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좋아하시는, 지금은 하늘에 계신 어느 분 덕에, 어느 해 여름의 주말은 지리산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 적이 있는..... 내겐 그야말로 생각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 산중 하나가 지리산인데,
이번 대간의 18번째 구간으로 지리산 능선의 반을 무박으로 한다는 공지가 떴다.
잽싸게 옛날의 후기를 찾아보는데,
2002년 5월 27일 작성 된 지리산 무박 종주 산행기 내용엔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지나 중산리로 하산.
12시간 30분 걸림.
당시 내 짝꿍님이 연세가 좀 있으셨던 분으로... 둘이 조리개 사진 찍으며 마냥마냥~ 걸어서 중간그룹의 후미정도로
마쳤고, 선두는 9시간 정도로 끝냈다고.
무엇보다 여전한 것은 이 때에도 산행후기에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이 등장하고 계시다는 것과
또한 그 때에도 여전히 이스리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는 것과 화장실을 가까이 했었다는 것.
후후~
(2002년에도 변함없는 쐬주 사랑~)
암튼,
이 후기를 보며 이번 산행에서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챙겨보기로 한다.
우선, 지난 번 산신령님과의 산행으로 깨닫게 된 구간별 예상 통과 시간을 메모해 둔다.
그 때의 체력과 지금의 체력에 차이가 있으니, 조금 여유 있게...
사실, 체력 차이라기보다는 그 때 없던 폰카질레이션 이라는 게 훨~ 맞는 거겠지만.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1시간 이내 통과.
노고단에서 토끼봉까지 2시간 20분
토끼봉에서 연하천 1시간 20분
연하천에서 형제봉 1시간 10분
형제봉에서 벽소령 30분 예상
벽소령에서 음정마을까지는...상황 봐 가며...2시간 안팎 ^^
총 8시간 20분 예상에 휴식시간 3회 x 20분 = 1시간.
총 9시간 20분을 계산했다.
이번 구간은 지리산의 인심이 아주~~ 가득 들어있는 구간으로, 다음 구간인 천왕봉에서 벽소령 구간에 비하면
완전 양반도 이런 양반이 없는 곳이라 준비하는 마음도 한결 가볍다.
(새벽 2시 50분 성삼재 도착 : 우리도 1시간 앞당기기로 한 게, 한 여름 더위도 그렇고, 넘 잘 생각하신 듯 함)
드디어 토요일
여사님이 점심시간 조금 지나서 장미를 데리러 오셨다.
코휘 한 잔 나누며 이런저런 짧은 대활 끝으로 여사님은 장미를 데리고 여사님 댁으로 가셨다.
장미야 미안~
이제부터 부리나케 산행 준비 돌입.
한동안 정신없는 시간들이 지난 후 주말 드라마 한편을 보며 잠시 휴식 겸 식사.
곧 배낭을 꾸리고, 산행 복장으로 변신 후 집을 나선다.
퇴계원 집결지.
예의 구성원이 모두 모이고, 곧 버스는 도착되고, 출발 한 버스는 구리와 상일동을 거쳐 휴게소 두 곳을 정차한 후
새벽 3시 50분 즈음 성삼재에 도착했다.
성삼재 주차장엔 이미 여러 대의 버스 및 자가용 차량이 주차해 있었다.
예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아직은 조촐하지만 지난 주 보다는 좀 더 활기 찬 풍경이었다.
(03:5148) 산행 준비중, 선두클럽 등은 이미 출발~
버스에서 내리니 대부분 모두 출발을 하였음에도 산이슬님과 바보는 여전히 꾸물꾸물....
드디어 우리도 출발~
조금씩 속도를 붙인다.
하나, 둘, 셋....우리들의 뒤로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동행자 고문님과 산신령님의 모습이 보인다.
바짝 뒤로 붙는다.
화장실 들리셨다는 헐크님이 궁금, 핸폰을 하니 뒤에 처음처럼님 일행을 만나셨댄다.
그분들과 천천히 오시겠다며 먼저 가라 하신다.
여기서부터 산이슬님과 바보는 서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새벽 4시 26분 노고단 대피소를 통과, 곧 노고단 고개에 닿는다.
