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솔직히 저도 목사라고는 하지만 기도가 막히고 찬송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때는 오히려 조용히 묵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외롭고 힘들고 무료하게 느껴질 때는 저도 모르게 동요를 흥얼거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수업이 없는 빈 시간에 인터넷 웹서핑을 하면서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하고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사무실에 놀러와 계시던 선생님도 동요를 따라 부르시는 것입니다. "아, 선생님 동요를 부르시네요" 하며 제가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자 "심심할 때 자주 부릅니다"하고 당연하듯 대답하시는 것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통장번호, 신용카드번호, 전화번호, 그렇게 생활을 위해 필요한 번호들을 외우느라, 기억에서 하나씩 떨어져 나간 그 작고 맑은 노래들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떠오르는지 모릅니다. 뿐만 아닙니다. 어릴 때 부르던 동요를 부르면 그 시절의 석탄난로, 도시락, 주번, 딱지치기 등의 놀이와 추억들이 되살아납니다. 단짝친구들이, 선생님 잔소리가, 오전 내내 복도를 윤내던 아이들의 바쁜 손길이 되살아납니다.
그만큼 우리가 어릴 때 그냥 그렇게 듣고 불렀던 노래들이, 어느새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깊이 각인되어, 정서의 뿌리를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 노래들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의 기쁨을 깨우고, 슬픔과 아픔을 재우면서 위로와 힘이 돼주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나서 자라는 가운데 매우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는 노래가 동요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 부르던 동요는 어른이 된 후에도 잠재된 동심을 불현듯 끌어내어, 찌든 일상으로부터 일순간 천진한 세계로 빠져들게 하곤 합니다. 가사나 곡조에 내포된 풍부한 서정성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정적 낭만과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에서 동요는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소중한 선물이 됩니다. 왜냐하면 동요는 동심을 표현하는 마음의 정서이며, 삶을 표현하는 우리 모두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요를 부르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은 한 식구라 해도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는 '따로 국밥'같은 세상입니다. 혹 같이 있는 시간이 있다 해도 밥 먹을 때나 텔레비전 볼 때이고, 기껏하는 대화도 '(공부)해라' '(컴퓨터)하지 마라'를 빼고 나면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이 아는 노래는 아이가 모르고, 아이가 아는 노래는 어른이 모릅니다. 그러니 노래 한 곡 함께 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동요는 세대를 초월한 우리 모두의 노래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샘물처럼 맑은 순수함의 노래로, 청소년들에게는 맑은 정서를 일깨워주고 안정시키는 사랑의 서정시로,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추억의 노래로 아름다운 정서를 가꾸어 줍니다. 온 가족이 기타나 피아노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함께 동요를 부름으로서 가족간의 일체감과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 뿐 아니라, 아름답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며, 아이들은 동요를 부름으로 맑은 심성을 채우고, 청소년들은 동요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얻고, 나아가 짧고 세련된 시어 속에서 절제와 사랑의 언어를 배우며, 어른들은 추억과 동심을 찾았으면 합니다. 그야말로 소박하고 맑고 밝은 마음으로 환상적인 화음을 이루어 조화의 아름다움을 만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삶에 지쳐 혹은 까닭없이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할 때 동요를 부르거나, 항상 입술에 아름다운 노래를 담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노래는 영혼의 비타민 되어 듣는 이에겐 위로와 격려가 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부르는 사랑의 노래는 나중 아름다운 삶의 흔적으로 남아 풍성한 삶이 되는 마음의 감동이요, 사랑이요, 영혼의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동요를 함께 부르는 것은 우리의 꿈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가정이 저절로 화목해지는 비결입니다. 