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와 우리들의 고민
-2023년 한국동시문학회 여름세미나 후기-
이번엔 대구다. 세미나 장소가 대구라는 말을 들으며 대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봤다. 대구가 고향이던 대학 친구를 따라 한번 대구에 간 적이 있다. 그땐 친구 따라 곱창골목을 갔었지, 골목에 곱창집이 즐비한데 집집마다 사람이 가득했던게 신기했었지, 이젠 다른 핫한 음식점들로 바뀌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런 기억들은 처음 대구에 갔을 때고, 지금 대구에 대한 잔상은 조금 다르다. 소설가 이문열이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라는 것, 동시 계간지인 동시발전소가 대구에서 발간된다는 것, 등단 전에 기웃거렸던 혜암아동문학상의 본거지도 대구라는 것, 내 첫 동시집 출판사였던 브로콜리숲이 대구에 있다는 것. 이 외에도 대구 출신 문인들이 많다는 걸 글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이번엔 어떤 기억을 심어줄까 수많은 기대와 호기심을 품고 대구로 향했다.
동대구버스터미널에서 세미나 장소인 팔공산맥섬석유스호스텔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비가 제법 내리는 날이었다. 택시 기사분은 장소를 듣더니 나에게 재차 확인했다.
“팔공산유스호스텔이요? 갓바위 거 있는거 맞습니까? 와아- 내도 갓바위 좋아해서 몇 번 갔는데 손님 덕분에 오늘 또 구경하고 오겠네요.”
외지인인 나에게는 모두 낯선 이름이지만 대구분들께 갓바위와 팔공산은 신성시되고 있는 장소임에 틀림없음을 알 수 있었다. 일요일 일정에 ‘동화사’도 있으니 이번 여행은 대구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심어주기에 딱 안성맞춤이겠다.
1. 생성 AI, 예술 창작 활동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다시 세미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래, 난 세미나 참석차 대구에 왔다. 세미나 장소에 도착하자 대구아동문학회와 혜암아동문학회에서 준비한 화환들이 처음 나를 맞이해주었다. 또 혜암아동문학회에서 준비해주신 간식꾸러미, 동시발전소에서 준비해주신 기념품, 도서출판 브로콜리숲에서 협찬해주신 연간집들도 착착착 맞이해주었다. 대구에 계신 아동문학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고심해서 마련해주셨을지 짐작이 갔다. 마치 ‘대구에 잘왔소’라며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이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대구에는 아동문학단체가 7개 있다고 한다. 정말 대구에 문인들이 많긴 많다. 팔공산 기운 때문인가?
2010년대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이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여겨졌다. 당연히 그때에도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인재로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책들로 서점 진열대가 가득 찼었다. 그리고 잠시 관심이 뜸해질 무렵 챗GPT가 등장했다. 챗GPT는 다른 인공지능과 다르게 사람들에게 실감나는 위기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말로만 들었지 몸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챗GPT는 진짜 인간의 직업군들을 위협하겠군.’
왜냐하면 그동안의 인공지능은 입력된 명령어에 맞춰 복종하는 똑똑한 시스템이라는 느낌이었다면, 챗GPT는 좀 더 창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인간의 감정에 공감할 수도, 격변하는 상황에 맞춘 임기응변도 가능하다. 물론 학습에 의한 결과겠지만 챗GPT와 대화하다 보면 그런 사실 따위 모조리 잊어버릴 것 같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는(발표자: 김제민 교수) 이런 면을 활용해 인공지능과 공동 작업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김제민 교수는 인공지능 시극, 인공지능 시인인 시아를 등장시키며 창작자들의 입장에선 영역 침범을 느끼게 해준 분이다. 문학을 주제에 맞는 단어의 조합으로 본다면 신선한 시도라 할만하다. 그러나 세미나 발표를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시는 단순한 단어의 조합만은 아니기에.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는(발표자 : 김성민 시인)은 ‘시의 세계는 모르는 게 약인 세계, 즉 당연시 되는 모든 것에 대한 질문과 궁금의 세계’(자료집 참조)라고 한다. 첫 번째 발표를 들으며 들었던 생각, 시가 단순히 수만가지 단어의 조합과 인과관계에 의해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토론자료집 참조). 데이터 입력에 쓰인 방대한 저작물을 저작권자 허락없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저작물 보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냐의 문제이다. 또한 우리 문인들이 왜 시를 쓰는지, 시적인 것은 진정 어떤 것일지 우리 스스로 되새겨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직은 챗GPT가 어린이들의 경험이나 엉뚱함을 못 따라가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챗GPT를 만든 사람 중에 동시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2. 동화사
이튿날 방문한 팔공산 기슭에 자리 잡은 동화사는 유서 깊은 신라고찰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소원등이 우리들을 맞았다. 동화사는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세계 최대의 석불인 통일약사여래불상은 우리 민족의 오랜 소원인 통일을 하루 빨리 이루고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여 민족대화합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3. 대구문학관과 향촌문화관
버스는 도심지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가 향촌문화관과 대구문학관인데 이렇게 도심지에 있다고? 함께 버스에 탄 선생님들과 의아한 얼굴을 주고받았다. 향촌문화관과 대구문학관은 한 건물에 있었다. 1,2층에 있는 향촌문화관에 들어서면 대구 근대 향촌동을 볼 수 있다. 6.25 피란시절 향촌동 모습을 복원, 재현해 놓아서 관람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향촌동은 6.25
시절 피란내려 온 문화예술인들의 집성지였다. 다방이나 음악감상실에서 피란살이의 고단한
심사를 달래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3,4층에 위치한 대구문학관에 들어서자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이자 시인께서 소개를 해 주셨다. 한국근대문학은 출판사, 동인지 등을 통해 활발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미나 때 김종헌 시인께서 이미 발표한 바 있어 이름이 익숙한 윤복진의 「물새발자옥」 작품집도 볼 수 있었다. 강소천,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등을 편집위원으로 1962년 창간된 ‘아동문학’은 60년대 아동문학의 중심 역할을 했다. 대구아동문학회도 저변을 확대했는데, 이응창, 이오덕, 신현득 선생님들께서 주역이었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1969년 「강아지똥」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하청호, 최춘해, 신현득, 김종상, 박두순 선생님들이 대구 아동문학에서 활동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4. 우리의 숙제
비록 1박 2일 일정이긴 해도 이번 대구 방문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이념 문제로 어지럽던 해방 직후의 현실 모두 문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제였을 것이다. 과거에 머무를 것인가, 시대를 받아들일 것인가. 시대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과거와 다른 차별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가. 이런 숙제들을 고민하고 결국 해결한 이들에 대한 업적만 지금 회자되고 있는 게 아닐까.
챗GPT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차별점이 모호해지는 지금, 우리들은 처음으로 돌아가 왜 시를 쓸까부터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창작기법은 기계에게 맡겨두고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도 해야 되겠다.
어제와 너무 다른 오늘,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 챗GPT에 대한 내용은 자료집 참고를 많이 하였습니다. 일일이 성함 기재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참가하진 못했지만 덕분에 기분 함께 느낍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