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신세륜이 나한테 한 말을 들은 여자들은 분명히 신세륜한테 뻑 갔겠지만 난 절대 아니다.
지금 내 앞에서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올린 채 거만하게 앉아서 사탕을 쪽쪽 빨고 있는
신세륜을 보면 조금 전 그 대담하고도 닭털 날리는 이야기를 여자한테 할 수 있는
애라고는 절대 생각도 못할 것이다.
진짜 저게 남의 혼삿길 막으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아, 이제 쪽팔려서 학교를 어떻게 다니냐고!
"너 남의 혼삿길 막으려고 작정했냐? 어?"
"어쭈? 꼴에 또 시집은 가시려고?"
"왜 그랬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거야!"
"너 내가 분명히 연기하려면 확실히 하라고 했지. 그딴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면 재미없을 줄 알아."
"너 진짜 그렇게 쪼짠하게 나올래? 무슨 남자가 협박이야? 어?"
"협박은 무슨. 세상 편하게 살자, 이거지."
저 뻔뻔스러운 얼굴 좀 봐.
인간이 너무 뻔뻔한거 아니야?
남의 약점 하나 잡았다고 해서….
"야, 너네 MT갈거지?"
"MT?"
또 갑자기 무슨 MT야.
학교 행사일리는 없고.
방학 중에 가는 건가?
"방학 중에 가는 거야?"
"응."
"세희야. 나랑 아르바이트 하자면서."
"방학하고 바로 가는 거니까. 내가 신청한다. 너네 둘 다 가는 거다."
"야, 세…."
저 가시나. 걸음이 빠르기도 하지.
갑자기 무슨 MT를 가자고….
나 원래 그런데 안가는거 뻔히 알면서….
뭐, 신청만 해놓고 안가도 되겠지.
"아무튼 이제 너한테 휘둘리는 일 없을거야."
"내가 신하륜한테 말해도 상관없다고?"
"그래! 이 추접한 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난 그렇게 말하고 뒤로 휙 돌아섰다.
그때 갑자기 분수가 뿜어져 나와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지금 내 가슴속이 더 뛰는 이유는
저 녀석이 정말 하륜이한테 말해버릴까하는 걱정때문이었다.
저 녀석이 정말 하륜이 한테 말하면 어떻게하지?
아, 몰라. 몰라. 계속 약점 잡혀 있는 것보단 낫겠지.
난 걸음을 재촉해 하륜이가 기다리고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들어섰다.
내가 들어서자 하륜이는 환히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난 웃으며 하륜이의 앞에 앉았다.
"수업 다 끝났어?"
"응. 미안. 좀 늦어서."
"괜찮아. 뭘로 마실래?"
"음…모카."
"알았어. 가져올게. 잠깐만 기다려."
하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난 하륜이가 보고 있던 책을 들척거렸다.
메소포타미아 신화?
메소포타미아 문명?
얜 메소포타미아에 관심이 많나보네.
새로운 사실이야.
"자, 마셔."
"아, 고마워."
"책 본거야?"
"응. 메소포타미아에 관심이 많나봐?"
"정확히 말하자면 수메르인."
"음. 우리 조상일 수도 있다지?"
내 말에 하륜이는 기분좋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쿨럭. 코피 터지겠다.
너무너무 멋있는거 아니야?
"참, 방학 막하고 나서 MT가는 거 알아? 아까 세희가 신청한다고 했는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자. 나도 신청했거든."
"그래?"
"재미있겠다. 나 그런데 가보는거 처음이거든."
그렇지.
하륜이는 한번도 그런 곳에 안왔었지.
나야 물론 첫 MT는 갔었지만….
그러고 보니 겨울 방학때 발굴탐사도 간다고 그랬지….
세희만 아니면 나도 가는건데….
"넌?"
"아, 나도 첫 MT만 가보고 처음 가보는 거야."
"그래. 세륜이가 곤란하게는 안해?"