그것은 동요가 흩어졌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과 매력이 있으며, 세대를 초월한 우리 모두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헌데 요즘은 동요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은 동요보다 더 강력하고 빠르며 파괴적인 노래들이 우리들을 유혹합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가수나 연예인들이 그들의 우상이 되고 유행가나 팝 음악에는 열광하나,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나 가곡들은 시시해서 부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요란 본디 아이들이 산과 들에서, 골목과 마당에서 뛰놀면서 저절로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요, 부르짖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들의 삶을 빼앗겨 교실에 갇혀 책만 읽는 입시위주의 공부를 하면서부터 그들 자신의 노래가 사라지고, 그 대신 쌓인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마구 흔들어대는 댄스음악이나 락 등의 헤비메탈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YMCA가 서울 경기 지역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동요문화 실태에 따르면, 대중 가요를 좋아한다는 아이가 47.5 %로 동요(25.0 %)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동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시시하고(39.3 %) 재미없기(31.4 %)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거의 마찬가지이지만 노래도 어려서부터 불러야 그것이 두뇌에 박히고 가슴에 새겨지고, 그래야 늙어서도 그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련한 그리움과 추억에 잠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심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동요를 배우지 않고. 부르지 않으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제가 어려서 자주 부른 노래 "이 세상 모든 것 사라져도, 음악은 영원히, 음악은 살리라. 음악은 영원히 죽지 않네."처럼 인생은 가도 노래는 남아 있어 과거와 현대와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사랑과 위로와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입시로, 진로로, 취업으로 분명히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성이 상실되어가고 윤리관이 무디어져 갈수록 우리는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야 합니다. 동요는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 가는 좋은 방법입니다. 동요는 아동의 순박한 놀이나 감정을 나타내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 솔직성, 단순성, 순수성이 뛰어나고, 정형률로 직선적이어서 동심의 아름다움을 더욱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는 어른, 아이 누구나 쉽고 즐겁게 부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노래는 우리의 생활 감정을 맑게 씻어주는 순화제가 되며, 동요 속에 속삭임이 있고, 희망과 추억이 있고, 자연과 세계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놀이가 있고, 기쁨과 감격과 환희가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동요를 부르면 첫째, 감성세계를 풍부하게 해주고, 자기를 발산하거나 억제하거나 하는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주어, 정서적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둘째, 시의 리듬감과 운율이 생활을 즐겁고 풍요롭게 하고, 유쾌한 감정이 체내 분비선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습니다. 셋째,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를 때, 서로 마음을 맞추어 하나의 소리를 이루어 가면서 동료간의 협동심을 기르게 되고, 넓게는 대인 관계와 사회성을 배우게 되는 기회가 됩니다. 넷째, 동요의 노래 가사와 함축된 시어들은 어휘력과 개념, 문장 형성 능력 등을 향상시켜 전반적인 언어능력이 개발되고 음성도 발달됩니다. 다섯째, 단어들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문장을 하나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져 이해가 빠르고, 소리의 강도, 크기 등을 통해서 청각과 시각의 발달이 이루어지며, 위치와 거리에 대한 감각이 발달되어 눈과 손, 손과 다리 등의 감각과 협응력이 촉진되어 모든 발달영역의 기초가 됩니다. 여섯째, 자신감과 자기 표현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일곱째, 감성과 상상력을 고무시킴으로써 창의성 개발에 도움이 됩니다. 여덟째, 동요를 들으면 뇌에서 알파파가 나와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함께 동요를 부르면 서로의 마음을 잇는 조그만 다리가 생겨 우리를 하나로 묶어줍니다.
"노래하는 곳에 사랑이 있고,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네."라는 노래처럼 찬양과 노래는 행복을 만들고 향기나는 좋은 벗이 되고자 하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미소띤 얼굴로 찬양과 노래를 듣는 사람은 마음이 즐겁지만, 부르는 사람은 더욱 더 행복을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세르반데스는 그의 작품 '돈키호테'에서 말하기를 "음악이 있는 곳에 악이 있을 수 없다"고 하며, 노래는 만인의 것이며 사상과 국경을 초월하여 인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신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매주 단 5분만이라도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목마른 마음으로 솟아나는 샘물같이 동요를 함께 부름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