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은 -조갑수-
칠곡군 골복실 작은 마을 딸아이 태어났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데 아들 둘 밑에 장녀 왠 말인가
하루하루 농사지어 사시는 부모님 허리 펼날 없고
동생들 업어 키우느라 나 허리 펼날 없네
큰오빠 작은 오빠 교복입고 학교 가는 길
몰래 숨어 눈물 흘리네
언제나 나도 공부 할 수 있을까?
기약없는 현실이 원망스럽네.
내 나이 65세. 자식위해 살아온 세월
이제는 나 위해 살고 싶다네
남들은 그 나이에 웬 고생~~하고 말하지만
못 배운 한을 배운 사람이 어찌 알까 싶네
가슴속에 묻어둔 못 배운 한, 고이 펴서 이제는 배워 보려 하니
기역 니은 디귿..... 읽고 보니 쓰기는 더 어렵네
가다말면 아니 간 만 못하다고 했던가
비오는 날도 눈 오는 날 도 매일 매일 구민회관 찾았네
침침한 눈 비비며 한자, 한자 쓰고 또 쓰고
아픈다리 주물러 가며 읽고 또 읽고
은행가는 것도 구청가는 것도 이젠 두렵지 않네
백세가는 인생길 중턱에서 소원 풀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