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개통, 안전한 대도심 터널로 빠르고 편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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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3월 22일(금) ‘빠르고 편리한 GTX, 터널 안전은?’을 주제로 제56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KOFST) |
지난달 말 GTX-A 노선 일부가 개통됐고, 철도 지하화 계획도 거론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지하 4~50m 대심도 터널을 통해 최고 시속 200km로 운행하는 만큼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3월 22일,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빠르고 편리한 GTX, 터널 안전은?’을 주제로 제56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개최했다.
안전규정 강화보다 중요한 것은 경각심
첫 순서로 함승희 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교수가 ‘GTX 철도터널 안전규정과 건설 현황’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대심도는 지하 40m 이하의 공간이라 지상 건물로 보면 15층 이상이 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어 피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지하 공간에서 지상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피난안전구역을 설계하고, 정거장에서 대합실까지 4분, 대합실에서 피난안전구역까지 2분, 총 6분 안에 대피하도록 하는 미국방화협회(NFPA)의 가이드라인을 강제규정으로 채택하고 있다. NFPA 규정을 권고사항으로 활용하는 다른 국가보다 우리나라는 대심도의 피난 안전 전략을 높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EU나 독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가 많은 방재 설비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함 교수는 “안전 시스템과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며 “2013년 부산 시청역 화재 진압 장면을 봤을 때 연기가 짙게 깔리는 상황에도 시민들이 피난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불꽃과 같은 위협적인 현상이 발생했을 때 황급히 대피하다가 다치는 사례가 있었다. 제아무리 방재 설비 규정 수준을 높인다고 해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관련된 지식과 사용 능력이 종합적으로 완성되어야만 안전 방재 시스템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함 교수는 “우리나라가 지금 가지고 있는 설비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화재 사례를 교훈으로 공학적인 검토를 통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최대한 해결하려는 노력들을 기울여왔다”라며 “다만 그 노력들이 실제로 필요할 때 활용되지 못하게 관리되는 부분들과 결합되면서 피해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은 늘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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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승희 서울시립대 방재공학과 교수가 ‘GTX 철도터널 안전규정과 건설 현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
대심도 재난에 맞선 기술 혁신 필요
두 번째로 이덕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대심도 철도 재난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대심도 공간에서 화재, 테러, 지진, 침수 등 복합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이나 구급 인력의 출동과 현장 접근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초기 대응이 어려워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대심도 지하공간과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초월적 재난에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대심도 철도는 미래 100년 대비 초월적 재난에 적합한 대응 기술과 기준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심도 터널 중간에 열차가 멈추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터널 안쪽 측부에 스크린도어를 내려 대피 통로를 확보하거나 계단부에 화재 발생 시 무동력으로 대피통로가 자동 동작하도록 하는 보완하는 설비를 연구개발 중이다. 또 이 책임연구원은 “철도 차량에는 화재 감지 시 비상정지 방지시스템과 영상감시장치가 구비되어 있으나 터널 내에는 감시 장치 부재로 신속한 관제가 어렵기 때문에 화재 시 이동형 영상 관제로봇을 보내서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관제를 하고 승객들을 밖으로 인솔하게 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밖에도 새로운 기술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이덕희 책임연구원은 “열차 내부에 소화수를 공급할 수 있는 연결관을 도킹시스템으로 넣어서 비상시에 내부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소화수가 공급해 화재를 진압하거나 이동형 로봇시스템에 방수구를 부착해 외부에서 차량 화재를 소화하는 등 새로운 기술 개발 아이디어가 있다. 또 증강현실이나 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체험형 피난훈련 시스템도 개발해서 보급할 계획이고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재난을 예측, 대응을 할 수 있는 통합안전관리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라며 “이것들이 실용화되어 대심도 철도가 보다 더 안전하게 운행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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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대심도 철도 재난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
안전, 대안, 사회경제적 측면 등 통합적 관점에서 운영 필요
발제 후에는 홍성걸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고, 박범준 국가철도공단 광역민자철도처 부장과 이승철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유지오 신한대 기계공학과 교수,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국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GTX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 제공은 물론 대심도 터널 안전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됐다.
