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케쳐-박수진 선생님 수필

[敎山.吳斗泳]

 

드림 케쳐                                           朴 水 鎭  얼마 전 캐나다에 머물다 온 문우로부터 선물 하나를 받았다.  꼭 농구 바스켓 모양의 지름이 3센티미터쯤 원형으로 동그라미 안은 나일론 실로 된 꽃잎문양을 이루었고 아래쪽은 무구(巫具) 모양의 다섯 개의 조그만 구슬이 달린 내 개의 끈, 그리고 어딘가에 매달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었다. 이름하여 드림 케쳐. 나쁜 꿈을 걸러주는 채라는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자신의 공을 받아주는 든든한 케쳐가 있어 마음놓고 강속구를 뿌리듯 이 꿈을 걸러주는 채가 있으면 잠자리가 편안해진다고 한다.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있는 물건인가.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오랜 풍속에서 유래되어 지금도 캐나다 사람들은 이 물건을 간직하고 선물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꿈은 우리 인간이 풀지 못하는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거지와 왕자 이야기에서도 꿈 이야기가 주요 소재였다. 낮에는 왕자이지만 잠만 들면 거지가 되어 굶주림 속에 헤매는 처지와 실제는 거지이지만 잠이 들면 왕자가 되는 꿈에 빠지는 거지, 그 둘 중 누가 더 행복한가를 놓고 친구들과 입씨름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또 영성 신학자인 안셀름 그린 신부는 잠을 자다가 끊임없이 아래로 추락하는 꿈을 꾸는 것은 스스로를 너무 높이 올려 두었기 때문에 아래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그런저런 꿈에 비해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현실과 꿈을 구분치 못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부러운 꿈이던가.   난중일기에도 보면 꿈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풍전등화의 전시 상황에서 어찌 잠자리가 편할 수 있으며 꿈자리가 사납지 않았겠는가. 일기 속에 자세한 꿈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새벽에 꿈이 몹시 산란했다’라든가 ‘밤에 꿈을 꾸었는데, 머리를 풀고 크게 울었다. 좋은 징조라고 한다’ 라고 적어 둔 것으로 보아 이순신 장군은 어지러운 꿈을 자주 꾸고 그 꿈 내용에 대해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꿈이 예민한 까닭에 이런저런 신경 쓸 일이 있으면 미리 꿈에 보이고 현몽이 될 때도 있어 기대와 함께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이를테면 가족 중에 누가 시험을 보거나 대회에 나갈 때면 미리 그 결과가 꿈에 보인다. 다는 아니지만 점수나 등위까지 아주 정확하게 보일 때가 많다. 또 교통사고가 나거나 다툼이 일어난 꿈을 꾼 날에는 무슨 예시만 같아 그날 하루는 미리 조심을 하거나 입을 닫고 지내는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하기로 불확실한 꿈을 어찌 믿을 수 있으리.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오랜 생각 끝에 잠이 들어도 말 좋은 꿈길에조차 한 번 보이는 적 없고, 생전에 그리 다정하고 따뜻하던 어머니마저 어쩌다 만난 꿈속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냉정하기만 한 것을 …….   그대에게 가는 길은   멀고 멀어서   가도 가도 끝이없네   닿을 수 없네   가까이서 마주하던 그날은 가고   그 모습 기억마저 아득하여도   멀리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마음 속에 살고 있네   그리운 이름 하나   아, 꿈길에도 떠오르는 그대 생각   가도 가도 끝이 없네   그대에게 가는 길         - 그대에게 가는 길    마음까지 시려오는 늦가을이어서인가 요즘 따라 부쩍 꿈이 많아졌다. 그것도 어지러운 새벽꿈이다. 꿈으로 하여 시달리다 깨어난 아침은 머리가 무겁고 기분이 우울하다. 아무리 좋은 해몽을 끌어다 맞추어 보아도 찜찜한 기분이 잘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선물로 받은 드림 케쳐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영험을 본받아 꿈을 다스려 보려고 그것을 찾아 침대 머리맡에 걸어두고 잠들어 본다. 그래도 여전히 꿈은 많고 어지럽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골아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살이에서 날마다 평온만 있을까마는 몇 차례 죽음 앞에 서본 이후에는 되도록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애쓰며 산다.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즉 문 닫으면 곧 이곳이 깊은 산중이란 말을 마음에 새기며 집안에 들어오는 순간 화초를 돌보거나 글을 읽거나 혹은 음악을 들으며 되도록 세속의 일들은 잊으려고 애쓴다. 그런대도 끊임없이 꿈자리가 사나운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여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것이 기도이다. 책을 보다가  걷기명상으로 널리 알려진 틱낫한 스님의 ‘기도’라는 글을 만났다. 그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기도는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도는 우주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다. 행복은 이미 궁극의 차원에 존재하고 있으며 기도는 궁극의 차원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기도하길 바란다. 그래서 당신 자신이 우주안의 모든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하길 바란다.>  그렇다. 꿈자리를 편하게,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은 기도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기도를 종교의 전유물로만 알았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감사와 기원의 긴 기도를 올리는 사람의 모습을 동경하고 부러워했지만 ‘나는 기도할 줄을 모릅니다’라는 핑계를 앞세워 기도하기를 회피해 왔다.   오늘 밤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오래오래 기도를 해 보려고 한다. 그것이 진정한 드림 케쳐가 아니겠는가. 내일 아침에는 상쾌하게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대해 보며……. ........................................................................................ @박수진선생님의 [네이버](불로그)에서 퍼 왔습니다.          [출처] 네이버 드림케쳐|작성자 꿈지킴이(박수진)                                               2008.5.26.                                  {인헌문학}  카페지기올림.

[심당]

잘 봤습니다. ^^ 기도는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정]

간절히 원할때 기도 드리지요 응답은 그 분의 뜻이고 향할 곳이 있어 힘을 얻어요.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이지요.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