여운 얼굴이
더 귀여워 보이는 것은 왜 일까?
" 그건 그렇고 세탁비 받으러 왔냐?"
" 너는 왜 나한테 반말 찍찍하는데?"
" 나도 너랑 같은 17살이야.. 군말하지말고 세탁비 얼마 나왔어?"
" 2만원"
" 장난하냐? 위 아래 세트로 다같이 드라이 맡겨도 5천원도 안넘겠다!"
" 우리학교 교복은 보통 드라이 하면 안된단 말이야!"
" 어이를 상실한 소리 그만하고.. 너 그리고 안그래도 쪼꼬만게 자꾸 앞에서 땍땍 대지마..
아 시끄러 죽겠네.. 그리고 교복이 다 똑같은 교복이지 무슨 너네 학교는 교복에다 금박았냐?
만원만 받어. 5천원 더주는건 니가 아까 그 더러워진 교복입고 집에까지 갈때 얼마나
쪽팔렸을지 알기때문에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주는 거다. 고! 맙! 지!"
" 너나 어이를 상실한 소리 하지 마셔..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가 만원만 받겠는데!
내일 식당에서 보자 .."
" 얼래..; 야 어디가! 난 얘기 안끝났다고!
" 난 얘기 끝났어! 내일 식당에서 만원 마저 내놔!"
" 야 이인간아!!!! "
현민은 그렇게 이름도 모르는 꼬맹이(?!) 여자애한테 삥(?!)을 뜯겼다. 현민은 그 이름모를
" 아 다름이 아니라.. 너 한달뒤에 바로 앞에 미르고 알지? 거기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됐다~ 좋지 .. 크핫핫.. 다 이 삼촌 덕분이다 이놈아!"
" 아니..;; 전 학교 갈 마음이 없다니까요!"
" 으이그 이 화상아.. 고등학교는 나와야 이 험악한 세상 살아 갈거 아니냐!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래? "
" 아니 전 말이죠! 학교 갈.."
" 맞고 갈래 그냥 갈래..."
" 옛 알겠습니다! 김현민! 나이 17세! 아니.. 18세! 비록 1년 꿇었지만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 고렇지.. 크핫핫! 니 교복하구 학비는 학교 이사장님이 지원해 주신단다. 그것두
이 삼촌 덕분이지! "
" 예.. 아무튼 고맙습니다 사장님. 저 이렇게 신경써주실지 몰랐어요.."
" 고맙긴 짜식아. 삼촌도 예전에 니 나이때 어렵게 자랐어 크핫핫. 나는 그때 많이 삐뚤어져서
학교(교도소)에도 몇번 다녀오고 그러다 나이먹어 정신챙기긴 했지만, 넌 그런 상황에서도
밝은 모습 유지하는게 삼촌이 보기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놈아. 핫핫 그리고 이거 얼마 안되는데
머 공책하구 필기도구 같은거 살때 써.."
" 예.. 감사드려요.. 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내일뵈요 !"
" 그랴~ 이제부턴 학교갈 준비도 해야하니까 5시부터 나와!"
학교.. 현민 나이에 1년동안 학교를 안나간다는 것은 타격이 그만큼 컸다. 퇴학하긴 했지만
자퇴는 아니였기에 다시 복학이 가능했던 현민을 식당 사장님이 다시 복학 시켜준 것이다.
그리고 현민이 빼도박도 못하게 2월2일.. 한마디로 입학하기 1달전에 말해버리는 센스까지
발휘하는 삼촌(?!)인 것이다..
집앞 돌담벼락 앞에 등을 기대선.. 매번 일 끝나면 습관처럼 하는.. 그 자세로 담배 한대를
피며 마음의 아픔을 조금씩 내보내구 있던 현민은.. 무심코 하늘을 봤다.
검은색.. 아니 새까만색.. 채도 명도 완전 0짜리.. 그런 검은색...
식당 사장님을 만나기전 현민의 마음색깔과도 같았던 그런 검은색..
예전 하늘은 그런 검은색만 보였는데.. 요즘 안보이던 별도 많이 보이고.. 눈에 띄지도 않던
달이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자기를 굳게 믿고 방을 같이 쓰자고 내주었던 그 형님..
첫댓글 학교 이름 참 마음에 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