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얘들아 이제 김치는 사 먹자꾸나”
달라진 김장 풍속도
남녀 2507명이 답했다
< 일러스트=김영석 >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그런데 예전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남들은 김장을 할까 안 할까.
우리 집이 유독 김치에 집착하거나, 반대로
무관심한 건 아닐까.
지난 22일은 ‘김치의 날’이었다.
대한민국 법정기념일 중 유일하게 음식이
주인공인 날. 한민족의 밥상에서 김치가
가진 위상과 의미는 그만큼 크다.
11월 22일이란 날짜에는 배추, 무, 마늘 등
김치 재료 하나하나(11)가 모여 면역 증진,
장내 환경 개선, 비만·노화 방지 등
22가지 이상의 건강기능적 효능을 갖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최저기온이 섭씨 0도 이하인 날이 지속되거나,
하루 평균기온이 4도 이하를 유지할 때가
김장 최적기다.
11월 중반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겨우내 먹을 김장 김치를 담그는 이유다.
‘아무튼, 주말’은 SM C&C 플랫폼
‘틸리언프로’에 설문 조사를 의뢰했다.
20~60대 남녀 2507명이 응답했다.
이 빅데이터로 김장의 달라진 지형도가
드러났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6%가
“올해 김장을 하지 않는다”
고 했다.
김장 담그는 가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 덜 하고 더 사 먹는다
설문 응답자의 31.4%는
“김장을 직접 한다”,
20%는
“시댁(본가)이나 친정(처가)에서 같이하거나
얻는다”
고 답했다.
둘을 합하면 51.4%. 아직까지는 월동
준비로 김장을 하는 가구가 그러지 않는
가구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역전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직접 한다”
는 응답은 60대에서 44.3%, 50대 30.9%
, 40대 29.9%, 30대 25%, 20대 26.7%였다.
20대에서는
“직접 한다”
와
“시댁이나 친정에서 같이하거나 얻는다”
를 합쳐도 43.7%로
“하지 않는다”(56.3%)
보다 낮았다.
서울에 사는 주부 서은아(44)씨는
“우리 집뿐 아니라 양가 부모님들도 김장을
담그지 않고 김치를 사 드신다”
고 했다.
“시어머니와 친정 엄마 두 분 다 70대
중반이세요.
이제는 김장 담그기가 힘에 부치신대요.
제가 주부긴 하지만 김장 김치를 혼자 해본
적이 없어서 엄두가 나질 않고요.”
< 그래픽=송윤혜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2021 김치산업 실태조사’에서,
김치를 가정에서 직접 담그는 가구는
2017년 56.3%에서 꾸준히 줄어 2021년
22.6%로 쪼그라들었다.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김치를 예전만큼
먹지 않기 때문이다.
1인 1일 김치 섭취량도 2010년 109.9g에서
2020년 88.3g으로 줄었다.
박익환(54)씨는
“원래 김치를 즐기지 않아 예전에는
‘한국 사람이 왜 김치를 안 먹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며
“요즘은 김치 안 먹는 사람이 많아져
이상하게 안 보니 좋다”
고 했다.
김장을 하지 않는 데는 코로나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김치를 직접 담근다”
고 한 응답자는 2019년 41.7%에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엔 23.6%로
급락했다.
반면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는다
(가족·지인에게 얻는 김치 포함)”
는 답변은 2019년 58.3%에서 2020년 75%로
껑충 뛰었다.
경기도 판교의 한 IT 업체에 다니는
김준수(43·가명)씨는
“코로나 때 온 가족이 모이는 김장 행사가
사라졌는데, 아내보다 내가 더 기뻤다”
고 했다.
“해마다 본가에서 형과 여동생 가족이
모여서 김치 50포기를 담갔어요.
본가, 처가에서 받아온 김치로 냉장고가
폭발 직전이었지요.
맞벌이라 집에서 밥 먹을 일이 별로 없어요.
애들이 김치를 좋아하지도 않고요.
형, 여동생도 생각이 비슷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머니가 워낙 김장에 애착이 있으셔서
다들 말을 못 하고 있었죠.
2020년 어머니한테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 올해부터는 김장을 하지 말자’고
제가 총대를 멨어요.
형수님과 여동생이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웃음)”
김치를 사 먹는 가구는 코로나 이후
크게 늘었다.
‘2021 김치산업 실태조사’에서 ‘상품김치 구입’이라는
답변은 2017년 10.5%에서 2021년 33.1%로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2020년 31.3%로, 전년(15.4%)에 비해
껑충 뛰었다.
