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소머리지맥 소머리산 (1)
2012년 10월 13일
無心이, 六德님, 요물
산행코스 : 백두대간 ▲437.7봉 - ▲280.4봉 - 밤원고개 - 소머리산 ▲448.6 - ▲440봉 - 장서방재 - 채릉산
- ▲368.6 - ▲465 - x394.5- 우산재
(산행지도)
뜻하지 않게 숭덕지맥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일 년에 두 번 모임이 있는 오케이마운틴 홀대모 카페의 창립 10주년을 맞아
六德님의 전화 소리가 들린다. 함께 숭덕지맥하고 속리산 천왕봉 아래 피앗재산장으로 가자니 넉놓고 있던 내가 주섬
주섬 가방을 챙기고 지도를 그려 나섰다.
六德님과 토요일 02시에 당산역에서 만나 캄캄한 고속도로를 달렸다. 주말이라 차량들이 많이 줄지어 있지만 그래도
순조롭게 운행하여 덕분에 편히 외서면사무소까지 갔다. 無心이님과 외서면에서 만나고 보니 벌써 날이 환하게 어둠을
거둔 새벽이었다.
六德님 왈 "無心이님은 겁이 많어,"
無心이님 말씀 " 송이 지키다 우리가 송이 따 가러 온 줄 알아. 그냥 저 아래 동네에 댑시다"
저야 따라온 주제에 뭐 알겠습니까. ㅋㅋ
송이버섯을 심었는지 우산재에 차량을 한 대 주차해 놓으려는데 겁이 많으신지 아래 동네에 차 한 대를 주차하고,.
"無心이님 차로 상주시 내서면 서원2리 골티마을로 온다.
가을 들판은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고추밭은 서리를 맞아 수확을 거둔 고추나무는 시들시들, 동네 꼬부랑 할머니는 리어
카에 한아름 짐을 싣고 좁은 마을 길을 힘겨웁게 끌고 가신다. "에고, 할머니 허리좀 펴세요" 오르는 임도가 구불구불,
다 오르도록 할머니의 굽어진 허리 생각에 내 눈시울은 붉어지고 ..
6년 전 윤지미산으로 올랐던 백두대간길을 따라 나섰다. 그 때도 가을 10월이었다. 그 땐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한 번
가방 메고 나오면 3일씩 걸었던 때가 머리에 스쳐온다. "그 것 또한 지독한 열정때문일꺼야, 그 땐 그랬었지" 이러저런
생각에 나는 추억속으로 물들며 걸었다.
(백두대간 ▲437.7봉)
드디어 윤지미산에서 0.6km쯤 남하하면서 ▲437.7봉의 4등급 삼각점이 백두대간에 있다. 대간길 표지기가 나풀거리니 그
느낌 내가 그 산줄기위에 있는 괜한 마음 뭉클해진다.
숭덕지맥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분기하여 이안천의 남쪽 울타리가 되어 이안천을 영강에 보탠 다음, 영강이 낙동강에
합수하는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까지 이어지는 1백리(44.3km) 산줄기다.
1.3키로쯤 된다고 하네요. 골티마을에서 올라 온 곳까지 되돌아와 無心이님은 차를 밤원고개에 주차해 놓는다고 내려가시
고 계속 산길을 따라 진행한다.
(▲280.4봉)
약간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는 이 봉은 잡목으로 무성할 뿐 이리저리 찾아 보아도 삼각점이 없답니다.
六德님 왈 "이 삼각점은 누가 안아 갔나, 없네요."
제가 "어느 할망구가 이고 갔나 봅니다."
六德님 왈 " 그 할망구는 힘도 쎄라"
제가 " 아마 할아비도 제 명에 못 살았겠지요. " ㅋㅋ
이러 저런 이야기 주고 받으니 가시덤불도 걸을 만 하다. 일 년 만에 같이 걸으니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멍개나무를 넘고 산초 가시에 찔려도 그 길의 선택은 너와 나의 몫이고 후회없는 산 길이리라.
(밤원고개)
진행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왼쪽으로 가면 묘가 나오고 고속도로를 건널 수가 없다. 지하도가 있을까
싶어 왔는데 임도만 있을 뿐 건널 수 없고 "육덕님, 우리 저 도로 건너면 이 세상 끝나지요?"
"숭덕지맥하다 죽일 일 있어요". "그럼요, 살자고 산에 왔으니 살아 가야죠."
차량회수하여 와 계신 無心이님이 고속도로 아래서 기다리신다. 1대간 9정맥을 3년만에 마치고 100대 지맥을 진행하고
계신 이 양반은 산에서 달인이셨다. 그렇다. 그 수많은 세월 산으로 왔다가 산에서 내려 가거늘 이런 것 쯤야 식은 죽
먹기지.
밤원고개에는 청원, 상주간 고속국도와 25번 국도가 지나가는 고개이다.
고속국도 아래로 통과하여 차을 주차해 놓고
국화과의 들꽃 가을 향내음 맡으며 산길로 오른다. 가을 하늘도 맑고 청량하다. 자연이 만든 세상에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걷는게 산길 아니겠는가.
