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날뻔한 일
별다방에 아침부터 들러야할 일이 생겼다.국산 다방도 우후죽순으로 생겼기에 굳이 미국산 별다방을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후배가 선물로 보내 준 티켓을 써야할 때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만나기만 하면 쫑알쫑알, 초등학교 교장 출신답게 미주알고주알 그동안의 이야기로 즐겁게 해 주는 후배 작가이다. 그런데 전화 너머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집안 모양새가 걱정에다 근심스럽기 짝이 없어서 어서 나오라고 제촉했다.
"세수도 하지않은걸요." "헛참! 맨 얼굴 좀 보여주시구랴."내 넉살에 "그렇게 할 게요" 쉽게 대답했다. 10시 정각이다. 거리상 30분이면 도착할 게 확실시 된다. 초등학교 교사란 시간 지키는데는 뭐 터집잡을 게 없을 터다.
30분, 읽던 책을 펴들고 창가에 앉았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열 권을 쌓아 두고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중이다.,《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그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불안》이 철학자 다운 책으로 여섯번째 탐독한 책라면 이번 책은 다소 가벼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흥미롭다.
먼저 차례 앞에 딱 한 줄 '나의 멘토,동료,친구인 존 암스트롱에게'가 관심을 끈다.
1부 ㅣ낭만주의
매혹,신성한 시작,사랑에 빠지다.섹스와 사랑,청혼
1부가 끝날 때쯤 그녀가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창가에 있었군요. 난 저 안쪽으로 생각했구먼요."
그녀가 오른쪽 옆에 앉았다. 위랑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느라 홀쭉해진 상태로 일주일 전에 문학 기행때 잠시 본 모습보다 더 여윈 모습이다. 그냥 눈길만 주고 있는데 "저 신문에 날뻔했구먼요." 나는 눈만 부릎 뜨고 그녀의 입만 지켜보았다."내시경 끝나고 딸이랑 식당에 들렀지 않겠어요. 그곳에서 혼절하는 바람에 식당 주인부터 딸까지도 난리가 났거던요."무용담처럼 쫑알거렸다. 옆자리에서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 쓰고 있던 젊은 대학생 티가 나는 여인이 "커피 나와 있던걸요."라고 알려 줄 때까지 그녀의 쫑알거림이 이어졌다. 얼른 커피랑 빵 세트를 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