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사람 하나 /이기철
아름다운 세상이 어디엔가는 있을 거라고
혼자 회의하고 혼자 수궁하는 밤이 잦다
꽃 피는 걸 보면 내일이 아깝고
꽃 지는 걸 보면 한 해가 어두워진다
혼자 걸어와 한 해의 등불이 된 꽃나무
나는 저 꽃나무들이 제 가지에 꽃을 다는 동안
내 손으로 물 한동이도 주지 못했다
온몸이 입술인 저 꽃은 제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직은 향기 나누며 제 신명으로 핀다
나도 언제 저 꽃나무처럼
여민 단추 활짝 열고 햇빛으로 설까
먼 땅 어느 나라에는 전쟁이 터져도
참 좋은 꽃나무는 세상 한편에 등불을 건다
고요해서 거룩한 밤이 지붕을 덮는다
오늘 밤은 참 좋은 사람 하나
지구의 어느 방에서 잠옷을 갈아입는다
시인 소개
시인 이기철은 경북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 청산행" "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 등 다수의 시집 출간,
김수영 문학상, 박목월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이기철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움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고 온다
나는 이 말을 하기까지 예순 해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