이번 설문에서 ‘양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김장을 할 건가’ 묻자
“사 먹는다”(63.1%)가
“직접 담근다”(36.5%)를 압도했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는
“과거 집집마다 메주를 띄우고 장 담그던 풍경을
보기 힘들어졌듯, 김장 김치도 사 먹는 게
당연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보다 해외서 더 사랑받는다
한국사에서 김장 김치에 대한 기록은
1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속리산 법주사에는 커다란 돌항아리가
묻혀 있다”
며
“신라 33대 성덕왕 19년(720년) 설치된
이 돌항아리는 김칫독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했다.
이처럼 긴 역사를 지닌 김장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을까.
설문 응답자 중 45.4%가
“김장이 필요하다”고 답해,
“필요하지 않다”(34.3%)보다 많았다.
여기에 “모르겠다”(20.3%)고
답한 이들을 합친다면, 여전히 한국인 절반
이상이 김장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녀 차이가 있었다.
남성 응답자들은
“김장이 필요하다”(52.5%)가
“필요 없다”(32.2%)보다 월등히 높은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필요하다”(39.7%)와
“필요 없다”(35.9%)가 엇비슷했다.
김장은 신선한 채소가 부족한 겨울을 나기
위해 조상들이 고안해낸 것인 만큼,
채소를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요즘에
구태여 김장을 담가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김장을 한 것도 아니다.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후 덕에
사철 푸른 채소 생산이 가능해서 대규모의 겨울
김장 풍습이 없으며, 거의 모든 김치는 제철
채소로 2~3주 이내의 소모량만 담그는 게 일반적”
이라고 했다.
요즘 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다.
김치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김치
수출액은 1억1886만5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6%, 수출량은 3만3828t으로
8.1%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 김치 수출국인 일본과 동남아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미국 김치 수출액은 3064만4000달러로
지난해보다 41.2% 증가했다.
과거에는 주로 한인 마트에서 한국산 김치가
판매됐지만 지금은 월마트·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 채널에서도 팔린다.
해외로 ‘종가’ 김치를 수출하는 대상 관계자는
“미국에서 김치 소비의 70%는 현지인”
이라고 했다.
김치의 인기를 증명하듯 미국과 유럽에서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기념하는 국가·지역이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니지아주, 뉴욕주,
워싱턴DC가 김치의 날을 제정·선포했고,
미 연방하원은 오는 12월 6일 김치의 날
결의안을 올려 채택할 예정이다.
영국 런던 킹스턴구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기로 했다.
----김치의 날을 맞아 지난 22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 1122명이 10000포기의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 김치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 김영근 기자 >
◇시대가 변했다 김장도 변해야
젊은 세대가 모두 김장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김치를 즐기지 않지만 문화 체험·교육
차원에서 김장을 배우거나 가르치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 사는 워킹맘 김현주(39·가명)씨는
“시어머니가 다음 주말 김장을 하시는데 배우고
체험하라는 차원에서 9살 아들을 데려가려 한다”
고 했다.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을 위해
홍신애씨가 개발한 ‘김치 밀키트’도 인기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박영애(31·가명)씨는
“김치는 좋아하지만 고향 부산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김장 김치는 싫다”
고 했다.
“미안하지만 엄마 김치는 너무 짜고
쿰쿰한 냄새가 강해요.
미국, 유럽 등 서양 음식 관련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샐러드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김치가 많은데, 제 입에는
그런 김치가 맞아요.
평소 먹는 음식과도 어울리고요.
내추럴 와인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김치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씨와 같은 젊은 김치 소비층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가 김치업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김치를
올린 타르트·케이크, 열무김치 국물을
동결건조해 분말 양념으로 만든
‘매콤 파우더’ 등 김치를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한 팝업 행사를 열었다.
대상은 아이돌 그룹 ‘세븐틴’ 멤버 호시를
종가의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로
기용하기도 했다.
호시는 ‘김치 러버’ ‘김치 소믈리에’로 불릴
만큼 김치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대상 측은
“영국을 비롯해 유럽권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고 국내 목표 소비자도 주부에서
MZ로 젊게 가져가고 있다”
고 했다.
정혜경 교수는
“겨우내 먹을 김치를 마련하기 위한 김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고 했다.
“김장이 하나의 축제, 문화로 발전했으면
해요.
엄청난 양을 의무로 하려니 힘들지, 조금씩
하면 김치만큼 재미난 게 없어요.
찬바람 불 때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온가족이 하루 모여서 그야말로 놀이하듯
서너 포기쯤 김치를 담그는 거예요.
