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러시아의 크레믈린 궁전 앞에는 TV 생방송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2년에 한번 있는 행사로 러시아 국민브랜드를 선정하는 생방송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 브랜드/Narodnaya Marka>는 러시아에 각 분야 넘버원 공산품 20개를 선정하는 행사로 러시아 상공회의소가 주관하고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등 주요 언론사가 수만 명의 소비자에게 물어 선정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이다.
이 날 행사에서 20개 품목 중 5개 부문에서 한국의 LG와 삼성이 1위로 선정되었다. (삼성의 DVD 및 비디오 리코더, 홈시네마 / LG의 CD리코더, 에어컨, 진공청소기) 한 국가가 전체 선정 품목의 4분의 1을 석권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국민브랜드로 선정된 제품들은 향후 2년간 해당 분야의 대표 제품으로 공인받게 되는 영광을 누리며 TV, 라디오 등을 통한 공동광고를 비롯해 고유 스티커 부착이 허용되는 등 높은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3회 이상 1위를 기록하면 국민브랜드 마크 영구 사용권을 획득할 수 있는데 삼성은 컬러 TV가 국민브랜드상을 3회 연속 수상, 영구브랜드의 영예를 안았다. 현재 이러한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네스카페와 코카콜라, P&G등 으로 전자제품으로는 삼성 컬러 TV가 처음이다. 이는 일찍이 러시아에 진출했던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유수 경쟁사 제품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
러시아에서 한국 브랜드 열풍이 거세다. 모스크바강을 가로질러 크렘린 광장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다리는 원래 제 이름보다 LG다리와 삼성다리로 더 불려진다. 5m간격으로 삼성과 LG를 알리는 광고물이 설치되어 있는데다 러시아인 2명 중 1명은 LG전자나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으로 집안을 채웠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부는 한국열풍! 그 한가운데 LG와 삼성이 있다.
▶ 생활속에서 러시아인과 함께 호흡하는 친구, LG!
LG전자의 성공 신화는 1998년부터 시작된다. 그 해부터 LG전자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LG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180여개의 도시를 순회하면서 LG페스티벌을 개최하고 LG요리 교실을 열었다. 지금도 러시아의 유명 가수를 초청한 콘서트, 미스 LG 선발대회, LG 가라오케 경연대회등으로 구성된 LG페스티벌이 열리면 그 지역은 약 15만명이 운집하여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콘서트 막바지에는 러시아 가수의 선창에 따라 지역 주민들이 다함께 LG송을 부르는데 러시아어로 바꾼 이 LG송은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이 있기까지는 그들의 땀과 눈물이 수반되어야 했다. 1998년 8월 17일, LG 브랜드샵 2호가 문을 열고 거의 일주일만에 러시아에 모라토리움이 닥친다. 경제가 불안한 속에서 대부분의 외국기업이 철수하기 시작하고, 소니, 파나소닉등 큰 기업도 사업의 규모를 축소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철수도, 축소도 하지 않고 거래상들 옆에서 사업 활동을 계속했다. 거래상들은 어려울 때 그들을 버리지 않고 그들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LG전자 사람들을 "친구"라 부른다.
LG전자 러시아 주재원들에게는 휴일이란 없다. 주재원 20명 모두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가방을 싸들고 러시아 각 지역에 흩어진 딜러들을 만나서 국내선 비행기에 오른다. 지방도시의 어린이 축구 교실을 후원하기도 하고 몇 년째 고아원을 방문해 후원자를 자처한다. 러시아의 핏줄까지 파고들겠다는 그들의 의지대로 LG전자는 이제 러시아인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
▶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선 러시아인의 동반자, 삼성!
1998년 모라토리움이 터지자 삼성은 기로에 선다. 그동안 후원해오던 볼쇼이 발레단과 테니스 경기등 문화행사를 계속 지원할 것인가. 사업규모를 축소한다. 철수한다 등으로 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때, 다른 단체를 후원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결국 삼성전자는 믿음과 신뢰로 그들곁에 남는다. 모라토리움 당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후원을 포기하지 않았던 삼성은 그 후 볼쇼이와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의리를 중요시하는 러시아인들은 이제 수백만달러를 싸들고 와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있어도 고개를 젓는다. 그들에게 삼성은 단순한 후원자 이상의 든든한 동료인 것이다.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는 삼성의 디지털 제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삼성이 있다. 최첨단 디자인과 기술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현지 젊은이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견학코스이다. 갤러리삼성을 찾은 러시아 아이들은 삼성의 가전제품이 가득한 주방을 어머니께 선물하는 것이 꿈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말 그대로 꿈의 삼성이 된 것이다.
남한면적의 171배가 넘는 거대한 나라 러시아! 이 거대한 땅에 한국의 두 쌍두마차가 지휘하는 코리아 브랜드 연합군이 있다. 이들은 이제 하나의 기업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름이 되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 브랜드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이러한 영광을 안았다는데 그 의미가 더욱 뜻있다. 서로가 적으로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는 고급 브랜드다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면서 서로의 브랜드에게 도움을 준 효과! 이는 해당 기업은 물론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다른 한국의 기업들까지도 러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첫댓글 오옷~ 꼭 봐야겠네요. 정보 감사해요~
우와..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와 너무 재밌겠다..ㅎㅎ 우리 가족들은 8시 반에 금쪽같은 내새끼 보는데 저거 다음에 하네..딱이다..-_-
진정한 친구는 어려울때 돕는 것입니다. 다행히 모험은 성공했지만 말이죠...ㅋㅋ. 상거래에서 한번 쌓인 신뢰감은 정말 중요하죠. IMF때 유럽기업들에게 정서상 고마워하는 이유도 어려울때 도왔고, 히딩크조국 네덜란드의 필립스라는 브랜드도 참 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