(04:3439) 노고단 고개의 휴식
고개에 올라서면 왼쪽으로는 노고단 고개의 상징인 돌탑이 있고 정면으로는 대간 길로 내려서는 길이고,
우측 저 멀리로 노고단 정상이 보인다. 현재 노고단 정상은 예약제로 운영되어 마구잡이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널찍한 노고단 고개에는 먼저 올라서신 회장님, 총대장님을 비롯하여 방울 부회장님, 해당화 총무님 등등이 잠깐
다리쉼을 하고 계시고, 곧 이어 헐크님이 땀 벅벅이 되어 올라서신다.
우와~ 벌써 오셨어요...??? 하니
대단한 사람들과 같이 산행 하려니 대단히 힘이 드네~~ 하신다.
그러면서 좌측 돌탑을 가리키며 저기가 노고단이냐고 하신다.
노고단은 저쪽~이며, 거긴 예약제로 아무나 못 간다 말씀드리고 아쉬운 대로 돌탑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남긴다.
찰칵~
(04:3646) 돌탑을 배경으로 한 장
버스에서 산이슬님이,
장미바보 반야봉 오를 거야...?? 하시길래 글쎄요...시간이 주어질까요...?? 하고는 쪼르르르 총대장님에게 가서,
오늘 반야봉 오를 시간 주어지냐고 여쭈니 성삼재 출발 3시간 안에 노루목에 도착하면 반야봉엘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신다.
다시 내 자리로 와서 노루목까지 3시간 안에 도착하면 반야봉 올라도 된데요~ 라고 산이슬님에게 말씀드리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신다.
그리하여, 나의 저 위 계획에 반야봉이 추가 되었고, 반야봉 왕복으로 40여분 내외를 잡으니 산행 예상 시간이
거의 10시간으로 변경된다.
그래.
10시간, 해 보는 거야.
(05:1208) 돼지령에서
돼지령도 못 갔는데 이미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이에 뒤에 서신 회장님, 벌써 날 샜네, 날 샜어~!! 하신다.
한산하면서도 둘레길처럼 불편함 없는 길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어느새 돼지령에 도착했다.
렌턴을 정리해 배낭에 넣으니 앞짱구 머리가 살 것 같다.
아유~ 시원해~
곧 도착하신 분들과 돼지령에서 인증 샷, 찰칵~
선두 대장님에게 쫓겨(?)나셨다는 피람님이 이즈음부터 함께 발맞추고 계신다.
그나저나, 산이슬님은 어디서 천년삼이라도 드신 것일까...?
앞에 서시더니 왜 이리 달리시는지.
피람님, 산이슬님 뒤 따르며 내내 말씀하신다.
산이슬님 연습 많이 하시고 오셨나 봐요~
바보, 그러게요~
(05:1521) 임걸령 가는 길
어느 순간 산이슬님 피람님 바보...이렇게 셋이 미친 듯이 걷고 있다.
넙데데한 피아골 삼거리를 통과하고, 우거진 숲길이 나오다가 심심할 즈음이면 하늘이 탁 트인 길이 나와,
맑은 하늘에 흰 구름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시 하늘을 가려주는 센쑤~
지리산이 처음이라 하시는 피람님은 설악산과 전혀 다른 지리산길이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설악산엔 이런 길이 없잖아요~
지리산이 원래 이런가요...?? 등등 막 물어보신다.
설악산의 거친 길과는 비교불가인 부드러운 등산로이니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후후~
그래서 지리산을 부드러운 엄마의 품속 같다고들 하지요~ 하고 말씀드린다.
임걸령 쉼터가 오른쪽으로 지나가고 셋의 발길은 여전히 모터라도 달은 양 거침이 없다.
(05:3359) 푸른 숲속을 뚫고 지나는 긴 계단
하늘에라도 닿을 듯 뻗쳐있는 나무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 올라서니 돌길이 나오고, 앞장서시던 산이슬님이 외치신다.
저기가 노루목이야~
셋은 후다다닥~~
5시 49분, 노루목에 올라섰다. 돼지령에서 30여분 걸렸다.
바로 뒤 두발로님도 올라서셨다.
노루목 인증 샷을 찍고, 반야봉으로 향한다.
반야봉은 대간길에서 살짝이 벗어난 곳으로 일부러 찾기에도 애매~ 한 봉으로 이럴 때 들려야 한다.
