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팬데믹, '감염병X'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 2024년 3월 19일(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코로나보다 더 큰 위협이 올 수 있다.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제221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
세계보건기구는 2018년 신종 혹은 재출현의 가능성이 있는 미지의 감염병을 ‘감염병X’로 소개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고, 실제 1년 뒤 전 세계적으로 COVID-19가 창궐하여 7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국가적 대응전략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모색하기 위해 3월 1일 ‘코로나보다 더 큰 위협이 올 수 있다,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제221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넥스트 팬데믹 대응의 열쇠는?
첫 순서로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넥스트 팬데믹 대응의 열쇠: 인수공통 감염병’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감염병X는 마버그열(2022)이나 랑야 헤니파 바이러스(2022) 등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감염병이다. 여기엔 신종과 재출현 바이러스가 모두 포함된다. 현실 세계에서는 신종 바이러스도 중요하지만,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와 같이 재출현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감염 사례가 있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포유류 전파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 전파의 빈도수가 굉장히 잦아지고 떼죽음이라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고병원 조류 인플루엔자가 새로운 감염병X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2023년 8월 용산에 있는 고양이 보호소에서 38마리의 고양이가 집단 폐사한 사례의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였다. 그리고 H5N1 바이러스가 바다사자와 같은 해양 포유류에 전파되어 떼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일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제는 인체 감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라며 “여기서 특히 더 주의해야 할 것은 Asymptomatic, 무증상 감염이다. 이는 동물병원에 건강검진이나 스케일링을 위해 온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대응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난개발을 통해 야생동물들이 살 수 있는 서식지가 너무나 빠르게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거대 농축산업이 발전하면서 병원체감염촉진과 병독성의 증가, 유전자 재조합, 면역억제 및 항원의 변화 쪽으로 작동하게 된다. 또 기후변화로 익숙한 먹이들이 없어지게 되고 그것을 찾아 동물들의 이동이 많아짐으로써 병원체도 함께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송 교수는 “기후변화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라며 “1950년대 2500만 명에 불과했던 전 세계 여행객 수가 2019년 기준으로 14억 명이 됐다. 이처럼 왕성해진 전 세계 교류 역시 감염병을 폭발적으로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도 송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우리나라의 기술이 주변국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mRNA 백신을 상용화 못했는데 일본과 중국은 이미 상용화했다”라며 “그 이유는 감염병 분야에 국가 지원이 너무 편중됐다는 시각들이 있어 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연구비가 줄었다는 단편적인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대응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다 더 폭넓고 깊은 사회적인 숙의가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넥스트팬데믹 대응의 열쇠’를 발제했다.(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면역의 두 얼굴, 착한면역과 나쁜면역
두 번째로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넥스트 팬데믹에 대한 면역학적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면역을 착한 면역과 나쁜 면역, 둘로 나누면서 착한 면역의 키가 되는 것인 중화항체와 T세포에 대해 설명했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표적 세포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특정 항체의 면역학적 감지 능력이고,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빨리 찾아서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는 좋은 면역의 중화항체와 T세포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짜 감염을 일으켜 1차 면역 반응을 유발하고 진짜로 감염이 됐을 때 면역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빠른 개발과 높은 효능이라는 장점을 가진 mRNA 백신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1년 만에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2천만 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넥스트 팬데믹이 와서 또다시 신속한 백신 개발이 필요할 때, 이번 경험을 통해 얻게 된 mRNA 백신이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주가 나오기 때문에 중화항체 100% 예방 효과가 있던 백신도 변이주에게는 20%, 30%로 효과가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부스터 샷 접종을 하는데 이는 T세포의 역할 때문이다. 변이주에 대한 중화항체의 효과가 크게 떨어져도 T세포는 돌파 감염을 막거나 중증 진행을 예방하는 효과를 그대로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나쁜 면역의 경우다. 