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지만 어디에서도 공약에 대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보고 투표를 한다는 건가? 이미지? 주변의 어떤자는 평소의 생각은 제쳐두고 자신의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 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일까? 답답한 마음에 이번 대선에서 관심 자체를 거두고 싶기도 했다. 그러던 중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진행하는 교육공약 100인 평가단 행사에 참여하면서 주요 후보 별 교육공약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되었다.
단체에서 제안하는 12가지 교육관련 공약에 대한 후보 별 답변서를 검토하였고, 현장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캠프 별로 공약을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공약/정책들은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과 특히 교육공약의 경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마음이 답답해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캠프, 국민의힘 윤석렬 캠프, 정의당 심상정 캠프, 국민의당 안철수 캠프 4개 캠프에서 답변서를 받았고 현장 컨퍼런스에 초청했으나 국민의힘은 사전에 불참의사를 밝혀왔고 국민의당은 행사 몇일 전 캠프에서 일어난 사고로 불참을 하였다. 결국 현장 질의응답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현장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또한 캠프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평가를 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과 100인평가단(정확히는 113인) 평가 결과는 24일(목요일) 기자회견에서 더욱 자세히 이야기 할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느꼈던 바를 주로 이야기 하려한다.
단체에서 제시한 12개의 교육공약
* 민주당 이재명후보 캠프
민주당 캠프에서 제시한 교육공약 중 첫번째 공약이 유보통합(유치원, 어린이집 통합)이었다. 유보통합공약의 경우 이재명후보 캠프 뿐 아니라 많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다.(12번 진보당 김재연 후보 포함) 그만큼 국민적인 합의가 되어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지금까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는 부처를 통합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직접 중재를 하거나 하는 방법보다는 실질적인 것 같다.
학교에서 오후 3시까지(초등학교 기준) 돌봄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이야기 했는데 그 책임을 모두 학교에서 부담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간다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 과정중심평가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전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안 수학교과서 및 교수방법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답했다. 현재의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실질적이지 않기에 개선을 위한 합의안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출신학교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단, 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원하고 기존에 부진하던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측면에서 정시를 바람직한 대입제도로 피력했다. 이미 16개 주요대학만 정시가 확대되었고 나머지 대학들은 수시로 입시를 하고 있으며, 학종에서도 여러가지 주관적인 관점이 반영될 수 있는 전형이 유명무실해진 상태라 정시가 가장 공정하고 기회가 열린 전형이라는 입장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라기 보다는 현재의 여론에 많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윤석열후보 캠프
일단, 현장컨퍼런스에 참여하지 않고 단체의 12개 공약의 답변서로만 파악 할 수 있었다. 일단, 답변서에 몇 줄 되지 않은 답변서를 보내왔는데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기에 캠프에 교육공약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교육공약이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집으로 배송온 자료에도 교육 내용이 없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당 차원에서 교육적인 관점이 있을텐데 내가 아직 찾지 못한 것인지 어쩐 것인지 그들의 교육공약은 당췌 보이지 않는다. 지금 최고의 지지율을 받고있는 후보인데 지지하는 분들은 교육공약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제야 답변서에 적힌 성의 없는 추상적인 답변서가 이해가 되었다. 쓸 내용이 없는 것이다.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교육 공약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내놓길 바란다.
그 와중에도 답변 내용 중 "대학의 서열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우리의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것임."이라고 되어 있었다. 충격을 넘어 슬펐다. 만약 그 답변 아래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내용이 있었다면이해를 했겠지만 그것이 없다. 문제의식도, 해결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학력 문제, 수학교육혁신, 학생들의 심리문제 세 가지 다른 영역에 대한 답변으로 AI튜터의 적극적인 도입을 적었다. 여러 해결방법 중 하나라면 좋겠지만 그 외의 구체적인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일 예로 내 집 앞 좋은 고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고의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한 특단의 지원 계획"이라고 답을 했는데 이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다. 또한 기초학력 관련은 담임교사와 지자체에 책임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이는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에 대한 공약이 없는 상태에서 성의 없는 답변을 했으니 오죽할까 싶다. 만약 이것이 그대로 다음정권에서 실현된다면 임기 내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곤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 정의당 심상정후보 캠프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가지고 있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12개 추천공약에 대부분 동의를 하는 모습니다. 특히 수능을 비롯한 여러가지 평가를 절대평가화해야 한다는 것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단, 지금까지 어느정도 이루어져왔는지, 어느정도 실현 가능성이 무르익었는지를 고려하여 답변서를 적었다고 한다. 임금격차 및 불평등해소문항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평등수당 제도를 답해 인상적이었다. 문제파악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과 단체에서 제시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해당 정당의 방향을 보면 마음이 확 열리지는 않지만 교육공약 만큼은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 국민의당 안철수후보 캠프
컨퍼런스 몇일 전 캠프에서의 사고로 인해 참여를 하지 못해 안철수후보 캠프 또한 답변서로만 참여하게 되었다. 의외로 참신한 제안도 있었으나 모든 것을 데이터 기반으로 현상 파악을 하는 방법에 있어 일제고사 형식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특히 학교 책임교육을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기초학력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한다는 것,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성취하면 학생, 학교,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에 마치 7~80년대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기초학력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아이들을 획일화 하고 비교대상이 되는 과목에 과열 현상이 우려된다. 지금의 교육 흐름 상 실현 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교과 범위내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적은 것, 학교 현장에 행정업무가 과중한 점을 이야기 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은 별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 학제를 6-3-3-4에서 2(유치원)-5(초등)-5(중고등)-(2or4)인 것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집에 배송된 14개 후보들의 공약집 중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후보도 같은 해법을 제시하였다.
그 외, 수능 100% 전형, 로스쿨+사시제도 병행, 민주화운동유공자 자녀 특별전형 폐지(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이런 공약토론회가 다른 분야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육공약을 들으니 확실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어요."
나 또한 그러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일부 후보의 경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교육공약은 둘째치고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은 특히 지금세대가 아닌 몇십년 후의 세상에서 펼쳐질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고민하고 신중해야 하건만 최소한의 고민은 물론 기본적인 소양도 없다면 정말 곤란하다.
답답한 대선 상황,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외면하기 보다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24일 있을 100인평가단 결과 기자회견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교육 공약이 제대로 없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임기 내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웃픈 현실이에요.
그 건조한 답변서와 공약집을 모두 읽고 이렇게 정리하시다니! 고맙습니다. ㅠ
후보별 특징을 아주 잘 정리해주셔서 눈에 쏙쏙들어옵니다. 기본적으로 다들 교육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합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ㅠ.ㅠ
정말 정리 잘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현장 토론자로도 참여하셨는데 언제 이런 정리까지!
윤후보의 공약 몇군데에 유보통합을 비롯해 교육공약처럼 보이는 것들이 분산되어 있긴하지만, 발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후보 및 후보캠프에서 교육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 관점이 어떻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이재명 후보의 정시 확대 밖에 기억나는게 없었는데, 이 글 보니까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