반야봉은 생각보다 힘들어~
하시는 산이슬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까의 그 부드러움을 벗어 던진, 험악한 길이 나타난다.
높이는 어때요...?? 하시는 피람님에게, 정확히는 모르는데 꽤 높을걸...?? 설악산보다 높지, 아마~ 하신다.
그러는 사이 급경사의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06:1333) 사진이 요래 재밌게 찍혔을 쮸리야... ^^
언제 나무계단이 생겼어~
하시며 편히 오르시는 산이슬님과 그 뒤의 피람님에게 잠깐 서 보시라 말씀 드리곤
기념으로다가 찰칵~ ^^
한참을 오르다 보니 저쪽 어디선가 중얼중얼 소리가 들리고, 곧 선두님들이 내려서고 계신다.
와, 이렇게라도 뵈니 반가워요~~
반가움의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지나친다.
그리고 곧 우리도 반야봉 정상에 올라섰다.
(06:1738) 반야봉 정상
정상석이 반겨주는 암봉의 반야봉은 구름 뒤에 가린 태양빛으로 인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고.
탁 트인 조망권으로 인해 이른 아침의 운해에 잠긴 산그리메가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서
고생하며 올라온 보상치곤 꽤나 훌륭했다.
와~~
멋있다~~~!!!
입을 헤벨레~~ 거리며 넋 놓고 있는데, 산이슬님 외치신다.
설악산보다 높다~ !!!
피람님 후다닥 가서 확인하신다.
우와~ 정말~
바보도 첨 알았다.
지리산 천왕봉이 설악산보다 높다는 것은 알았지만 반야봉도 설악산보다 높다는 것을.
※ 참고 1. 산 높이 : 1뜽 한라산(1,947.3m) 2등 지리산(1,915.4m) 3등 설악산(1,708m)
※ 참고 2. 지리산 3대 봉우리 : 천왕봉(1,915.4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06:1834) 반야봉의 아름다운 산그리메
우선, 돌아가며 사진을 찍는다.
곧 춘풍님이 올라오셔서 찰칵~
총대장님 올라오시니 찰칵~
이제 아까부터 반야봉 정상에서 정상주를 마셔야 한다고 하신 산이슬님 따라 반야봉 데크 전망대쪽에 자릴 잡는다.
배낭에서 각자 먹을 것을 조금씩 꺼낸다.
우선 따라주시는 참이스리 한 잔에 난 빵을 먹는다.
너무너무 배가 고팠으니까.
그 사이에 산신령님 도착하시고, 곧이어 회장님과 여러 회원님들이 올라서셨다.
이제 우리들이 방 뺄 차례다.
후딱 배낭을 챙겨 일어났다.
피람님 어느새 내려서고 계신다.
우리도 바로 출발~
그런데, 왜 또 배가 부글거리냐고~~
짜증게이지 무한대로 올라가는 순간이다.
할 수 없이 울타리 너머 옆으로 빠졌다가 다시 원위치 하니 산이슬님만 계시고 모두 내려가셨다.
쩝, 할 수 없다.
그저 열심히 가는 수 밖에.
헐크님이 올라오시는 것을 본 후 곧 반야봉 삼거리에 도착하였고 좌측 길을 택해 삼도봉으로 향한다.
그리고 곧 삼도봉이다.
(07:1232) 삼도봉 세 개의 도명은 꼭 찍어야 해~
조붓한 암봉인 삼도봉엔 금속의 삼각점이 세워져 있고, 뒤로는 반야봉이 우뚝 서 있으며 앞으로는 수많은 산자락이
어울렁 더울렁 어깨동무하고 있다.
이 즈음 무전기에서 학가산님이 토끼봉에서 식사를 하시겠다는 내용이 수신된다.
현재 화개재라 하시면서.
우리도 토끼봉에서 식사를 하자며 부리나케 발길을 재촉한다.
이제 일행은 산이슬님, 산신령님, 가을님, 총대장님, 후니님으로 재편성 되었다.
힘들지 않은 산길을 재빠르게 걷는다.
7시 29분 화개재 도착이다.
(07:2938) 천상 화원 화개재엔 아직 풀밭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많은 들풀과 들꽃이 어우러진, 천상화원이 따로 없는 화개재는
지난 2015년 5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야생화 복원사업을 펼쳤던 지역으로 여름철이면 원추리, 둥근이질풀, 동자꽃,
참취, 물봉선, 미역취, 흰여로 등 여름 야생화 30여종이 활짝 피어 탐방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인데,
아직 때가 일러 그 장관은 볼 수 없었지만, 너른 풀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상이 되었다.