박범준 부장은 “GTX-A 노선은 총 86km 길이로, 전 구간 지하 40m 이상의 대심도 터널에서 운행이 되도록 건설되어 있다. 대심도 터널은 곡선부를 최소화해서 고속전동차량 운행이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지표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상시 대응과 피난이 어려운 단점도 있다”라며 “화재 대응 시 본선 터널은 불연성 내화 구조로 되어 있어 화재에 안전한 구조이며 터널 내 차량 화재에 대비해 소방설비와 제연설비를 갖추고 있다. 대피는 본선 터널 환기구를 통해 이뤄지고, 그것은 3km마다 한 개씩 설치되어 있다. 정거장에서는 이중 방화 셔터가 설치되어 있어 화재의 열기와 연기로부터 승객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강 하저를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침수를 대비해 방수문도 설치되어 있다. 누수감지 시스템을 통해 누수를 감지하고 CCTV를 통해 모니터링한 다음 외부에 24시간 근무하는 관제실에서 방수문을 작동시키도록 되어 있다. 원격작동이 불가능할 경우, 현장에서 방수문 수동 작동도 가능하다. 또 인근 하천의 100년 빈도 홍수위 영향을 검토하여 지상 돌출 시설물을 홍수위 이상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지상의 물이 대심도 터널 안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내진 목표는 1등급의 성능을 확보하도록 되어 있고 설계 지진 강도는 평균재현주기 1000년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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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준 국가철도공단 광역민자철도처 부장이 패널 토론을 진행중이다. (사진: KOFST, 클릭 시 이동) |
이승철 교수는 “대심도 장대터널은 다른 공간과 격리되어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므로, 화재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GTX 공사 중에도 여러 차례 화재사고가 발생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했기 때문에 향후 공사 중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터널 내 배기 시스템과 피난 유도등을 연동시켜 화재 시 배기 방향을 소등하고 대피 방향으로만 점등해서 연기와 반대 방향으로 피난을 유도해야 한다. 또 소방대 접근 가능 지역과 육로로 접근 불가능 지역으로 나누어 각 조건에 맞는 연결 송수관을 설비해야 한다. 향후 철도 터널 전용 소방 특수차량으로 접근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무리 안전시설이 많이 설치된다고 해도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교육, 훈련, 안전시설에 대한 홍보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주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화재 안전 대피 요령을 습득해서 안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재 정량적 위험도 평가(QRA)를 살펴보면 화재 발생을 대비한 제연설비, 소화설비, 피난설비 등 화재 안전시설이 선진국 못지않게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유지, 관리, 보수를 통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뿐 아니라 보다 안전한 대심도 장대터널을 확보하기 위한 신개념의 소방 방재 기술 도입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지오 교수는 “지하 승강장 화재 시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가장 큰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도 제연 시스템에 대한 개선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량적 안전성 평가를 통해서 안전성을 검증하도록 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기준이 미흡하다. 게다가 터널 내 화재 상황과 연기의 이동 상황 파악이 어려워 대피 유도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정량적 안전성 평가결과를 활용하여 터널 내 화재 위치와 화재 열차의 위치에 따른 기본적인 제연 방향과 대피 방향을 설정하는 화재 대응 메뉴얼 작성과 비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안전한국훈련 등 재난 관리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철도화재 안전에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모든 지하철도는 준공 시 시스템의 시험·조정·평가를 통해 제연 풍량에 대한 시험과 평가를 수행한다. 그러나 서울의 주요 역사에 대한 측정결과 제연 풍량이 설계 풍량에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연 풍량 확보방안으로 주기적인 제연 성능 검증이 요구된다”라며 “터널 본선에서 화재 차량이 발생했을 때 상대 노선 차량의 안전 확보를 위해 선로가 없는 쪽으로 대피를 유도하는데 이 경우 열차에서 탈출하는데 3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강본 부국장은 GTX 재난 안전 외에 사회경제적 안전 측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본에서 2002년 경기 회복과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도 제한과 용적률을 대폭 풀어서 초고층 빌딩이 많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뉴타운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광역철도망을 이용해 도쿄로 와서 쇼핑하고 문화생활을 즐기게 됐으며 아예 도쿄로 이주해 사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시도시나 지방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정부가 GTX 1기 노선을 강원과 충청권까지 연장하고 2기 노선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지방의 인력 유출 문제가 발생해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라며 “GTX 1기, 2기 노선에 총 130조 원이 소요되는데 이중 민간 재원으로 75조 원을 충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추세에 들어섰기 때문에 민간의 수익 창출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런 경우 정부가 보전을 해줘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GTX를 재난 안전 측면은 물론 사회경제적 안전 측면까지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