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배우 남궁원 씨가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기억 속엔 한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각인되어 있던 분이다.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란 그의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어릴 때의 내 기억 속엔 신이 다듬어 놓은 조각상으로 남아 있었다. 난 그의 팬이었다.
난 중학교 시절 자그마한 노트에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색연필로 깨알같이 쓰고, 가수나 배우의 사진을 오려 붙이곤 했었다. 나름의 연예계의 참새떼였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대학 다니던 시절 고등학교 동기 몇몇이 어쭙잖은 그룹을 만들어 놀고 다녔다. ‘시 몬스터’(See Monster), ‘바다 괴물’이라는 그룹 이름으로. 대학 신입생 환영행사에 참여하고, 물론 일회로 끝났지만 경북대 병원 옆 당시의 미문화공보원에서 정기공연도 했었다. 공연 중 멤버의 기타 줄이 끊어져 곤혹스러워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잠시나마 대구 시내 카페나 미군 부대 인근 술집에서 공연도 했었다. 당시 멤버는 포항제철 감사를 지낸 세컨드 기타 손**, 건축사인 리더 기타 신**, 대학교수로 퇴직한 훤칠한 키의 미남 베이스 기타 고** 그리고 누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비주얼 좋은 드러머 강** 이다. 난 싱어였다. 난 막연하게나마 가수의 꿈을 잠시 꾸었었다. 가수가 되면 활동할 예명(藝名)도 미리 지어 놓을 정도였으니까.
난 요즘 좋아하는 스타가 생겨버렸다. 전유진 양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 방송의 경연 프로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참 노래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만 잘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유진 양의 팬이 된 나름의 배경이 있다. 유진 양이 재학 중인 포항 동성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특강을 두 번 했다. 석 달 전이다. 난 이사장실에 가서야 유진 양이 이 학교 재학생인 걸 알았다. 이사장님은 유진 양에 대해 착한 학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학교에서 만날 수 없었다. 서울에서 가수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사장님이 선물을 주셨다. 유진 양의 얼굴이 새겨진 머그잔이다.
난 이 컵으로 매일 커피를 마신다. 컵과 같은 도구(道具)는 그것을 사용하는 맥락에 의해 의미가 결정된다. 컵은 무언가를 담아서 마시는 용도이다. 그 용도가 컵의 의미다. 망치의 의미가 못을 치는 용도이듯이. 내가 매일 사용하는 컵은 내 방에 있는 도구들, 예컨대 컴퓨터, 책상, TV, 볼펜 등등의 전체의 도구들과의 관련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특히 글을 쓸 때 손에 든 컵이 그렇다. 나의 손 가까이 있는 친숙한 도구들이다. 나의 존재와 연관을 가짐으로써 도구의 존재가 비로소 드러난다. 가까이 없으면 둘러보고 찾아서 사용한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걸 ‘배려’(Besorge)라 한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찾듯,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컵을 찾는다. 이제 잔은 하나의 사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찾아서 사용하는 나의 존재의 이웃으로 항상 내 곁에 있다. 이젠 스타와 팬의 관계로.
포항동성고등학교는 포항 도구해수욕장에 인접해 있다. 학교의 위치로 봐서는 다소 거친 남자 고등학교로 느껴진다. 그런데 학교를 들어서는 순간 생각이 바뀐다. 모든 남녀 학생이 처음 보는 나에게 깍듯이 인사한다. 이사장님은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씀하신다. 1995년 취임한 이사장님은 당시 계명대학 건축학과 교수였던 이중우 박사님이다. 80이 넘었는데도 매주 3일을 차를 직접 운전해 대구에서 출퇴근하신다. 학교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 학교 곳곳에 인성교육을 위한 자료를 새겨 두었다. 교정에서 느끼는 분위기에서 예절과 인성의 명문고등학교란 걸 쉽게 알 수 있다. 특강을 하는 동안 한 학생도 흐트러지지 않고 강의를 듣는다. 수능을 끝낸 고3학생들이지만, 어느 학생도 산만하지 않다. 유진 양도 이 학교의 정신을 잘 배운 것 같다. 노래를 잘 하는 가수는 많겠지만, 향기로운 인성을 품은 가수는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진 양이 한국 사회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소수자들을 위로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반듯한 가수로 성장했으면 하는 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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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_()_
전유진,
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좋아하는 유투브를 보다 보니,
노래는 거의 듣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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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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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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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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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