"당연히 곤란하게 하지. 방금 전만해…아, 아니야. 아무것도."
"왜? 무슨 일 있어?"
하륜이는 궁금하다는 듯 말했고 난 하륜이의 눈빛을 피해버렸다.
저렇게 선한 얼굴로 쳐다보면 다 불어버릴 것 같애….
하륜이는 내 얼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어 버렸다.
내 얼굴이 그렇게 웃긴가?
"널 보고 있으면 참 즐거워지는 것 같아."
"어?"
"그리고 왠지 편안해지거든."
"고…고맙다고 해야하는 건가?"
"내가 고마운거지. 처음 전학 왔을 때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랬어?"
"그런데 너 한번 내 말 씹고 가버렸던거 기억나? 나 그때 얼마나 상처 받았다구."
내가…언제 하륜이의 말을 무시했었나?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미안. 기억이 안 나는데…. 아, 알겠다. 그때 내 짝꿍이었던 애 있는데 걔가 널 좋아했어.
그래서 나더러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그랬던 적 있었어. 하하, 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웃기다."
"그랬어? 난 그래서 그 뒤로 계속 말도 못 걸었었는데…."
하륜이는 아쉽다는 얼굴로 커피를 마셨다.
나도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커피 잔을 손으로 쥐었다.
따뜻한 커피잔이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7년간이나 좋아했던 사람이라니….
왠지 기분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방학이 시작될 동안 나와 세륜이는 항상 대치상태에 있었고
하륜이와는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지냈다.(물론 세륜이가 끼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지겹던 기말고사도 끝나고 MT떠나는 날.
날씨는 겨울 날씨치고는 많이 따뜻했고 난 크게 숨을 들이켰다.
새벽의 공기는 무척이나 상쾌했다.
엄만 주말마다 온다고 전화만 하다 결국 오지 않았고 나도 그런 엄마 포기한지 오래였다.
"빨리 왔네."
"야, 6시 출발이라는데 왜 이제와!"
하여튼. 이 놈의 세희.
시간 약속 못 지키기는….
"미안. 미안. 빨리 가자."
시간은 5시 55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나와 세희는 서두르며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정말 정각 6시에 버스는 출발해 버렸는지 경비원 아저씨는 쯧쯧 거리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럼 그렇지.
우리가 MT는 무슨 MT야.
그때 어디서 많이 봤던 차가 교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얀색의 깔끔한 차.
왠지 하륜이와 잘 맞다고 생각했었는…어? 하륜이잖아?
"이제 온거야?"
"어. 안 갔어?"
"11시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빨리 출발하더라고. 내 차 있으니까 너희 데려오라고 하던데. 타, 춥지?"
"너네가 제일 늦은거 아냐?"
신세륜. 저게 또 속을 박박 긁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신세륜의 구박을 들으며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그래. 니가 뭐라고 씨부렁거리던지 난 안 들을 거야.
세희와 세륜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짝짝꿍이 맞아서 내 욕을 해대며 마구 즐거워하고 있었다.
쟤네 왜 저래.
거기다 장세희까지 그럴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고픈데 휴게소에서 뭐 좀 요기하고 갈까?"
"좋지. 이 자식, 배고픈건 어떻게 알아서. 그리고 나 허리도 아프다. 뒷자석에 앉아야겠어. 야, 너 앞에 앉아."
하여튼 남 잘되는 꼴은 못보지.
하륜이는 저런 웬수 같은 놈이랑 뭐가 좋다고 아직도 친구를 하고 있는거야.
하긴, 하륜이 성격이니까 쟤 성격도 받아주는 거지.
그런데…하륜이한테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이야기 안 했나보지?
아직 하륜이가 조용한 걸 보면….
대충 우동에 만두를 먹고 우리는 다시 휴게소를 벗어났고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왠지 편안해 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세희와 세륜이는 배가 불렀던지 둘이 사이좋게 잠이 들어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어 버렸다.
