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택배 포장을 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에게 고춧가루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목욕을 다녀오며 우체국에 들러서 고춧가루를 택배로 보내기로 하고 달걀 두통까지 함께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다. 정기적으로 다니는 목욕탕의 한 달에 두 번 휴일이 어제였다. 휴일이 되기 전에 화가에게 부곡으로 목욕을 가서 김해로 이동하여 식당에 고춧가루를 전달하고 밥을 먹고 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안되겠단다. 화가가 안된다면 안 되는 것이다. 차의 트렁크에 택배 보낼 것을 실어 놓았다고 했더니 화가가 식당에 다녀오자고 한다. 진작에 그렇게 얘기해 주었더라면 달걀을 하나하나 종이에 싸는 수고를 덜었을 텐데~ 아쉬움이 스쳐갔지만 택배비를 아끼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덤으로 맛난 점심 식사까지 하게 되었다. 식당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시장을 보고 있는 중이란다. 화가가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먹고 싶어하고 밥은 갓 지은 흰쌀밥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더니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되는대로 준비해 보겠단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정성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11시 30분까지 도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래도 11시 50분쯤은 되어야 할 것 같아서 시간 변경 메시지를 보냈더니 한참 동안 문자 확인을 하지 않는다. 11시 30분이 지나니 드디어 문자 확인을 한다.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약속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으니 확인을 한 것이다. 화가와 함께 식탁에 앉았더니 그녀의 남편 되는 이가 이제 막~ 밥이 다 되었다고 알려준다. 우리의 도착시간까지 계산하여 밥을 지은 것이다. 세 개의 밥솥 중에 하나가 우리의 몫,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작가는 어떤 밥이든 잘 먹으니까 밥에 까다로운 화가의 몫이다. 그녀는 손님들에게 잡곡밥을 제공한다. 갓 지은 흰쌀밥을 입에 넣으니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식당의 드나드는 보통의 손님과는 다르게 특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웃는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듯이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 사춘기 시절에는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서 넓은 곳에서 마음대로 뛰놀고 싶었는데~ 젊은이였을 때는 일이 바빠서, 할 일이 많아서 사람들의 무관심이 오히려 좋았는데~ 이제는 아이가 되어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고 특별한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막냇동생 부부를 식당에서 만났다. 식사를 끝내고 찻집으로 이동하여 차와 맛난 빵을 사 주었다. 대접받은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바쁜 시간을 우리에게 내어준 것이 더욱 고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화가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4박 5일간 집을 떠나야 하니 닭들에게 먹이와 물을 충분하게 준비해 주어야 한다. 닭장마다 커다란 모이통을 넣어주고 사료를 가득 채워주었다. 물통에도 물을 가득 담아주고 거위를 위해서 별도의 물통 두 개를 더 넣어 주었다. 화가가 바깥 창고에서 사료를 세 번이나 가져오고 물통도 깨끗이 씻어 준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하게 끝났다. 구운 달걀과 생식을 담은 컵을 차반에 얹어서 바깥으로 나가 그네에 앉았다. 과수원 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 화가를 불러서 나란히 그네에 앉아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네에서 바라보니 목단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름다운 목단 꽃들을 영상으로 담고 노란 꽃을 계속 피워내는 죽단화도 사진으로 찍는다.
첫댓글 집에 가축이나 화분이 많으면 장시간 나드리는 힘들지요 물을주어야 하니까요 소담스런 목단꽃이 눈길을 끄네요 오는도 웃음가득한 시간하세요
네~
화분은 없지만
가축이 있으니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왕비암님도
행복한 날 되셔요. ^^
4박5일 닭들이나 토끼가 주인 없이 심심 하겠습니다
네~
그럴것 같습니다.
대광님이 오셔서 동무해 주시면 될텐데요.ㅎㅎㅎ
목단화 앞에서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가 정겹습니다
4박5일 멀리 가시나 봐요
굿 밤 되세요
네~
멀리 떠나 왔습니다. ^^
하모나님도
굿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