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유옹 송창재
1,
나는 수련장이 세 권이나 있고 전과는 두 권이나 있다.
표준전과와 수련장
동아전과와 수련장.
신학기가 되면 책에 맞추어 참고서사러 서점에가는 아이들이 부러웠는데..
사지도 않으면서 서점에 따라가기만 했다.
그래서 지금도 책 사는 것을 좋아하고 책값은 아끼지 않는다.
보지 않으면서도 겉표지를 넘길 때의 신선한 촉감과
그 기대감, 내용에 대한 설렘이 나는 너무좋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 교무실에 들렀다 가거라.”고 하신다.
잘못한 일 없는데…
전과 두 권과 수련장 두 권과 급식 옥수수빵 세개를
싸 놓으셨다.
“집에 가서 수련장 풀고 다 풀면 나한테 가지고 와서 검사 받아라.
그러면 다른 책 또 줄게.
빵은 가져가서 먹고.”
그래서 내가 공부를 잘 했고 배가 나왔나 보다.
가난한 나를 주려고
서점에서 선생님께 증정판으로 드린 참고서를 모아서 내게 주시는 것이다.
오늘 점심으로 나왔던 도시락이 없는 애들에게 주는 급식 옥수수빵을 모아두었다 주신 것이다.
배고픈 줄 아시고.
2.
성은 중학교도 못 가고 누렁이를 몰고 나하고 메깥에 가서 누렁이 풀을 먹인다.
지게 바자기에는 싱싱한 풀을 하나가득 베어서 얹어두고 더우면 둠벙에가서 멱을 감는다.
둠벙가 물 오른 버들가지를 꺽어서 낫으로 다듬는다.
자기 하나 나 두개.
“집에 가서 심심할 때 불어.”
성은 너무 세게 불어 눈물이 난다.
살살 부르라니까 힘들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란다.
나는 안다.
성 친구들의 중학교 검정교복을 입고 번쩍거리는 모표를 단 모자를 쓴 모습이 멋져 보여서 부러웠던 것이다.
그렇지만 성한테는 누렁이도 있고 나도 있다.
성은 풀무치도 잘 잡고 때까지도 잘 잡고
물방개도 잘 잡아서 고무신에 넣어 주었다.
성은 풀밭에 누워서 하늘 쳐다보고 노래도 잘 불렀다.
“창열아, 우리 나중에 나는 의사선생이 되어 네 다리를 낫게 해 줄테니, 너는 판사가 되어 억울한 사람들 많이 도와줘.” 했는데
나는 성한테 거짓말 약속을 하였다.
이렇게 자연에 동화되어 그속에서 인간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푸른 들판 하얀 하늘 둠벙 메깥 메뚜기 산새 나비 물메암이 풍뎅이 소금쟁이들과 산적처럼 시커먼 성은 내 평생을 이끌고있는 스승이다.
성은 다시 태어나서 의사 선생이 되기위해
스스로 하늘로 갔다
이제는 내려와 의사하면 될텐데…
의사가 아니어도 성은 내 선생님이야.
보고싶다. 성!
3.
“이 원고 다른 애 주자.
왜요?
너는 많은 사람들 있는데서 는 앞에 나가 웅변하기가 어렵잖아.”
예선대회에서 당선된 직접 써서 웅변한 원고를 대중앞에 나가서 학교 대표로 발표하기에는 장애인인 내가 창피했었나 보다.
그 원고를 다른 애에게 주어 그 애를 학교 대표로 내 보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들 앞에서 내 뜻을 떳떳하게 말할 수 없었고 시선을 피하게 되고 자신이 없어져 갔다.
그 사람도 선생이었고 교장도 되었고 정년퇴직하며 훈장도 받았고,
그때에는 연금이 없었으니까 연금은 못 받았겠다.
그 사람은 나를 기억할까?
그 사람도 선생이었다.
내 스스로 세상을 알게 만들어
내가 나를 인식하게 만들었으니!
4.
나는 어떤 선생이었을까?
이렇게 보고 이런 것을 느끼면서 크고 자랐던 나는 먹고 살기위한 수단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과외선생에 불과 했을까?
단순한 지식을 팔아서 남들처럼 치부했던 모리배 선생이었나?
단연코 나는 아니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했었다.
“이번 신학기에는
필요한 참고서와 문제집들의 출판사와 저자들 적어서 내게 제출 해.
내가 한꺼번에 싸게 구입해 줄 테니 정가에서 남는 돈으로는 다른 곳에다 사용 해.
신학기에는 돈이 많이 필요 하니까.”
20여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학년별 과목별 필요한 참고서 문제집들을 도서총판 보급소에서 일괄 구입하였다.
그러면 구입가가 많게는 정가의 반절 값도 안되는 경우도 있었고, 보통은 70% 수준이었다.
아이들이 다섯 파트내지 여섯파트여서 상당한 액수를 절약하여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면 보급소에서 내몫으로 몇권의 책이 덤으로 왔다.
그책들은 내 선생님이 나에게 그러 하셨듯이 나도 필요한 아이들을 불러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다 풀어오면 검사를 하고 또 얻어주었다.
바로 선생님한테서 내가 배운 내리 사랑이었다.
아이들은 알 수가 없었겠지만,
그 때가 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있었던 때 였고 힘들면서도 떳떳하게 밥 먹고 살 수 있던 때였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땠을까?
그냥 지식만 전수하는 과외선생에 불과했었을까?
나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 아이들은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커다란 스승들 이었고
그 부모님들도 나를 신뢰하여 아이들을 완전히 맡겨주셨으니
나는 내 제자들이 내 자식 이었다.
지금도 전화하고 선물도 보내는 아들 딸같은 아이들이 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욕먹지 않을 스승으로 언제까지 남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저희 아이들의 삶의 방향과 방식들에 대하여 물어오기도 한다.
그러면 오히려 그때보다 더 오래 살아온 나는
아이들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지금도 제대로 살고, 앞으로도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수 있도록 할수 있겠나 대답하기가 무섭다.
갈수록 자신없고
갈수록 세상이 무서워
아이들이 모두의 스승이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네 아이들을 보면 네가 어찌 살았는지 나는 알 수 있으니까
네게 스승이 될 아이를 만들어라.
첫댓글 유옹 선생님 영상 12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5월 둘째주 수요일 비내리는 오후시간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오후시간도 일교차에 건강유의 하시고 빗길 안전운전 하시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 🧡
가랑비가 참 예쁘게 오고있어요!
네ㅡ
한번의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 합니다...
불타는 창작 의욕이 부럽습니다...
다 내공의 문학 스찔 잘 배우고 갑니다 ㅡ 꾸우벅!!!
칭찬이시죠?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