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승 삼보에 지심으로 귀의하옵니다.
조계사는 이제 두 해만 지나면 창건 100주년을 맞습니다. 이런 경사를 목전에 두고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께서 2007년 11월 13일자로 조계사 주지인 원담스님을 해임하고 현직 총무원 총무부장 원학스님을 임명하셨다는 이해할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총무원장 스님 스스로도 밝히셨듯이 해임에 대한 뚜렷한 사유가 없을 뿐 아니라 원담스님의 지난 3년간의 공적으로 보아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것이 조계사 신도들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담 스님의 해임에 대해 반대합니다.
첫 번째,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의 성역화 불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현재 조계사는 지난해 마무리된 대웅전 해체보수를 비롯해 삼존불 봉안과 일주문 낙성 등 1단계 성역화 불사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또한 지난 2006년 현대장을 매입하고 20억 원의 지방교부세를 받아 현재 한창 진행되고 있는 조계사 시민선원 불사를 비롯해 극락전과 종각의 해체보수 그리고 영산전 건립 등 2단계 성역화 불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실행을 눈앞에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대작불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주지를 교체하는 일은 불교 집안 어느 곳에서도 쉬이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장수를 바꾸는 격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계사 주지스님은 1단계 불사를 원만히 마무리했을 뿐 아니라 2단계 사업의 구상과 실행을 총지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둘째, 원담 스님은 취임 이후 신행활동의 혁신과 불교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셨던 분입니다. 조계사는 주지스님 취임 이후 기도비의 15%를 사회복지사업에 투자하는 등의 사업을 통해 사찰의 사회적 역할과 함께 조계사 신도들에게 나와 가족을 넘어 이웃에게까지 회향하는 기도의 지향점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지난 5월부터는 대웅전 24시간 개방을 통해 전국사찰에 도심사찰·포교사찰의 방향타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대웅전 24시간 개방을 통해서 그동안 포교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던 시장 상인과 직장인들이 법당을 찾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밖에도 1사1촌 자매결연 사업, 장애인 수계법회, 이주노동자 수계법회를 통해 약자와 소수자까지 아우르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이런 법회와 행사는 조계사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불교계 이미지 개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셋째, 사찰재정 안정화와 무엇보다 큰 기여를 했습니다. 최근 사찰이 온갖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불전 수입 감소와 기도비 감소 등을 경험하고 신행형태 변화에 따른 사찰 재정의 악화가 비일비재한 이때에 조계사는 주지스님 취임 이후 사찰 재정이 급격히 안정되었습니다. 신도수 증가를 통한 기도수입의 증가와 각종 불사 모연은 2단계까지 진행 중인 조계사 성역화 사업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런 3가지 이유와 함께 우리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사항을 요구합니다.
첫째, 총무원장 스님께서 구두로 그리고 총무부장 스님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히셨듯이 원담스님 해임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습니다. 4년도 안된 재임 기간을 두고 “너무 오래돼서 교체한다”는 황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조계종 사찰 주지의 평균 임기로 보거나 80년대 이후 역대 조계사 주지스님들의 임기로 보거나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경질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며 근거가 타당치 않다면 당연히 해임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둘째, 조계사는 사부대중의 공의에 의해 운영되는 사찰입니다. 최고 의결 기구는 사찰운영위원회이며 이 속에서 사중의 대소사가 논의되고 결정됩니다. 하지만 총무부장 원학스님이 기자회견에서 ‘공의를 모았다’고 한 내용들은 보면 조계사 신도들은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종단 정치 상황에만 맞춰 진행된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종무행정 시스템 붕괴는 물론 몇십 년을 이어온 신도회는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사찰이 정상적인 종무절차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원담스님에 대한 해임 철회는 물론 이번 사태를 야기시킨 당사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 스님! 원담스님은 불사를 원만히 마무리하는 등 추진력 있는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화합형 지도자입니다. 사중의 불협화음을 일소하고 위로는 총무원장스님을 보필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재 조계사는 이런 추진력과 화합력을 결합한 지도자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항해가 끝나지 않은 배의 선장을 바꿀 수는 없는 법입니다.
현재의 인사에 대해서는 조계사 신도들뿐 아니라 불교계 곳곳에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시어 한국불교 1번지가 수행과 문화의 도량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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