密偵(The Age of Shadows). 2016년. 140분.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이병헌, 츠루미 신고, 엄태구.
목요극장 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따라 <밀정>을 보기로 했다.
지난 9월 개봉돼 800만명을 돌파한 화제작으로, 다시 한번 송강호의 티켓 파워를 증명했다 하겠다.
이 영화는 1923년 일제시대 황옥(黃玉)경부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조선인으로 한때 독립운동 진영에 몸 담았던 황옥이 변절해 일본 고등경찰인 경부로 일하던 중 의열단의 김시현과 함께 상해에서 폭탄을 들여오다 붙잡힌 사건이다. 황옥이 의열단이었는지, 일본의 밀정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 속 의문의 인물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황옥은 검거된 이후 "일본 관리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공하면 경시까지 시켜줄 것이라고 믿고, 시키는 대로 밀정을 한 것뿐입니다"라고 실토했다. 그러나 그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김상옥을 피신시키고, 의열단원 김지섭을 국외로 피신시켰던 것을 보면 그의 정체가 정말 이중스파이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실제 폭탄 밀반입 사건을 일본 경찰에 밀고한 것은 의열단원 김재진으로 밝혀졌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김우진은 그 나름대로 눈치를 채고 오히려 이정출을 자기 편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암울했던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있는 두 사람은 서로 속내를 감춘 채 점점 가까워진다.
그런 과정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목적으로 폭탄을 들여올 작전을 세운다. 이정출의 동료인 하시모토(엄태구)가 이를 눈치채자 의열단원들은 상해로 모두 떠난다. 이정출도 이들을 따라 상해로 오게 된다.
잡아야만 하는 자와 잡힐 수 없는 자들, 서로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하는데......
이 작품엔 실존 여성 의열단원인 현계옥(한지민)도 출연한다.
# 이 영화는 할리우드 투자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의 첫 한국영화이다. 14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손익분기점은 420만명으로 큰 흥행수익을 남겼다. 할리우드가 한국 영화 제작에 직접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영화계와 영화시장의 위상을 증명한다 하겠다.
# <밀정>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콤비의 4번째 작품이다. 이들이 함께 작업한 작품은 송강호의 첫 주연작인 <조용한 가족>을 비롯해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이다. 이들 작품에서 보듯 김 감독의 작품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 및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캐릭터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밀정> 역시 항일과 친일, 그 경계선상에 선 당시 조선인들의 심적 분열과 모호함을 제대로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