어젯밤 잠못 이루며 이 산에 왔으니 가을 지천에 피어나던 꽃들도 우리를 반기는구나
(소머리산에서 속리산쪽으로 )
칠봉산, 작약산뒤로 관음봉, 묘봉이 뒤로 이어지는 실가닥같은 문장대와 청화산이 보였다. 대궐터산지나 도장산으로 걷던
우복동천의 십승지를 쳐다보니 저 산속 깊은 푸르름속에 내 영혼을 태웠던 밤낮의 산길을 흔들어 잠깨우는구나.
난 우복동천이 내 십승지의 시발점이 되었고 이제 그 10개의 산길은 완성되어 나와 같은 길을 가리라.
산에선 좋은 옷은 걸치면 길을 못가는 가보다.
갈기 갈지 찢어져가는 산님의 옷속엔 비지땀으로 흠뻑 배인 이정표니라.
몇 푼 안되는 것으로 살 수 있으련만.
이 부채 또한 누더기되어 부치면 바람이 일런지 궁금하네요.
혁띠도 흰노끈으로 동여멘 허리를 내보이시고 산에서 그리 하십니까.
그래야 산이 좋아 한답니까.
이제 "난 바지 2만원이상 주고는 안 사입어요" 하신 말씀이 이 못난 귀를 때리는 구려.
속세에서 만나면 열 번을 만나도 당신이 술값을 내시고. 저 죄송해 "웃도리 하나 사드릴까요?"
했더만 아무 말씀이 없으시니 그냥 나만 주절거리고 꼬리를 내려 놓는다.
숭덕지맥에서 제일 높은 소머리산에 삼각점하나 없으니 이 표지기라도 걸쳐 놓으면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아
두 분이 나란히 나무에 달아 놓으신다.
樹體系圖을 완성해 가시는 신경수님은 백두소머리지맥으로, 신산경표를 만드신 박성태님은 숭덕지맥
으로 지어진 이 산줄기는 100리 산길중 소머리산이 가장 높으니 난 소머리지맥이라 부르고 싶다.
"이 가을에 진달래가 피었으면 한 해에 두 번 핍니까?" 했더만
"몰라요, 이 진달래는 미쳤는가 보지, 겨울에 피면 아예 맛탱이가 가고" 그 소리가 그소리 별반 다를게 없다.
"그럼 봄에 피면 어쩝니까? " 했더만 "봄엔 "또라이지요" ㅋㅋ
진달래 한 송이 핀 꽃이 반가워 심심하던차 말같지 않은 말들로 산길을 간다.
아주 다정한 것처럼 그렇게 걷는다.
개척자의 마음으로 산길을 갑니다. 그냥 무심코 걷다 보면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가게 되지요.
여기도 그렇답니다. 표지기 하나 나무잎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표지기를 정성껏 걸쳐 놓는다.
▲440봉 삼각점도 없다. 잡풀 덩굴속에 있나 싶어 보아도 허사.
길이 힘들면 삼각점 찾는 재미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장서방재 묘에서 점심)
고개의 이름이 특이하다. "장서방재" 장서방이란 성이 장씨인지. 궁금하다.
도로건너 묘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김치와 반찬이 무거워 짊어지고 오지 못한 것이 미안스럽다.
물에 밥말아 넘기시는 걸 보니 밥맛이 없는가 보다.
그냥 스쳐지나가도 모를 채릉산을 지나고
북장사를 품고 있는 노음산이 보인다.
이 노음산은 728m이건 보면 높은 산이다.
가을에 물들어 걷는 산길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소나무 숲이야 별다른 거 없지만 걷는 이의 발걸음이 즐겁다.
내 발걸음 늦어 뛰어 가듯 쫒아 가 보기도 벌써 저 만큼.. 에휴, 돈은 안 버시고 산에만 다니신것 같다.
작년 두위지맥땐 낑낑 대시더만 요즘 경상도 지맥은 거의 끝내셨다 하네요.
정말 에휴.
(▲368.6봉)
봉우리 같지 않은 넓고 평평한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다. 누가 삼각점에 불을 놨는지 검은 흔적이 있다.
▲368.6봉 주위에 싸리나무가 노란잎으로 물들고 있다.
"그렇지, 이 청량하고 산뜻한 가을에 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냥 이렇게 세월만 가는 걸 놓아 주어야 하나"
괜한 생각에 서글퍼지고..
자꾸만 높이 보이는 노음산에도 가을 단풍으로 물들고 하늘에 늘어붙어 그 무게감 느껴지고
저 무명봉우리 몇 개를 지나고 또 지나야 하는 산 길!
가을에 띄우는 그림엽서 한 장 보내고 싶다. 내 친한 고향친구에게로..
이 산을 넘기 전에 . 이 그리움 담아..
내가 30년 전 그림엽서 보낸 낡은 엽서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 그에게로.
