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이 끝났다. SBS가 ‘그해 우리는’ 종영이후 약 한 달 만인 2월 28일부터 선보인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은 12부작이다. 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출발했지만, 최종회 시청률은 11.4%를 찍었다. 최고 시청률은 11.6%(제10회)다. 6회에서 두 자릿 수 시청률로 올라선 이후 7회를 빼곤 계속 그랬다.
이를테면 나름 인기를 끈 ‘사내맞선’인 셈이다. 사실 월화드라마의 두 자릿 수 시청률은 흔한 게 아니다. 당장 ‘사내맞선’ 직전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만 봐도 최고 시청률이 5.3%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사내맞선’은‘그해 우리는’보다 딱 두 배 높은 인기 드라마라 할 수 있다.
SBS의 경우 시즌 3까지 방송, 신드롬을 일으켰던 ‘펜트하우스’(2020) 1편이 월화드라마였다. ‘펜트하우스1’이 평일드라마였음에도 최고 시청률 28.8%를 찍는 등 그야말로 대박을 일군 건 극히 드문 예에 속한다. 월화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27.1%를 찍는 등 인기였던 ‘낭만닥터 김사부2’(2020)도 마찬가지다.
SBS 월화드라마의 이런 시청률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거의 같은 시기 봇물을 이룬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tvN)ㆍ‘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JTBC) 등 케이블과 종편방송의 로맨스 드라마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결과여서다. 지상파방송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낸‘사내맞선’이라 할까.
‘사내맞선’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넷플릭스 차트 기준 총 27개국의 톱10 차트안에 들었다”(스포츠서울, 2022.4.6.)는 소식도 전해졌다. 27개중 4개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ㆍ케냐ㆍ나이지리아ㆍ모리셔스다. 우리 드라마가 아프리카에까지 방송돼 인기를 끄는 건 흐뭇하고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내맞선’은 GO푸드 식품연구원 신하리(김세정)와 사장 강태무(안효섭)가 연애하는 이야기다. 하리의 친구 진영서(설인아)와 태무의 비서실장 차성훈(김민규)이 펼치는 로맨스 이야기이기도 하다. GO푸드 모기업인 금화그룹 창업주이자 태무 할아버지 강다구(이덕화)가 가세해 손자 결혼시키기에 열을 올린다.
언뜻 서민의 재벌과의 사랑이라는 신데렐라형 상투적 이야기 같지만, 그게 아니다. 일개 여사원과 사장이 연애하는 건 맞는데 크게 식상감을 주지 않아서다. 영화 ‘기생충’에서 본 피자 빈상자 접기라든가 ‘파리의 연인’ 박신양처럼 외국에 있다 돌아와 사장이 되는 등 기시감이 쩌는데도 그렇다. 글쎄, 동명의 웹툰ㆍ웹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대본과 연출의 힘인지 아님 그 둘 다인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는 게 ‘사내맞선’의 강점이다.
코미디를 내세운 가벼움에 방점이 찍혀 있어 그런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코믹모드 드라마나 영화를 되게 싫어하는데도 ‘사내맞선’은 여느 코미디물처럼 크게 거역스럽지 않다. 싱크로율 100%라 해도 무방할, 걸그룹 출신 연기자 김세정의 치킨집 딸 신하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공(功)도 있지 싶다.
그러나 역시 억지 웃기기 남발이 좀 거슬리긴 한다. 가령 하리가 가게 앞에서 태무와 넘어지며 뽀뽀 직전까지 가기라든가 오피스텔 복도에 있는 성훈에게 영서가 다짜고짜 안기는 식이다. 그렇게 될만한 어떤 인과관계도 없이 바나나 껍질을 밟으며 넘어지는 식의 슬랩스틱 웃기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전개도 좀 허술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가령 태무는 부모가 죽은 빗길 교통사고가 자신 때문 일어났다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그런 그늘이 썩 공감되진 않는다. 죽음으로 이어진 부모의 교통사고 회상장면에도 불구하고 ‘아, 그랬구나’ 할 만큼 박진감 있게 다가오지 않아서다. 칼 같은 사장 이미지와 좀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또 6회를 들여다 보자. 태무가 상영관 전체를 통째로 빌렸다고 했는데, 거기에 여의주(김현숙)와 계빈(임기홍)이 나타나 하리와의 데이트를 방해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내연애의 어려움을 드러내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태무가 낮은포복자세로 거길 빠져나가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이런 장면은 태무가 하리 부모를 피하는 데서도 이어지는 등 드라마 내내억지스럽다. 아무튼 3회에서 하수구에 폰이 빠졌는데, 어떻게 꺼냈는지 아무런 묘사 없이 그후 평소처럼 사용하는 것도 허술한 전개로 보인다. 외출시 핸드백을 잠그지 않고 다니는지 하리가 넘어짐과 동시에 그 속 내용물이 와르르 길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허술한 전개로 보이긴 마찬가지다.
보다 더 징글맞게 억지스러운 건 은근한 동성애 코드다. 가령 11회를 보자. 병실에서 성훈이 붕대 감은 태무에게 옷 입히는 걸 본 간호사가 “이따 다시 오겠다”며 자리를 피하는 게 그렇다. 한 발 더 나아가 귓속에 대고 말하는 태무에게 기겁하는 성훈의 모습 등도 동성애를 의도한 장면으로 보인다. 드라마 전체 맥락상 뜬금 없는 것들이다.
잦은 키스신도 그렇게 보인다. 하리와 태무의 그냥 입맞춤이 아니라 입술 움직임까지 보여주더니 그보다 더 격렬한 키스신으로 나아간다. 다구의 반대로 겪을 법한 갈등은 전혀 없다. 오히려 보란 듯 하리가 태무의 상의를 벗기는 등 ‘이층집’에 돌입하는 장면은 당혹스러울 정도다. 코미디와 가벼움을 내세운 전체 맥락에 썩 어울리지 않는 파열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얼마 전 끝난 ‘신사와 아가씨’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그와 관련 안효섭과 김세정의 키 차이가 너무 나 그들의 연기와 상관없이 옥에 티인 건 아쉬운 점이다. 캐릭터 설정에서도 억지 웃기기는 드러난다. 웃기지 않는 등장인물이 없다시피하지만, 조유정(서혜원)이나 계빈 같은 사람이 현실에 실재(實在)하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거슬리는 또 하나는 1회부터 나온 “왜 이렇게 잘 생겼어”란 남자외모 찬양이 시종일관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심지어 미국의 토크쇼 여앵커까지도 태무에게 “너무 잘 생기셔서”란 멘트를 날리는데, 이해가 안된다. 영서도 마찬가지다. 얼굴 잘 생긴 걸로 내 사랑 찾았다며 성훈과 연애하고 반대하는 아버지와 연을 끊기까지 한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를 대상으로 한 외모지상주의가 나로선 너무 낯설기만 하다. 그나저나 배우 안효섭과 김민규가 그렇게 잘 생긴 얼굴인가? 한편 멀쩡한 ‘공과금’을 ‘공꽈금’(5회)이라커니 “눈비시(눈빛이→눈비치) 왜 이런 거야”(8회) 따위 배우들의 발음상 오류도 드러나 눈살을 찌뿌리게 한 ‘사내맞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