신 교수는 “면역 반응이 나쁘게 작용을 해서 중증 질환을 일으킬 때는 호중구, 단핵구, 대식세포 등이 작용을 하게 된다. 즉 신종 바이러스 질환에서 사망의 원인이 되는 것은 실제로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 자체 때문이 아니라 염증 반응이 과잉되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것을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 과잉 염증 반응이라고 한다”라며 “코로나19 당시 이를 제어하는 치료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염증을 약화시키는 대표적 항염증 약물인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처방했는데 이것이 과잉 염증 제어에 일등 공신이 됐다”라고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신 교수는 “다른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약물이 코로나 중증 환자나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킨 환자에게 약효를 보였던 것처럼 팬데믹을 통해서 많은 치료법에 발전이 있었고, 그것이 또 교훈이 되었다”라며 “넥스트 팬데믹에 대한 면역학적 대응을 위해서는 좋은 면역을 활성화하는 백신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지의 감염병X가 나타났을 때 신속한 백신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면역 반응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이것도 제어하는 방법을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학습했기 때문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
▶ 신의철 KAIST 의과대학원 교수가 ‘넥스트팬데믹에 대한 면역학적 대응’을 발제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넥스트 팬데믹, 내일을 위한 오늘의 전략들
발표 후에는 한호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를 좌장하고 하고 나운성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이재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유미 질병관리청 위기대응총괄과 과장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국내 대응전략을 점검하며 넥스트 팬데믹 대응을 위한 인수공통감염병, 백신개발 현황과 산학관 협력 방안 등 주요 이슈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나운성 교수는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는 슈퍼 전파로 알려진 현상으로,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감염을 초래할 수 있어 공중 보건학에서의 예방이 중요하다.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환기와 마스크 착용이 핵심이다. 공기를 통한 감염뿐만 아니라 접촉 감염으로 인한 확률도 높기 때문에 손 씻기도 필수적이다”라며 “이러한 예방 조치는 무증상 환자로부터의 질병 전파를 막아주고, 고위험군을 보호하여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역학적 대응, 사회적 대응, 그리고 의료적 대응이 필요하며 개인위생과 사회적 대응은 넥스트 팬데믹 초기 대응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전염병 대응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면 교수는 “현재 사용 가능한 과학적 기술 혁신을 완전히 최적화하면, 백신 개발을 약 250일까지 줄일 수는 있다. 따라서 100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백신 개발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관련된 병원체에 대해 이전에 개발되고 특성이 잘 알려진 프로토타입 백신을 적용하여 병원체 특이적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임상시험 인프라, 스탠다드와 시험법의 가용성과 준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백신 효과를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필요하다. 실험용 백신의 신속한 제조와 검증을 위한 글로벌 역량도 만족되어야 한다. 병원체와 발병의 조기 특성화를 위한 글로벌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정대균 책임연구원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재조합 단백질 기술과 합성생물학 기술들을 바탕으로 스마트 백신을 만들려고 한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백신으로, 기존 백신보다 훨씬 효능이 업그레이드된 백신이다. 부작용도 적으면서 변이에도 강한, 범용 백신 같은 것을 말하는데, 앞으로 개발하게 될 백신은 스마트 개념을 넣어서 비축을 해놓아야 한다”라며 “넥스트 팬데믹이 오면, 비축되어 있는 스마트 백신 탱크에서 하나씩 꺼내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mRNA 백신의 경우엔 개발 기간이나 허가 관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재조합 단백질 백신의 경우에는 기간이 좀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전임상 데이터까지 확보해 놓지 않는다면 앞으로 팬데믹 대응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
▶ 김유미 질병관리청 위기대응총괄과 과장이 지정토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김유미 과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는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하는 기간으로 신속 준비가 필요하다. 유행과 종식이라는 이분법 대신에 대유행기와 대유행 간기를 포함한 전주기적 역량 강화로 패러다임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에 정부는 신속하고 협력적인 위기관리와 회복 탄력적 대처로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실현한다는 비전하에 신종 감염병 대응계획을 세웠다. 그 핵심과제는 신종·변종 감염병 예방 및 조기 시스템 강화와 신속한 대응 조치로 유행 확산을 차단하고 대규모, 장기 유행 대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또 효과적인 위기관리와 전 사회적 협력 대응 기반을 조성하고 감염병 위기 충격 완화와 조기 회복을 위한 지원체계를 정비하며 대응 수단 개발 가속화를 위한 R&D 지원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