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케어'로 홀몸노인 고독사 막는다 |
서울복지재단, 국제심포 개최…"노인 의료복지 새로운 대안" |
#1. 경증치매 환자인 홀몸노인 A씨(75세,女)는 밤에 침대에서 자주 떨어져 병원 입원이나 시설 보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택에 텔레케어(Telecare) 낙상 탐지기와 침대 센서, 문 통과 센서를 설치한 뒤 재택케어가 가능해졌다. 지역사회는 각 센서의 경보에 대한 비상 대응규정을 마련해 만약의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영국 헤이브링 자치구의 사례)
#2. 홀몸노인인 B씨(73세,男)는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도 센서를 활용한 안부확인 시스템으로 금세 병원으로 이송됐다. 12시간 동안 수도를 사용하지 않자 자동으로 지역 내 고령자종합상담기관으로 경보가 발신돼 생활원조원이 가정을 방문한 것이다. 이 지역은 수도 센서와 통신기능이 첨가된 가스계량기, 전화회선, 열 감지 센서를 활용한 안부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5년(2003~2007년) 간 홀몸노인의 고독사를 연간 47건에서 41건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고령화율은 5%나 증가했다.(일본 고베시의 사례)
고령화 사회를 맞은 세계 각국이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을 활용한 노인복지 체계 구축에 주목하고 있다.
초고령화의 도래와 홀몸노인의 급증이 텔레케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고 있다.
텔레케어는 인터넷이나 TV,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노약자의 생체징후나 일상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를 예방하는 사회복지 시스템을 가리킨다.
한국과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 지원 아래 텔레케어 시범 서비스가 일부 도입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복지재단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 영국, 일본 등 3개국의 ‘지역중심 유비쿼터스 케어(U-care) 현황과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제임스 바로우 교수는 이 날 기조강연에서 “지역사회 내에서 보건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영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재정지원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텔레케어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며 “환자가 보건서비스의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제의 주요 내용”이라고 밝혔다.
바로우 교수에 따르면 텔레케어를 촉진하는 요인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신약 개발,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으로 정리된다.
기술발전과 고령화로 병원(요양시설)의 입원(입소)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점차 개인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보건서비스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 보건체계에는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나 일부 국가의 경우 서비스 제공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로우 교수는 “영국의 경우 일부 지역의 보건체계 내에서 나타나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장기적 만성질환자의 수요를 낮춰 구급의료분야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환자의 빠른 퇴원을 이끌 필요성 등으로 텔레케어가 촉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령화를 겪고 있는 각국에서는 병원의 사회적 입원과 요양원 등 고비용 시설로의 노인 쏠림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역 사회 내에서 보건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텔레케어를 도입, 향후 2~3년간 예방기술보조금 등으로 1억5천만 파운드(3000억원)의 예산을 다양한 시범사업에 지원하도록 배정하고 있다.
영국 헤이브링 자치구는 정부 지원을 받아 65세 이상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내년 4월까지 텔레케어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헤이브링 자치구는 기존 보호서비스와 텔레케어를 결합해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첫해 135만 파운드(31억원)의 순수 재정 절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헤이브링 자치구가 서비스를 도입하며 지출한 비용은 31만 파운드(7억원)이다.
헤이브링 자치구의 조나단 길 주택전략국장은 “국가예산으로 34만 파운드(8억원)를 할당 받아 지원금과 인력을 재배치하고, 건강보험국으로부터 13만 파운드(3억원)를 지원받아 지역 내 텔레케어 서비스를 개발했다”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노약자들이 요양보호시설에 입소하거나 외부의 보호에 의존하기보다 자택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복지재정을 절감하기 위한 투자”라고 했다.
