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좀 이른 시간에 산행을 해도 될만큼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긴 날이다.
때맞춰 올라 온 공지는 맞춤산행처럼 반가왔다.
아침 8시 반 구파발 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인 밤골로 갔다.
버스 정류장 명칭은 효자2동 이다.
산행 시작전 인사를 나누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오늘 산행에 참여하여 반갑다는 인삿말씀과
내 가진것을 비우고 나뭇가지의 이야기도 들어보며 자연을 벗하라고 이야기 하신다.
늘 주중 산행만 하는 나는 주말에 산우들을 만나기는 지난번 사패산에 이어 두번째다.
22명이 산행을 했는데 아는 얼굴은 5명 처음 뵌 분이 이렇게 많기는
산방에 가입했던 작년 여름 이후로 거의 처음인것 같다.
밤골 계곡으로 올라갔다.
밤꽃이 많이 피는 유월에 오면 비릿한 밤꽃향이 코를 찌를텐데...
경사가 심하진 않지만 습도가 높은 날이어서 그런지 땀이 많이 난다.
대장님은 중간에 어디서 물을 마실 것이지 미리 다 계산하고 다니시나 보다.
후미까지 오고나서 5분. 두번을 쉬고 해골바위까지 갔다.
일부는 우회를 하고 일부는 해골 바위를 밟고 빨래판 바위를 거쳐 전망바위에 올랐다.
해골 바위에 고여있는 물을 마시면 득도 할 것 같았던 지난 여름이 생각난다.
처음 본 숨은벽은 경이로움 자체여서 숨이 멎을것 같았었는데
오늘 전망 바위엔 우리 말고도 많은 산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숨은벽은 모습을 드러내기 싫은가 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몇몇 사람에게만 잠깐 모습을 보여주고는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아래쪽에서 또 운무가 밀려온다.
그럼...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래야 다음에 또 오지....
숨은벽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
밀려오는 안개를 맞으며 "안개욕"을 하자고 하신다.
바위에 기대 보았다.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옷, 축축한 바위도 그런대로 괜찮다.
눈부신 초록의 능선이 보이진 않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얀 안개 바다도 가진것을 다 내려 놓게 만든다.
숨은벽을 우회하느라 한참을 내려온 만큼
호랑이굴 입구까지는 가파른 너덜길을 지루하게 올라가야한다.
땅만 보며 힘들게 올라 가던 중 갑자기 코끝에 가득 들어오는 나무향.
걸음을 멈춰서 그 향이 없어질때까지 서 있었다.
너덜길을 힘들지 않게 올라온 힘은 바로 숲의 향기였을 것이다.
작년에 한번 온 적이 있는 곳인데 그땐 호랑이굴 입구가 아래 위 두군덴지 몰랐다.
전엔 위로 들어 갔는데 이번엔 아래로 들어가 굴을 통과했다.
굴 입구에선 행복미소님이 배낭 다 받아주고
산행을 참 잘한다 싶었는데 도우미 역할도 야무지게 잘 한다.
산행 내내 컨디션이 별로였던 총각님이 발목을 접질렀나보다.
백운대를 가기 위해 쇠줄을 잡고 직벽을 오른다.
전에도 옆의 크랙으로 오른적이 있어 그길을 택했다.
바위가 좀 까다롭게 군다. 별로 반갑지가 않은가보다.
촉촉한 물기만 좋아하는지.... 거의 끝부분 오르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장님의 도움으로 마지막 한 발짝을 떼어 놓고 오늘... 바위는 그냥 두기로 했다.
백운대를 오르고 원주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오락 시간을 가졌다.
대장님이 첫 산행때 단단히 신고식을 치르셔서인지
처음 오신 분들 노래를 시키고 엉덩이로 이름도 쓰고....
다음부터 원주민 대장님 첫 산행 오시는 분들 준비하세요~~~~
가파른 너덜길을 올라 호랑이굴 구경을 한 만큼
여우도 쉽사리 자기 집을 보여주진 않는다.