"왜?"
"아니, 둘이 사이좋게 잠들어 버려서."
"어쩐지 조용하다고 했어."
하륜이도 그렇게 말하며 웃어 버렸다.
곧 얼마가지 않아 우리는 MT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회장오빠한테 나와 세희는 혼나기 시작했다.
아, 조금 늦을 수도 있는 거지 왜 그러신데….
난 대충 미안하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이 MT지 벌써부터 삼겹살 꿔먹고 술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나도 소주 몇 잔에 얼굴이 달아 오른 것 같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남의 바다 바람이 왠지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고 난 손을 활짝 펼치고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응? 세륜아. 정말 난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한번만. 응?"
"왜 그래! 사람 귀찮게! 말했잖아. 나 사귀는 사람 있어. 이딴 일로 사람 불러내지 마."
"세륜아. 너 없으면 죽어. 나."
"그럼 죽던지."
세륜이는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고는 뒤돌아섰다.
순간 난 세륜이와 눈이 마주쳤고 난 왠지 모르게 내가 훔쳐보고 있었던 것 같아 뒤로 돌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세륜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난 자리에서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야, 넌 여자친구가 돼서 다른 여자한테 남자친구 빼앗기게 생겼는데 그냥 돌아서냐?"
The Call - Backstreet Boys
첫댓글 세륜이의 마음을 이해할수 없어요 >.ㅜ
정말 ........... 재미있네요 ^ ^
ㅋㅋㅋ 세륜이는 가인이 놀리는 재미로 사나봐요..
글게.. 저도 세륜이의 맘을 모르겠네여.. 혹시 마음에는 있는데.. 가인이가 하륜이에게 맘이 있어서 본심을 표현 못하고 저런식으로 놀리는거 아닌가여? ㅋㅋ 하여간 세륜이가 귀엽네여..
세륜이랑 하륜이 마음을 이해하기 힘드네요, ㅜ
T^T..전 L O V E。보는 재미였는데..이제는 내가 너를..에 빠져 볼게요..ㅎ 역시 재밌구요 하륜이가 가인이를 좋아했으면..ㅎ 항상 재미있개 보고있는 에버랍니다 - ♡ 존경하구요 열심히 쓰세요 - !
전 세륜이하고 됬음 좋겠어요 ^_^ 하륜이도 가인이 좋아 하는 것 같은데, 세륜이가 좋겠어요> _<
정말 좋은 소설 이에요 세륜이가 가인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것 같던데,,ㅋㅋ 잘되길 빕니다.
The call 제가 좋아하는 노래예요~~^^
세륜이와 하륜이의 맘을 모르겠어요. 둘 다 가인이한테 맘이 있는건지... 가인이가 잘 선택할 일이지만요. 담편 기대되네요. 즐거운 한주되세요.
가인이한테 둘다 마음이 있는거 같은데...정말..궁금증을 자아내네요//^^
세륜이 귀여워요,ㅋㅋㅋㅋㅋ 가인이랑 세륜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륜이도 가인이 좋아하는 것 아니야 .... 작가짐 다음편 기대할께요 ^^
재밌어요 ㅋㅋㅋ
진짜 잼있어 > ㅡ ㅋㅋ 이렇게 잼잇눈 소설 처음 + +ㅋㅋ 빨리 다음편 나왓으면 좋캣다 > ㅡ ㅋㅋ
돌아서면 안 되지~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빨리 담편 써 주세요 ~ㅋㅋ>ㅁ<
세륜이 넘 웃기고 잼난다.. 말하는것도 유~ 하게 잘 넘어가고...ㅋㅋ 잼나요
ㅋ남자친구라
◐ 야한 자료 보기 ◐ http://cafe.daum.net/okyunicysjss <== 이것복사 ↑위에 ↑주소칸에↑ 주소 지우고 붙여넣기 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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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