들판엔 황금물결, 결실의 계절이네요. 파란 하늘 높은 곳 흰구름
두둥실 떠 다니다 작은 오가실지에 조각구름 내려 놓으려 하는지. 시간이 없다네. 나 그냥 가야
겠네. 느릿 가다 간 오늘 저녁 종아리 매 맞으면 어쩌..
사과 한 쪽과 배 한쪽과 빵 반쪽를 이곳에서 나누어 먹으며
자꾸 가벼워지는 베낭 등지고 이 산 길을 같이 가네.
X465봉, ▲465봉을 걸어 저 산 넘어 x394.5봉이 있다.
그 봉우리가 , 그 봉우리 구별 할 수 없는 봉우리를 걷고
이안천이 흐르는 곁으로 집이 있고 들판이 있고 전형적인 시골마을 풍경이 정겹다.
산이 들을 가로막은 듯 하고 . 들이 산을 막아 놓은 듯 하다.
저 가을 들녘이 우리를 반겨 주는듯 하다.
늙으면 흙냄새가 좋고 푸르름에 감동하고 자연의 변화에 감동하고 오곡백과 익어가는 가을이 좋
다고 하던 그 누구 어데 계세요.
앉아 있으려니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으시시하다. 어서 걷자.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볼라벤과 산바가 남기고 간 상흔은 어데 있는지 그래도 가을은 어김없이 우리들 곁에 다가와 황금
들판으로 만들었네.
어느 덧 우산재..
차 한대 정도 주차 할 만한 공간이 있는 줄도 모르고 , 겁에 저 아래 동네에 주차한 아침이 아쉽다.
한 손가락 가르키며 지나가는 차를 세우란다. 나두 여자라고 저보구 손을 들라 하데요.
다행히 금방 차 한데 세워져 六德님이 차 회수하여 피앗재 산장으로 갑니다. 가까운것 같았는데
40키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네요.
오케이마운틴 홀대모 카페가 창립한지 1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의 유명한 산님들이 많이 모였다.
서울, 부산,전라, 충청, 멀리 제주도에서, 서둘러 왔는데도 벌써 많은 분들이 인사소개가 진행되
고 있었다.
마침 장군봉님이 인사하고 있었다. 장군봉님은 2007년 한국산악회 실버원정대로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다녀
오신 두 번 째로 뵙는 분이셨다. 지금은 146지맥중 105줄기 답사를 마쳤다는데 진행이 빨라 완주소식도얼마 남지 않
은 듯 하다.
조진대고문님을 비롯하여 강촌님.맨발님, 정병훈님과 사모님, 박성태님, 이산님, 초은님과 일송님, 신경수님, 준.희님
등 우리나라 산줄기를 이어가시는 분들과 이번 특별히 초청되어 오신 뉴질랜드 출신 Roger Shepherd과 그의 친구 앤
드류까지 60여 명이 피앗재 산장에 모였다.
각자 인사 소개가 끝난 뒤 Roger Shepherd의 북녘 백두대간을 다녀온 사진을 보여주면서 Roger Shepherd는 영어로.
조진대고문님은 한국어로 통역하여 설명을 하니 이색적인 장면으로 북녘산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북녘산이 소
개될 때 벽에 걸어 놓은 신산경표를 보면서 산 위치를 파악하기도 하고 우린 산이라는 하나 만으로 이런 짧은시간에 한
마음이었다는 거 큰 감동이다.
Roger Shepherd는 북녘 백두대간을 종주 한 것이 아니라 나라 특정상 백두산과 그 인근 봉우리를 올랐다.
백두고원, 개마고원, 대노은산1489m, 대각봉2121m, 태흘봉1970m, 칠보산, 명당봉1807m, 고대산1766m, 백운산
1077m...등이다. 백두대간에 속한 봉우리도 있고, 아닌 산도 있다.
작년 6월부터 약 3개월 북한에 머무르면서 여행한 사진이고 평양에서 이틀간 운전하여 양강도에 도착했고, 백두
산에서는 3일간 야영을 했단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개마고원의 2,000m 이상의 산은 전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네요.
난 사진을 인터넷으로 공개 요청했으나 북한을 몇차례 더 갔다와서 남북한 백두대간 사진을 모아 책으로 낼 계획
이라고 한다.
Roger Shepherd는 앤드류와 함께 2007년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앤드류는 현재 낙동정맥 종주중이라고 하면서
한국어 말을 가끔 사용하여 재미있게 우리를 웃게 하기도 하는 유머있는 틀림없는 산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NGO단체와 북한과 교류가 일정부분 허락되어 그 단체를 통해서 북녘산에 올라 사진을 찍고 안내받
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어쨌든 우리는 갈 수 없는 산들을 Roger Shepherd는 가 보았으니 그 부러움 더 할길 없는 피앗재산장의 밤은
전국에서 가져온 막걸리와 삼겹살 굽는 냄새가 천왕봉까지 피어 오를 듯 하다.
천왕봉을 배경으로 앤드류와 Roger Shepherd 함께 북녘 백두대간을 꿈꾸며 한 장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