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시작된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아마도 임수혁 선수의 사망 사건일 것이다. 2000년 4월에 열린 경기에서 당시 2루에 있던 임수혁 선수는 충돌이나 다른 외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식물인간 상태로 10년간 투병하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성실한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이 부정맥으로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심장은 우선 심방이 먼저 수축하고 그 신호를 받아 심실이 수축하는 것이 정상이므로 심방이 원인이 되어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상심실성 빈맥이라고 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능하며 대부분은 증상이 없으나 증상이 있을 때는 가슴이 뛰거나, 피로, 어지럼증, 가슴이 답답한 형태로 나타나며 드물게 실신하기도 한다. 대개는 수 주에서 수 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 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근육의 손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심방이 너무 수축하게 되면 심실도 같이 수축하면서 맥박이 빨라지게 된다. 이 때는 낮에 맥박이 100회를 넘어서다가 밤에는 정상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젊은 성인에서는 여성이 90%에 달한다.
그러나 심방이 수축하면서 보낸 전기신호가 전부 심실이 수축시키는데 사용되지 않고 일부가 다시 심방으로 들어와서(re-entry) 2번 심장을 수축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는 다른 심장질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젊은 사람에서도 발생하고 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그리고 사타구니의 혈관으로 가느다란 카데터를 삽입하여 일단 심방을 수축시킨 전기신호가 다시 심방으로 들어오는 비정상적인 경로를 찾아서 차단하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심방과는 무관하게 심실 단독으로 분당 120회 이상으로 빨리 뛰기도 한다. 특히 200회가 넘어가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정상적인 심장기능이 불가능하여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서 실신을 하거나 더 심하면 심장마비가 온다.
대개는 이미 심장병이 상당히 진행되어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 즉, 심근경색이나 심장 근육에 병이 생겼을 때 자주 오게 되며 돌연 심장사의 가족력이 있어도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심한 빈맥이 30초 이상 지속되면 심장 제세동기를 이용하여 긴급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혈압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제세동기의 사용보다는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면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 그리고 필요한 환자에게는 카데터 치료를 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심장박동이 너무 빨리 발생하여 심장이 미처 수축을 하지 못한 시점에 다시 수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심장이 부들부들 떠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를 심실세동이라고 하는데 심장에서 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심장 자체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심장근육으로 가는 관상동맥으로도 혈액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심장 자체도 위험해진다.
이 때는 매우 신속하게 심장 제세동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응급상황이 된다. 위에 예를 든 임수혁 선수도 즉시 제세동기를 사용했으면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면에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제세동기가 대량 보급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제세동기를 비치해 놨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소에 거의 사용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막상 필요한 상황에서 있는 곳을 찾기도 힘들고 또 수년 동안 방치되면서 사용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고장난 상태로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꼭 필요한 시기에 최대한 빨리 사용함으로써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라는 점에서 평소에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간혹 영화를 보면 심장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실제는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실세동이 만들어진 다음에 적용해야만 한다.
만일 심실세동의 경험이 있거나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심실빈맥이 있는 경우, 그리고 좌심실 기능이 35% 이하로 떨어져 있는 환자는 심실세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 때는 아주 작은 크기의 심장 제세동기를 몸에 삽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