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방 / 허영숙 누구의 손짓에 저 물길 열리고 닫히나 무창포에 와서 누운 밤 물때를 만난 파도가 서로의 산실로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달의 인력에 떠밀려 만난 적 없는 듯 등돌려가는 마디마다 어떤 울음이 빼곡하기에 걸음이 저토록 질척거리는가 멀어진 틈의 간격을 메우며 비릿한 물 내를 품고 뜨는 섬 질펀한 그곳에 물고기자리, 조개자리성좌가 여기가 다시 무덤인 줄 모르고 몸 던져온다 수면에 뜬 아사달의 무늬를 좇아 물 속으로 뛰어든 아사녀의 그림자가 이루지 못한 것을 찾아 그믐달 속에 서성이는 밤 서로를 떠나서는 그곳이 감옥인 듯 싶었는지 이른 새벽 흰빛을 끌고 달려오는 물소리, 물소리 서로의 내밀한 몸 속으로 혀끝을 밀어 넣으면 물결 너머 또 물결이 붉은 아침을 저 먼 물금 위에 뜨겁게 띄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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