길은 가파르고 미끄럽고...
거미가 쳐 놓은 거미줄이 마치 얼음이 얼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어쩜 그렇게 만들어 놓을 수 있는지...
여우가 없는 틈을 타 배낭을 먼저 내려 보내고 여우 집을 구경했다.
호랑이 굴보다 더 컴컴한 여우굴. 대장님이 랜턴을 비춰 주신다.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족탕도 하고 간단한 뒤풀이까지 하고 산행을 마쳤다.
무박 산행이 있어 바쁘신데도 공지 올려주신 대장님 감사합니다.
쉬운 코스 아니었는데 많은 이끌고 힘드셨을텐데도
끝까지 웃으면서 리딩하시는 모습...
그 웃음이 보고 싶어 산행에 참여했고 웃음이 전파되어 하루 종일 기분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시간에 맞는 공지가 올라오길 소망합니다.
먼저 내려가신 총각님 괜찮은지요...
설까치님도 총각님 데리고 내려 가는라 고생은 안하셨는지...
끝까지 후미 챙겨주신 소나무님 덕분에 편한 산행이었습니다.
후기에 몽마루님 이름 한번 불러 달라며 맥주 주신 몽마루님.
오늘 아띠 가입하고 첫 산행이라고 하셨지요?
역시 첫 산행이라하신 비스타님... 종종 뵈요.
오랫만에 본 좋은날님. 끝말방 훼밀리 비야언니. 그리고 현곡님
덕분에 어색함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주말에도 산행을 할 수 있음 좋은 분들과 다시 만날수 있을텐데
언제가 될런지 기약은 할 수 없지만 산에서 다시 뵐 수 있겠지요.
2007. 7. 28. 나의꿈
같이 하신 분 : 원주민 대장님
총각님. 솜다리님. 멋쟁이님. 설까치님. 몽마루님. 무대님. 빛과소근님. 향수님.
오드리님 외 2분. 오토님. 비스타님. 소나무님. 비야님. 라니님. 현곡님. 좋은날님.
꼼지님. 총무 본 행복미소님. 그리고 나의꿈 총 22명
일찍 사진 올려 주신 대장님 덕분에 후기에 사진 빌려왔습니다.
ㅋㅋㅋ 수정 했습니다. 여우굴 아래 토끼굴에 꼼지님 두고 왔나봐요. 꼼지양... 수고 했어요. 늘 사진 속에서만 만나다 반가왔어. ^^
나의 꿈님 주말 산행에서도 뵙기를... 후기 즐감..
무대님 의상능선에 이어 함께하게되서 기뻤습니다~ 반금련 같은 여자와 같이 할수 잇다면 하루를 살아도 괜찮다는~^^* 다음에는 더욱 반가이 뵙겠습니다~
저 역시 주말 산행도 가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분명 코스 설명이 익어 한참을 코스 그리며 쫓아 가긴 했는데..그 코스 언제 가봤더라?ㅎㅎ 대장님과 함께하신 아띠님 무더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외출하느라 이제야 짬이 나서 밀린 후기 읽느라 눈아포~ㅎ
어째 양지님이 안보인다 했더니~^^* 눈아포요? 호~~~~~~~~ 좀낫죠? ㅎ 즐거운 한주 되세요~^^*
언니가 여우굴인지 호랑이굴인지 통과 하면서 부딪혔다고 그랬던것 같은데... 여름이라 더운건 당연한거라 생각하고 잘 다녀왔어요. 하루에 다 가기 어렵잖아요. ^^
멋지고 아기자기한 후기글이네요. 어떤때는 산행보다 후기글이 더 재미있지요. 나의꿈님이 그런 케이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전 그래도 산행을 더 잘하고 싶은데요... 답글 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위에서부터 하나 하나 즐거운 마음으로 후글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