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기 수원지와 천성산 누리길을 계획하였던 지난 주에는 가랑비를 맞아가며 걷긴 하였지만 좀 힘들었습니다...
그런 데, 이번 주에는 태풍이 온다더니 다행 우리나라에는 오지 않고 일본으로 향하긴 했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제낍니다...
밤새껏 바람소리에 시달리다 6시 30분에 일어나 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초량 이바구길 - 동구 씽씽로드 - 엄광산둘레길 세 곳을 이어가는, 엄청 긴 루트입니다...
8시 15분 부산역에 도착하여 대구서 오는 후배를 만나 뜨끈한 유부주머니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 하였는데,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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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은 심심하면...툭하면...리모델링 공사중입니다...
할 수 없이 일단 약속장소로 가니 어르신이 와계시고...
우리는 시작점인 보리밥집으로 가서 소고기국밥 한 그릇을 먹고 조금 늦게 도착한 사직동 후배와 딸내미와 함께 일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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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의 시작점입니다...
부산역 맞은편 저 보리밥집서 아침을 먹고 앞의 이바구길 안내도와의 사잇길로 올라가면서 오늘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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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곳의 이름이었던 텍사스 거리란 명칭이 요즘 다시 살아났습니다...
미국인보다는 영어를 쓰는 필리핀 등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에는 텍사스 거리란 팻말도 붙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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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길 올라면서 만나는 옛 백제병원...
1922년 조선인 의사 최용해가 5층의 아카렌가 건물을 올려 부산부립병원, 철도병원 다음으로 인기를 모았던 병원...
그러나 인체해부박제 사건과 최용해의 개인적 신상 등으로 인하여 1932년 폐업을 한 이후 중국인 양모민에 의해 봉래각이란 중국집이 들어섰고 이후로 일본 아카츠키부대 장교숙소, 해방후 부산치안부대본부, 중화민국 임시 대사관, 신세계 예식장 등으로 이용되다가 1972년 화재가 나서 현재처럼 5층이 없어지고 4충만 남아 폐허처럼 있다가 근대사건축물로 지정된 이후 현재는 커피점이 들어와있다.
한때 많은 부산 조선인들의 시선을 모았던 건물...이제 다시 암흑의 역사를 딛고 관광지로 자리매김 하려고 한다.
그 옆의 남선창고는 일제시대때 지어져 명태저장고로 유명했었고 이곳을 경영하던 조선인 객주들은 경남공고의 전신인 학교를 설립하기도 하였었는데...
마지막 소유자였던 아무개씨는 근대건축물로 지정되려하자 헐어버리고 마트가 들어왔다...
워낙 많은 질타를 받은 탓인지 창고의 한쪽 벽면만 남겨 그나마 엣 모습의 일부를 볼 수 있게 해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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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따라 올라가서 좌측으로 꺾으면 이바구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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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온 후배에게 차이나타운 입구를 잠시 보여주고...
부근에 잘 남아있던 일본가정집 하나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뿔사...이것도 헐려버리고 원룸이 들어서버렸군요...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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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바로잡아 초량초등학교 앞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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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모퉁이를 돌면 여기서부터 담장에 초량 이바구길을 설명하고 인물들을 소개하는 담장이 죽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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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교회는 1892년 11월 호주 장로교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에 의해 부산에서 두번째로 설립된 교회였습니다...당연히 첫번째는 부산진교회이죠...일신여학교와 일신기독병원을 설립한...
1925년 주기철 목사가 부임한 이후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자 신사참배거부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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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박순천, 유치환 등 여러 인물들과 함께 산복도로. 즉 오늘날의 망양로와 초량의 역사 등을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는 이바구길 담장...
여기에는 이경규와 나훈아, 그리고 박칼린도 초량의 스타로 등극이 되어 있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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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산만디길의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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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68계단이 등장...
그런데, 저기 보니 모노레일이 설치되었네요...저거 타고 올라가면 되겠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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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타러 가는 승강장입니다...다른 꼬마 친구가 승객으로 먼저 와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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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트랙입니다...
이제 곧 열차가 내려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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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을 내리니 김민부 전망대입니다...
김민부(1941~1972)는 수정동 출신의 시조시인으로서 꽤 호평을 받았지만 젊은 나이에 화상으로 요절하였습니다...
그의 시들은 노래로도 많이 씌여졌는데, '기다리는 마음'이 대표작입니다...
