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이발을 하고 퍼머까지 하고 오겠단다. 오롯이 혼자만 있게 되었는데 선물 받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면 좋겠느냐고 화가에게 물었더니 푹~ 쉬란다. 쉬라고 하면 더욱 몸이 쌩쌩해진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더니 영화 선전 화면이 떴다. '설계자' 강동원이 주연을 한 영화라고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나서 줄거리를 보니 범죄 스릴러란다. 이거 참 재미나겠다. 강동원은 창원시에서 배출한 미남 배우인데 그도 이제 40세가 되었다니 중후한 모습이 보고싶다.
1.2배속으로 영화를 보았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빨리 봐서 줄거리의 커다란 흐름을 놓쳤나? 네이버에 '설계자'검색을 해보니 아하~ 의문이 풀린다.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이 별점 5개 중에 2개 정도를 주었단다. 관객평가 별점은 정확하다.
설계자는 왜 별점을 많이 받지 못했을까? 공감할 수 있는 중심 주제가 없어서이다. 영화는 거창한 주제가 없어도 재미가 있으면 되는 데 그도 없다. 범죄 영화가 재미가 있으려면 나쁜 사람을 혼내주면 되지만 그도 아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고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를 보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파크골프장부터 가서 운동을 한 뒤에 목욕을 했다. 오후엔 영화를 보고 일찌감치 닭장으로 가서 먹이를 보충해 주고 토끼에게 풀을 뜯어 준 뒤에 풀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
토끼들이 칠면조 우리에 있는 알통에 새끼를 낳아서 키우는 중인데 이번에는 칠면조 우리 한 귀퉁이 바닥에 새끼들을 쏟아 놓았다. 마릿수가 많아서 몇 마리인지도 모를 정도여서 쏟아놓았다는 표현이 알맞다. 꼬물거리는 새끼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다.
칠면조와 이쁜 닭이 같이 자라고 있는 모습도 영상으로 담았다. 칠면조가 배경이 되어 이쁜 병아리들의 종종거리는 모습이 더욱 이뻐서 계속 미소 지었다. 배경이 무채색일 때 중심주제는 더욱 밝게 빛난다.
애완 닭장에 있는 거위 두 마리는 목욕시간이 되면 제자리에 나란히 서서 기다린다. 목욕을 시작하기 전에 거 0아~ 거 0아~ 목욕하자~라고 큰 소리로 알린 뒤에 큰 거위를 먼저 목욕시키고 작은 거위는 그다음으로 시킨다. 한참동안의 목욕이 끝나면 큰 거위와 작은 거위를 번갈아서 물을 몇 번 뿌려 준 뒤에 목욕 끝~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거위 교육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닭장에 알을 꺼내면서 세바스 강연을 들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론에 익숙하지 않아서 토론하자고 하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워서 싸우게 된단다. 토론이라는 용어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 같다며 강연자는 이름을 숙론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족관의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을 의논하느라 각계에서 모였더란다. 강연자가 위원장을 맡았는데 모두가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다. 문제는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발언내용이 주제를 벗어나는데 있었다. 주제를 벗어나면 위원장 권한으로 발언을 중지시키겠다고 선언한 뒤에 몇 번이나 중단을 시켰단다.
우여곡절 끝에 고래는 바다로 보내졌다. 일이 끝나고 나서 모두들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 얼굴들이 너무나 평온했단다. 할 말을 모두 다 했으니 여한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토론을 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모두 다 말하지 못했을 때 아쉬움이 생긴다.
내 말이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남의 말을 듣다 보면 나의 의견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면 수긍이 된다. 다만 내 속에 있던 나의 생각~ 나의 분신 같은 그 생각도 세상에 태어나서 응애~ 소리를 해야 한다는 욕구가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그 욕구가 모두 충족되었으니 모두들 평온한 얼굴이 된 것이다. 강연자가 토론이 아니라 숙론으로 하자는 의견에 깊이 동의한다.
저녁식사 준비를 마칠 즈음에 화가가 짜안~하며 나타났다. 뽀글뽀글한 머리모양에 웃음이 나온다. 이제 두 달은 걱정 없이 지낸단다. 미용실 원장에게 잘 풀리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한 달쯤 지나서 이발소에서 커트를 하고 또 한 달을 지나면 퍼머를 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파크골프 교육이 있는 날이다. 골프 교육에 알맞은 복장으로 옷을 입고 나서 작가가 하루에 옷을 다섯 번이나 갈아입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어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이 끝나면 일상복으로, 닭장 갈 때는 우주복으로, 다시 일상복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면 잠옷으로~ 일곱 번 갈아입어야 칠면조인데 ~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잘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완전 동물원이네요
하루 다섯번 갈아 입는것은 기본 입니다
요즘같은 더운날엔
즐건 하루 되세요
오늘은 잊지 못 할 6.25 입니다
네~
동물원입니다.ㅎㅎㅎ
다섯번이 기본이군요.
잊지말자 6.25!
칠면조가 그래서 칠면조라 하는구만요
전 게을러서 짐승은 못키웁니다 다 굼겨 죽일까봐서요
그러시군요.
저는 닭을 키우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평생을 한자리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편합니다.
보람도 있구요.
대광님은 자유롭게 살아 오신 모양인데
그 점도 좋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