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뉴질랜드 출신의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 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와 거의 동시에 정상에 발을 디딘 사람이 한명 있었다.
'텐징 노르가이'라는 셰르파다.
심지어 그는 정상 코앞에서 힐러리를 30분이나 기다렸다.
1953년 5월 29일 힐러리와 노르가이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목숨 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힐러리는 점점 뒤로 쳐졌고 노르가이 혼자 정상을 눈앞에 둔 위치에 도착했다.
몇 걸음만 옮기면 노르가이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노르가이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눈보라 속에서 힐러리를 기다렸다.
무려 30분 후 노르가이는 뒤따라온 힐러리와 정상에 올랐다.
물론 모든 영광은 힐러리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사실은 세월이 흐른 후 당사자였던 힐러리에 의해 확인 됐고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누구도 영웅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텐징 노르가이는 예외였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사연이 알려진 후 노르가이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훗날 노르가이는 그날의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산에서 도를 깨친 사람다운 말이다.
"그것은 난생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그토록 거칠고, 경이롭고, 장엄한 광경을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나는 산을 사랑했고, 에베레스트를 사랑했다.
평생을 기다렸던 위대한 순간,
나의 산은 바위와 얼음뿐인 생명 없는 대상이 아니라,
따뜻하고 친근하며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셰르파는 산악인들과 똑같은 위업을 이루고도 언제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등반에 관련된 보도들을 보면 셰르파의 이름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그들도 분명 산에 올랐는데도 말이다.
노르가이는 노년에 이르러 이렇게 술회했다고 한다.
"많은 것이 정치와 국적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산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곳에서 생명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죽음도 너무나 가깝다.
인간은 그저 인간일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시인이자 작가 '허연'님의 <책과 지성> 에서 따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