그러나저러나.
아니, 토끼가 오름길에서 빠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뛰어갔단 말인가...??
토끼봉이 왜 이리 멀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 토끼 귀를 잡을 수 있는 것인지.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는 토끼봉.
이놈의 토끼는 어디까지 간 거야...!!
중얼거리며 가다보니 반야봉을 패쓰하신 학가산님, 콩숙님, 처음처럼님이 가고 계신다.
차례로 앞지르며 열심히 걷는다.
이제 배도 고프고,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려는데, 앞이 툭 트이며 나타난 토끼봉.
(07:5610) 토끼봉의 풍경
사방이 잡목으로 둘러쳐진 토끼봉은 널찍하고 반반하여 식사를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그늘을 찾아 둥글게 둘러앉았다.
산이슬님, 가을님, 총대장님, 후니님, 학가산님, 바보, 산신령님, 처음처럼님, 콩숙님 총 9명이다.
산신령님 김밥, 학가산님표 이스리와 삶은 감자, 후니님 김치전, 처음처럼님 수박 등이 제 역할에 충실하다.
맛나게, 감사하게 잘 먹고 8시 22분 연하천을 향하여 출발한다.
식시시간으로 26분이 쓰였다.
배 빵실하니 열심히 달릴 시간이다.
여전히 인심 좋은 산로에 일행은 일산분란하게 걷는다.
9시를 지나는 햇살은 이제 슬슬 열기를 뿜어대기 시작한다.
그 즈음 무전기에서 대간도전님의 상황이 수신되고, 총대장님이 연하천대피소에서 기다리기로 하신다.
그리고 9시 22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09:2734) 연하천 대피소의 서각
땡볕 아래 연하천 대피소는 조용~ 하다.
총대장님이 대피소 벽면에 나무서각을 가리키시며 저것도 한 장 찍어보라 하신다.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니 있어보이는 글귀, 총대장님이 버스에서 몇 차례, 몇 구절 읊어 주셨던 시의 일부였다.
찰칵~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쳇,
지리산에 원추리의 흑심을 포기하고 간다는 게 말이 되나?
이슬의 눈이 아닌, 이스리에 빨대를 꽂고서라도 가게 되는 곳이 지리산이지.
대피소 앞 샘터에서 이 가뭄에도 줄줄줄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산이슬님에게 물 한바가지를 퍼서
손에 부어드리니 좋아라~ 하신다. 나도 덩달아 손 씻기를 하고, 총대장님은 대피소에서 잠시 대기를 하시기로 하시고
나머지 일행은 형제봉으로 향한다.
(09:3247) 형제봉 가는 길의 녹음과 데크
연하천 대피소로 내려서는 방향에서 보면 완전 300도 쯤의 되돌아 나가는 듯한 방향에 벽소령 가는 나무데크가 깔려있다.
무성한 나무그늘 아래로 데크길은 잠시 이어지다가 끊기고 이내 흙길이 나타나며길은 왼쪽으로 꺾이게 되는 데,
그 즈음 오른쪽으로 주목군락지 표식이 붙어있다.
특정 야생식물이 집단으로 분포하고 있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런데, 현재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망가트리는 것 보다는 지구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태손실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맞는 게 아닐지.
지리산 구상나무도 최근 10년간 죽은 나무 수가 3배로 급증하고 쓰러져 죽은 나무보다 서서 죽은 나무가 더 많은데,
이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눕지도 못하고 서서 죽는 거라고 (발췌 : 오마이뉴스 2022년 5월 22일)
(09:3801) 고사목의 기도
고사목을 보며 사진을 찍을 땐 그저 멋있어서 찍었는데, 돌이켜 보니 멋있는 게 아니라 암울한 미래의 단면이었다.
마침, 울 탑 산악회에서 플로깅 행사를 진행한다 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저러나, 그간 평탄했던 길들은 어디로 도망을 가고, 어디서 이런 험로들이 길 위에 뿌려졌는지.
갑자기 울퉁불퉁 바위 길 오르막이 아까부터 이어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산이슬님과 둘이 걷고 있다.
