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중독 솔루션··통제보다 관심, 조절력 확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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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4일(목),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청소년 게임중독의 해결 방안은?’을 주제로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사진: KOFST) |
한국 과총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지난 14일 ‘청소년 게임중독의 해결 방안은?’을 주제로 제19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개최했다. 이번 토크라운지에서는 게임을 하는 아동과 청소년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 시기의 게임중독이 왜 위험하지, 청소년 게임중독의 정의와 진단 기준,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각도로 짚어보았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이 더욱 위험한 이유
먼저 이영조 단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청소년 게임중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근래 청년층 노숙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스스로를 게임중독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가족이나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다가 치유되지 않으면 결국 육체적,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라며 “중독은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현상이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종교, 인류, 문화와 더불어 생물학, 의학 등 최근 과학적 발견을 함께 고려해야만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독에는 알코올, 마약 등의 ‘물질 중독’과 인터넷, 게임, 도박, 구매, 성 등의 ‘행동 중독’이 있다. 이 교수는 “중독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야기한다.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중독자가 충동적으로 시작한 것이 결국 자기 의사에 반하여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강박적으로 계속 반복하는 현상으로, 인간을 육체적, 정신적 장애에 이르게 한다”라며 “특히 청소년기는 이성적 판단을 제어하는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아 중독되기 쉽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게임중독이 발생하면 갈망, 내성, 폐해, 불안, 장애의 과정을 거치는데 결국 정신적인 강박으로 인해 자유가 말살되고 육체적으로는 전두엽, 뇌 보상회로 등의 뇌 변이로 인지와 감정조절 장애에 이르게 된다”라며 “대처방안으로는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이나 행동 외에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며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그리고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근절을 목표로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징벌적 방안은 실패하기 쉽다. 심리 상담을 통해 예방과 치유를 돕는 사회과학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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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조 단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청소년 게임중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중독 너머의 뇌, 게임 중독이 만든 변화
두 번째로 최정석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게임중독의 뇌과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국제질병분류를 개정하면서 ‘게임사용장애’라는 진단명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했다.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위 패턴이라고 정의했다”라며 “이것의 진단 기준은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함 등과 같은 세 가지 문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게임중독은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뇌에서 신체적인 변화들이 생기게 된다. 최 교수는 “게임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면 도파민을 포함한 여러 가지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그것이 계속 반복되면 뇌의 신경 네트워크에 변화가 생기게 되고 인지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보상 신경 회로의 변화로 인한 보상 심리의 변화들, 즉 충동적인 양상들과 강박적인 특성으로 그 행동을 멈출 수 있는 억제력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보상 신경회로에만 집중되는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전두엽의 적절한 발달에 지장이 생겨 성인에 이르러서도 뇌기능 저하가 지속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요즘 스마트 미디어 중독 문제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절제가 안 될 경우 뇌기능과 정신적 문제를 야기한다. 즉 일상적인 행복이나 즐거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중독 관련된 자극에 대해서만 각성을 보이는 뇌 신경기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라며 “중독에 빠지면 의사결정, 억제력, 보상 민감성 등 뇌의 문제가 동반되기 때문에 의지만으로는 회복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예방과 자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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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석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게임중독의 뇌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가정의 역할
세 번째로 방수영 을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청소년 게임중독의 예방과 치료’를 주제로 강연했다. 방 교수는 우선 △인터넷을 못하게 하면 짜증내고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너무 산만하고 인터넷 때문에 잠을 못잔다 △게임을 못하게 하면 굉장히 과격해진다 등의 상담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문제가 생길 때 주로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이 부모와 가족들이기 때문에 주변의 어른들이 이에 대해 먼저 잘 알고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우리 자녀가 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치료나 상담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중독의 원인에 대해 방 교수는 “중독성 강한 게임이 주는 재미와 경험으로 인한 것과 함께 개인 심리와 정신건강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 즉 소외감, 외로움, 낮은 자존감, 우울,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과 현실로부터의 탈출구 역할로 게임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모와 자식 간 신뢰 관계가 약하거나 소통이 부족할 경우, 조절력이 약한 유아나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과다하게 의존할 수 있다. 학업과 진학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안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스마트폰의 바른 사용을 위한 문화의 정착과 인식 제고가 되지 못한 사회환경도 게임중독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 교수는 중독에 이르지 않기 위한 자녀지도 권고안도 제시했다. △심야시간에 스마트미디어 기기 사용 가급적 금지 △건강사용시간 기준은 초등생이 1~2시간, 중고등학생은 2~3시간 이내 △만2세 이후에도 하루 2시간을 넘지 않도록 지도 △만2세 미만에는 가급적 TV나 스마트폰 노출을 피하도록 지도 △부모가 먼저 모범 보이기 △부적절한 내용은 접근을 제한 △컴퓨터는 50cm, 스마트폰은 30cm 거리 유지와 50분 시청 후 10분 휴식, 최대 음약은 60% 이하로 유지 △스마트디지털미디어 기기를 처음 접하기 전부터 가정 내 이용 계획을 미리 세우고 자녀와 함께 규칙 정하기 등이다.
게임중독 치료의 핵심, 금지 아닌 ‘조절력’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뇌의 변화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정석 교수는 “게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우리 뇌의 반응은 좀 다를 수 있다. 적절히 건전하게 잘 사용하면 그만큼 뇌도 좋게 변화된다. 다만 적절함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며 “뇌에는 가소성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중독 문제가 있어서 뇌의 기능이 나빠지고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다시 뇌 기능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 마약이나 도박중독과 게임중독이 어떻게 다른지에 관한 질문에 최 교수는 “알코올이나 마약은 그 자체로 강력한 도파민 물질이 자극되고, 도박 베팅으로 돈을 딸 때나 잃을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게임은 프로세스 과정에 대한 중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목표도 단약과 단도박처럼 아예 접근을 못하도록 끊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잘 사용하도록 조절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치료의 목표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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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영 을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 사진)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KOFST,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디지털 치료제에 관한 질문에 대해 방수영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의사에 처방에 따라 치료하는 개념이 디지털 치료제인데, 예를 들어 ADHD 같은 경우에 주의력 결핍을 호전시킬 수 있는 게임이 치료제로 개발되어 미국에서 처방을 하고 있다. 그 외에 중독이나 불면증과 같은 질환에도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R&D 연구가 많이 시작되고 있고, 중독이나 게임 과몰입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에 관한 공모도 진행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방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이 집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임 외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친구나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보드게임과 같은 다양한 활동들을 개발해 놓아야 한다”며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또 디지털 월드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가정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건강한 뇌 발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가정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