오늘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가운데 흐린 부산항의 모습이 인상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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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봉산 아래를 휘감아도는 산복도인 망양로를 따라 걸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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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근에 장기려박사 기념관이 있어서 잠시 들렀습니다...
1987년 무렵 한 번 뵈 적이 있었는데, 몇 년 뒤에 돌아가실 줄은 몰랐지요...
무소유의 실천과 인술의 화신으로서 과히 후배 의사들에게 귀감이 되실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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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길의 안내신청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바구 자전거도 탈 수 있는 충전소...
건물 장식이 매우 이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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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로와 만나는 곳에는 이바구 공작소가 있고 독특한 모습의 쉼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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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길에는 이곳 출신의 어르신들이 자전거 수레에 사람을 태우고서 곳곳을 다니며 엣날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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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의 종착지인 이바구 캠프와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금수사 버스정류소 부근...
여기에는 급한 경사를 뜻하는 까꼬매기(까꼬막)에 초량845란 카페가 있고 여기에는 1941년 만들어진 일본식 집 한 책 원형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며칠전 여기서 영화촬영을 하였는데, 잠시 미술감독님도 만날 겸 해서 왔었다가 낮에 꼭 와보리라...했는데, 오늘 마침 오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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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키 스타일의 단층집인데, 입구에 응접실을 따로 설치하였습니다...
내부사진은 영화촬영일날 다 찍어놔서 오늘은 외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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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바라보니 구봉산 기슭의 민주공원탑이 빤히 바라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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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꼬매기 카페를 나와 옆 금수사 절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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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사는 흥미롭게도 대한불교 원효종파입니다...
원효는 신라 5두품 설씨가문에서 태어나 스님이 되었는데, 의상과 더불어 중국유학을 가려고 하다 비바람을 피해 들어간 토굴에서 해골이 썩은 물을 마시고서 도를 깨쳤으며, 이후 신라왕실과 귀족들이 믿던 교종의 불교 대신 서민들 층에 파고들어 그들을 교화하는데 진력하게 됩니다...물론 요석공주와의 하룻밤(?!!)으로 파계를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는 중국에서도 난해하게 생각하던 대승신기론을 명쾌하게 설파하는 등 해동불교의 한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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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사 우측의 담장을 따라 올라가면서 초량 이바구길은 마무리하고 오늘의 본격적인 산길걷기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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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길을 올라서면 산불초소와 함께 운동시설이 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쪽으로 난 데크길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동구 씽씽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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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한 지가 제법 됐지만 관리는 잘 되고 있는 길인 듯합니다...
낙엽이 덜어지면서 운치가 있는 길...모차르트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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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니 부산고등학교가 보입니다...
센텀시티로의 이전을 결정하려고 하자 동네주민들이 결사반대하며 막아낸 그런 일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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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은 무조건 가족체육공원...
좌측의 숲길로 가려다 잠시 도로로 내려서서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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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갈 길도 조망을 하고 일제시대때 있었던 절터와 남아있는 히노키를 보기 위해서...
그런데, 큰 히노키는 없어진 듯하고 절터도 거의 사라져버렸네요...
대신에 수정산과 빨갛게 익은 감만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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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데크 계단을 만나 올라섭니다...
여기서부터 편백숲이 다시 이어지는데, 그 속으로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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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낮에도 제법 어두컴컴할 정도로 빽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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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을 지나 편안한 산길을 걷다보니 옆으로 초량천 상류지점의 계곡이 달라붙습니다...
어릴적 자주 소풍을 왔던 바로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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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천 다리를 건너면 숲 체험학습장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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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초소와 화장실을 지나면 길이 갈래갈래 흩어지는데, 우리는 앞의 숲길안내도 뒤로 난 숲속길을 따라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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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나기 시작하니 볕이 따스하게 비쳐드는, 편안한 산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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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정동,좌천동 지역입니다...
전망대 데크에서 일행들과 잠시 사진을 찰칵!
가을빛이 어느새 나무에 맴돌고 있군요...
잠시 휴식하고서 남은 길을 이어갑니다...여긴 동구 씽씽로드입니다...ㅎㅎ
(( 계 속 ))
첫댓글 꼼꼼한 설명에 마치 함께 걸었던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소이다...11월 첫주 소백산자락길은 같이 가셔야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