아까 토끼봉에서 간식을 먹고 1시간 30여분이 지났을 뿐인데 왜 이리 시장한 것인지.
아무래도 속도를 너무 높였나....???
힘들어 하며 바위길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커다란 바위 아래에 가을님이 앉아계신다.
(10:0925) 다리쉼하기 좋은 장소.
산이슬님이 가을님 곁에 배낭을 던지신다.
그리고 반야봉에서 남겨온 이스리를 꺼내신다.
그사이 올라오신 후니님도 저쪽 바위 위에 앉으신다.
가을님도 시장하다 하시며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시는데, 밥과 계란말이와 양배추김치를 내어 놓으신다.
조금 남았던 산이슬님표 이스리를 잔에 나눠 따라 조금씩 아껴가며 먹는다.
후니님이 안 드시겠다하셔서...그나마 마신다는 게 가능할 정도의 양.
사과 한 알을 꺼내 사등분 하여 나눠 먹고, 봉다리 커피도 타서 거의 다 마셔 가는데,
산이좋아 대장님과 소나무님이 올라서신다.
그리곤 역시 근처 돌덩이에 걸터앉으신다.
아니, 우째 벌써 오셨냐 하니...이래저래 상황 설명이 길으시다.
초반에 여기, 저기, 별 그리기를 하느라 많이 지체하셨음에도 참 빨리 오셨다.
그 체력에 바보는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곧 산신령님이 올라서셨다.
산이좋아 대장님표 오이를 드시며 다리쉼을 잠깐 하신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 편성 된 일행은 함께 출발~
오늘따라 후니님은 너무 잘 가신다.
토끼봉 즈음에서부터 총대장님이 연신 말씀을 하시기도 하셨지만, 성큼성큼 너무도 잘 걸으신다.
후니님 산행 모습에 감탄해 하며 걷다보니 곧 형제 바위다.
(10:3918) 형제 바위의 형제들 ^^
예전엔 그냥 올라 설 수 있던 곳인데 이번에 보니 울타리를 쳐 놔서 바위 위엔 올라 갈 수 없고
그 아래에서 인증 샷만 열심히 찍는데, 어느새 헐크님이 따라오셨다.
그리곤 바위를 보시며 입쩍~~ 에 핸폰 셔터만 열심히 눌러대신다.
자자, 모두들 서 보세요~
이쪽으로, 한 줄로 주욱~ 서 주세요~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인물 굿~
산행 실력 굿~
함께 어울림 굿~
나무랄 데 없는 조화로움이다
후후 ^^
개인 사진까지 다 찍고 계속 진행하는데,
형제봉 바위를 돌아 내려와 뒤돌아서 보면 그 크기가 더욱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그 모습까지도 한 장 찍어주고,
10여분 걸었을까....?
제법 널찍한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진행방향 좌측 저 멀리로 천왕봉이 가늠되고, 돌아 선 뒤쪽으로는 형제 바위가 저~만치 건너로 보인다.
(10:5718) 뒤돌아 본 형제봉 바위
헐크님과 산이좋아 대장님과 소나무님의 개인 포토샵 개소.
찰칵~ 찰칵~
길쭉길쭉하신 헐크님과 산이좋아 대장님 모습이 푸르고 높은 산세와 함께 잘 어울리신다.
소나무님의 예쁜 미소도 산바람 타고 살랑살랑 떠다니고 있다.
그렇게 서로 찍고 찍히는 시간을 갖은 후 다시 진행이다.
이제 오늘 대간 구간의 마지막 장소인 벽소령 대피소를 향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사이 다른 분들은 다 앞서 출발하셨고 남았던 네 명이 바쁘게 두 다릴 움직이고 있다.
(11:1451) 벽소령 대피소
우와~
다왔다~~!!
앞서 걷던 나의 외침에 설마?? 하시다가 숲길이 트이며 갑자기 나타난 벽소령 대피소에 헐크님 한 마디??
아니, 여러 마디 하신다.
아니, 사전 예고도 없이 훅 나타나는 게 어딨어.
뭐, 300미터 남았다는 표시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너무 훅~ 나타나는데...??? 라고 하시며 놀라워하신다.
그런데, 이분도 오늘 컨디션 짱~ 이시다.