하지만 텔레케어 서비스가 실질적인 보건서비스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단 텔레케어를 포함한 통합케어가 개인에게 주는 혜택을 비롯해 비용 절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바로우 교수는 “영국에서는 지난 4월 WSD(Whole System Demonstrators, 총체적 시스템 실증위원회)를 출범, 만성질환자를 위한 보건서비스의 총체적 재설계 효과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며 “인구통계와 지리적 배경이 다른 세 지역을 선정, 각 시범지역에서 7500여명의 텔레케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2년간 무작위 대조군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텔레케어가 기회로 여겨지고 있지만, 보건서비스 제공자 간의 책임과 경계에 대한 혼선, 대면진료 감소 가능성 등 내재적인 위험도 일부 예견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텔레케어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바로우 교수는 “영국에서는 기본적인 지역사회 경고서비스를 1970년대부터 시작해 현재 150만명의 노년층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 획일화된 기술로 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고, 사후대처 방식이며 다른 시스템과의 통합역량도 제한적”이라며 “향후 20년의 비전은 시스템에 지능을 더해 예방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라이프스타일 및 생체징후 모니터링을 통해 발생 가능한 급성 증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올해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90만 명을 돌파한 게 불과 2년 전이니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제·노인장기요양보장제 등 기본적인 안전망을 구축해놓긴 했다. 그러나 혼자 사는 노인의 급증은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차원의 대비에 나서야 함을 일깨워준다. 3년 전 보건복지부가 독거(獨居)노인 1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질병 치료를 위해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경우도 3분의 1이나 됐다. 그러나 42%가 가족은 물론 이웃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가족과 한 달에 한 번 전화 연락조차 안 한다는 노인도 4분의 1에 달했다. 홀로 시름시름 앓다 숨지고도 몇 달 만에 발견되는 이른바 ‘고독사(孤獨死)’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를 천착한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 긴급사태를 알릴 수 있는 버튼을 집에 설치하거나 일정 기간 수도 사용량이 없으면 관계기관에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을 갖춘 요코하마시,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걸어주는 후쿠오카시가 좋은 예다. 도쿄와 나고야시에서 도입한 독거노인과 싱글족, 맞벌이 부부 등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주택도 참고할 만하다. 노인 세대는 자연스레 돌봄을 받고 그 대신 젊은 세대는 집값을 할인 받는 윈윈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독거노인의 13% 정도는 ‘노인 돌보미’의 방문 및 전화 서비스를 받는다. 원격으로 노인 상태를 점검하는 ‘유케어(u-care)’를 실시하는 지자체도 있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이들은 극히 소수다. 서비스를 대폭 확충해 보다 많은 노인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빈곤을 덜어줄 정책도 시급하다. 소득도, 일할 능력도 없지만 떨어져 사는 자녀의 소득이 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이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식이 봉양하지 않는데 정부 지원조차 못 받는 서러운 노인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노인 고독사(孤獨死)
일본에선 해마다 1만명 넘게 목욕탕에서 익사한다. 대부분 노인들이다. 홀로 살다 이렇게 죽으면 며칠씩 모른 채 지나가기 십상이다. 그래서 ‘욕조 익사’를 막는 장치들이 등장했다. ‘오사카가스’라는 회사는 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목걸이를 내놓았다. 목걸이가 20초 이상 물에 잠겨 움직이지 않으면 경고음을 울린다. 가족 없는 노인이면 동사무소나 복지센터로 비상신호를 보낸다.
▶일본 고베시는 가스 사용량으로 독거(獨居) 노인의 안부를 챙긴다. 노인이 아침에 가스레인지를 켜면 사용정보가 무선시스템을 통해 복지단체나 가족에게 전달된다. 사용량이 ‘0’이면 복지단체에서 집으로 전화를 건다. 벨이 30차례 울려도 받지 않으면 구조대가 달려간다. 고베엔 독거노인들의 가스 사용을 24시간 점검하는 복지센터가 75곳이나 된다. 1995년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노인이 유난히 많아서다.
▶지켜보는 이 없이 홀로 죽는 ‘고독사(孤獨死)’가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된 건 1970년대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도시 노인들의 쓸쓸한 죽음이 부쩍 언론을 탔다. 지난해 도쿄에서만 2714명이 그렇게 세상을 떴다. 주검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일주일이 걸렸다. 6%는 한 달 넘어서야 발견됐다. 60~70세 자식이 80~90세 부모를 돌보는 ‘노노(老老) 개호(介護)’도 많아 늙은 자식이 먼저 가면 부모가 도리없이 뒤따른다.
▶올해 초 폭설이 내린 충남 어느 마을에서 칠순 할머니가 장독대 눈을 치우려다 지붕에서 무너져내린 눈더미에 깔렸다. 할머니는 숨진 채 7일을 묻혀 있었다. 서울서 달려온 아들은 온 동네를 헤매다 뒷마당에 쌓인 눈 30㎝ 아래서 아끼던 털모자를 쓴 채 얼어버린 어머니를 발견했다. 도시에선 단칸방에서 홀로 죽어 한참 뒤 발견되는 노인들 얘기가 일본 못지않게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 고령인구가 느는 속도는 총인구 증가속도보다 13배나 빠르다고 어제 통계청이 발표했다. 독거노인은 1998년 49만명에서 2005년 83만명으로 불어났다.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홀로 산다. 대부분 빈곤층이지만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는 경우는 4분의 1밖에 안 된다. 자식에 짐 될까 혼자 고단한 삶을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아직 사회안전망의 그물코가 성긴 우리에게 ‘방치된 죽음’은 일본보다 더 심각하고, 그래서 더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