즐거운 추억을 자녀, 손주들과 공유하는 축제로
김장이 이어진다면 좋지 않겠어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출처 : 조선일보]
[100자평]
오병이어
여름철에 김치를 사 먹어보니, 살 떨려서
어디 먹겠던가.
비싼데다가 조미료, 설탕 범벅으로 1개월을 넘기니
맛이 변질됐었다.
대수술뒤 퇴원하고도 김장을 담갔었다.
아들은 노발대발하더만... 내 입에 맛는 김치를
넉넉하게 담그니 좋았었다.
올 해 김치는 최고의 맛이다.
쪽파, 돌산 갓김치 까지도...
간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올 겨울 이작은 기쁨으로 지내리라.
74965
한국사람이 김치를 안담가먹으면 점점 김장김치는
역사적 유물이 되어버려 조만간 국민
기억속에서도 사라질것이고 결국 미래에 중국에서
김치는 중국꺼라해도 한국은 반박할수도 없겠네.
다 중국 원하는대로 되어가는군.
흐름이 그러니 민주당은 벌써 중국에 아부질이지.
새물결
김치는 좋은것이여!
김치 담그는것을 고통으로 생각말고 그냥 놀이운동
형식으로 즐기는 것이다.
왜? 김치는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하니까!
lonelycool
인터넷으로 묵은지 샀더니 2주만에 백태끼고 맛변함.
그냥 대충 버무려도 집김치가 최고!
재원39
사먹는 김치 첫째는 밑을수 가 없다.
고추가루만 이니라 김치 양념이 중국산이라니.
나이드신 어머님은 일은 며느리 딸을 시키고
입으로 지시를하는 김장전수업을 하세요.
예전에도 어른이 입으로 지시를하고 젊은
며느리는 지시에따라 손놀림으로 김장전수를
받았다.
내손으로 담거봐라 흐믓함마음 더해 얼마나
행복하고 맛있는지.
문태욱
겨울에 김장을 하는 풍속은 좋은 풍속이다.
이런 좋은 풍속을 이어나가자.
하늘담은우물
오랫동안 김장을 담궈오셨던 어머니들께서는
이제 노쇠하시어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꾸역꾸역
그 비싼 배추를 사오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더구먼.
어머니의 정성을 먹고 사는 것이지만 이젠 좀
쉬게 해 드리고 싶은 심정이 많을 듯.
anaruk
할만한 사람들은 직접 해서 먹고, 귀찮으면 남이
해놓은거 사서 먹고...
편한대로, 형편대로 하면 된다.
shincheol
김장은 월동준비의 한 행사였다.
그래서 대가족 가정에서는 200~300포기 김장을
담아 보관하여 겨울에 유일한 반찬으로 찌개로
다양한 요리재료로 사용하였다.
시대가 변하고 음식문화가 바뀌어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김장문화는 대를 이어 보유하고 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세천사
텃밭에 심은 배추를 뽑아 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배추 뽑아 다듬고 염장하다가 힘들고 또 힘들어서.....
이젠 진짜 나이들면 김장과 장담그기 등은
힘들어서 못하게 될 듯....
공장형 김치와 간장된장고추장으로 대체되는 거야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지만....
세상이 바뀌어가듯 우리 미풍양속과 입맛이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것은 정말 아쉽네요...
Veritas
잘 찾아보면 사먹는 것이 쌀 수 있다.
바쁜 현대인이 왔다갔다하며 여기저기서
차끌고다니며 재료사고 menhour 투입해서 먹는
것 보다 저렴할듯 하다.
물론 브랜드 김치는 더 비싼 것이 사실이고
111222
김장 김치 담구기 는 생산인구 증감과 정확히
비례한다.
둥이할머니
김장 담구는 날은 잔칫집 같은 기분으로 여러사람과
함께하고 대구탕에 보쌈으로 고기삶아 맛있게
먹었든 추억은 있다.
지금은 사먹는다.
식구가 없고 아이들이 아직 어려 김치를 잘 먹지
않으니 거창한 김장을 할 수가 없는 시절이다.
묵은지를 만들 수 없는 일이지만 편하고 언제하나
하는 날과장만할 재료도 필요없어 펀하다.
집집 마다의 특성이 있는 김치를 먹지는 못하지만
세상풍조를 따르지 않을수 없었다.
이것도 우리의 고유 행사일수도 있으니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편한대로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 고유풍습이
하나씩 없어지는 것은 아쉽다는 마음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