우리 탑에 몇 번 안 나오셨는데, 이미 탑사람 다 되셨다. 힘든 기색도 없으신 게...
그러고 보니 바보만...맨날....변함 없이.... ㅠㅠ
대피소 매점엘 들렀다.
바보용 휴지와 헐크님용 생수를 구매하곤,
혹시....아이스크림 있으세요~? 나의 물음에
씨익 웃으시며 고개 살랑살랑 하시는 국공님.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묻는 나, 그러니 바보지.
(11:2950) 음정마을로 향하는 내리막 돌계단
이제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음정마을로 향한다.
대피소 앞 바로 뚝 떨어지는 돌계단이 반긴다.
그래도 이 계단은 짧고,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임도가 환장할 길이니....걍 맘 내려놓고 가야한다.
저 아래에서 뭐라뭐라 소리가 들린다.
빨리 내려가야 하나보다.
내려가도 산이슬님, 산신령님이 안 보이신다.
먼저 내려가다 좋은 자리 잡겠다고 하시더니 그냥 다 내려가셨나 봐요~ 라는 바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도가 보이고, 거기에 두 분 고문님이 앉아계신다.
(11:3002) 고도(?)를 기다리며~
산이좋아 대장님표 이스리를 마지막으로 나눠 마신다.
탑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라는 구호를 우렁차게 외치며.
살짝~ 부족한 이스리는 학가산님표로 채우기로 하고는 무전을 하니 벽소령 대피소에 계시댄다.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시라 무전을 날리니 후다다닥 뛰어 내려오고 계신다.
저 위에서,
뭐, 날 기다리는 거겠어~ 이스리를 기다리는 거겠지..!!! 라고 큰 소리로 외치시며 내려오시는데,
쿡 찔리신 산이슬, 산신령 두 산 고문님들 씨익~ ^^
그럼 드시다 천천히 오세요~
저흰 먼저 내려갈 게요~
동행자 고문님과 산이좋아 대장님과 바보는 임도를 따라 음정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푸르른 녹음에 널찍한 산로가 계속 이어진다.
셋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어느덧 음정마을이고, 왼쪽의 돌담길 따라 접시꽃이 활짝 핀 길이 시작되고,
음정마을회관을 지나며 저 멀리로 우리의 버스가 보인다.
(13:1733) 음정마을회관
마중 나오신 일어서기님의 활~짝~ 미소가 마음에 고대로 내려앉는다.
따뜻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다.
행복한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 ^^
모두들 긴 산행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엇보다 두 산 고문님들,
그렇게 긴 산행 하시고도 그렇게 막 달리시는 거....아닙니다.
음정마을 임도에서 우릴 막 팽개치시고....... ㅠㅠ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저도 두 분 연세에 그럴 수 있을지.....
후니님하고 헐크님
이분들의 뒷조사가 필요합니다.
너무 성큼성큼, 힘든 기색도 없이 달리셨습니다.
분명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고서야, 이러실 순 없지요.
그러고 보니 바보만 변화가 없습니다. ㅠㅠ
동행자 고문님과 산이좋아 대장님,
엄청나게 지루했을 임도길을 함께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며 마냥마냥 걷다보니 음정마을이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컨디션 일시적으로 나쁘셨던 대간도전님
무사히 산행 완료하심을 감축드립니다.
역쉬, 대.간.도.전....님이세요~ ^^
이번 대간구간은 크게 힘든 곳은 없이 마냥 길기만 했기에 컨디션 조절만 어느정도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구간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긴 시간을 아무나 뎀빌 수 있는 곳도 결코 아니었지요.
그런데, 역쉬 우리 탑은 정말 멋졌습니다.
그 긴 시간, 예상시간을 화악~ 줄여서 모두 무사완주를 해 주셨습니다.
이 느낌....대간 끝까지 이어갈 수 있길 바라며,
계획하시고 준비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꾸벅~
첫댓글 헐! 이길을 20년전에 걸으셨다굽쑈?그때면 저는 아직 코흘리고 있을때인데,ㅋ
그길을 오십이 넘어서야 처음 걸어보니, 전 아직 하룻강아지 입니다.
하긴 띠가 개띠다보니 강아지가 맞는듯 합니다.
^^
그러게요, 저 이쁜 나이에 왜 저러고 다녔나 몰라요
설악산 가서 자빠져 턱도 깨먹은 적 있고.... ㅠㅠ
토끼도 없는 토끼봉에서 조식, 맛나게 먹은 추억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고맙습니다.
고문님의 삶은 감자와 귀한 이스리 나눔,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문님과 함께 여서 더욱 행복했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장문의 글 잘 보았습니다^.^
토끼봉의 토끼는 토꼈당~~~~~
후후후...
맞아요.
토끼봉의 토끼는 토낀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역시 바보님의 후기를 봐야 산행을 마친듯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발로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산주도 제대로 못 나누고....ㅠㅠ
다음엔 제가 옆자리에 촤악~ 앉아서 제대로..... ^^
장미바보님~
제가 이제 이 말씀은 정말 드리지 않으려 했었는데요~..ㅎㅎ...bm어쩌ㆍ저쩌구요
그리 여리신 몸으로 산에서 다니심은 온 몸에 녹아든 산행경력이셨네요~...
우주 구만리 어디쯤이실거 같은 세세한 탑 패밀리들의....
지리산 속에서의 하루...잘~ 보았습니다..
다음엔 저도 벽소령의 눈부신 달빛을 보러 훌쩍 떠나볼까 합니다~~^^
제가 이번에 선두님들 따라 가려다가....부글 거리는 배 땜에...잠시 옆길로 샜다가 오니.....아무도 없꼬.
걍 포기~ 하던 대로 다녔지요.
그나저나,
벽소령의 푸른 달빛은 지리10경 중 하나지요.
그런덴 절대적으루다가 혼자 가심 아니아니...아니되옵니다.
언니오빠이스리 델코 가셔야 합니다.
한참때는 종주 산행이 익숙한산 지리산
이제는 모두가 옜날이야기
반야봉 올랏다 네려오면서 탑님들 힘차게올라오는
활기찬모습 대단해보였읍니다
장미바보님 후기 졸다가 자다가이제야~ㅎㅎ
다음 천황봉 산행때는 바보님하고
선두한번치고싶네요
후기 재미있어요 감사함니다 ~~
넘사벽 고문님과 함께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제겐 언감생심.....ㅡ,.ㅡ;::
같은 버스에서, 같은 산에서 함께 계시다는 거...만 해도 고맙고 감사하고 든든하고 그렇습니다.
늘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장미바보님~ 생생한 후기..
역쉬!!
잘 읽었습니다~
전 언제 꿈의 "백두대간" 가 보나요~~??ㅎ
아이구...
서두름 없이 천천히 가시다 보면 또 못하실 게 뭐 있으시겠는지요.
걱정 마시고 나서보시길 바랍니다 ^^
내가 장미와 해당화를 두분을
분별하는데 칠바
칠백여일이 지나서 정리 우리
산악회 귀중하고 보배같은 두분
존경합니다.
장미 ., 해당화님
파이팅!
고문님, 칠백여 일이 지나서라도 구별을 하셨으니 얼마나 다행이세요.
헐크님은 저랑 그리 긴 세월 보고도 울 산악회 처음 나오는 날....마스크, 모자 쓴 해당화님을 저로 알았다 합니다.
그런 건 괘념치 마시고,
언제나 지금처럼 후배들과 함께 산행 하시며 재밌고 유익한 이야기 많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엔 잠발란에 총대장님 귀가 간지러웠다고...^^
ㅎㅎ고문님 ~ 부족한 제가 장미바보작가님 덕을 보네요..^^저희들을 어여삐 봐주셔서 그저~ 감사합니다~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장미바보 잠발란~~~
뭐라 말씀은 들었는데...
그닥 신경 안써서 뤼~~~!
패쓰!
근데요~~~
往年!
라떼(?)
하지만...
[미스코리아]는 예삿 닉이 아닌데요!!!
영광입니다~~~^
@skyblue(박희복)
제가, 일 만 잘하고 나머지는 하도 실수투성이여서...
(피람님 댓글의 답글에도 있듯, 산에 가면 자빠지기도 등등)
mistake 의 미스 + 코리아... ㅠㅠ
그런데,
어떤 분이, 제가 정말 미스코리아 출신인 줄 알고 오셔서....몇 기세요..?? 라고도 했었다는.
그건 그렇고, 총대장님 잠발란은 때깔부터 다른걸요.
패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