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풍 네임·스타일로 인기몰이
‘트렌드 헌터’운용해 신제품 개발
파리바게뜨는 ‘식품 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SPC그룹의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SPC그룹은 그룹 모체인 ‘삼립’과 ‘샤니’,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의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비알코리아’ 등 4개 계열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SPC그룹의 매출액은 2000년 4810억원에서 2006년 1조1722억원, 2008년 1조4700억원, 지난해에는 2조원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SPC그룹의 주력기업인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파리크라상의 2008년 매출은 7833억원. 20% 이상의 성장 폭이다. 단일 베이커리 브랜드로 1조원을 달성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파리크라상의 매출 1조원 달성 견인차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는 지난 1986년 베이커리 시장에 진출한 이래 혁신적인 기술과 마케팅으로 업계를 선도했다. 브랜드 런칭 초기, 당시 태극당·고려당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파리바게뜨는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먼저 브랜드 네임과 인테리어로 차별화했다. ‘00제과’, ‘00당’, ‘00명과’ 등 식상했던 빵집들 속에서 ‘파리바게뜨’라는 혁신적인 브랜드 네임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프랑스풍 분위기와 스타일을 인테리어에 접목시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도 구축했다. CF에 빅모델을 기용하는 과감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제고해 나갔다.
제품 면에서도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휴면생지(반제품 상태)로 매장에 배송, 각 매장마다 동일한 맛을 유지시켰다.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하루 2회 배송하던 것을 1회 더 늘려 신선한 제품을 원활히 공급하도록했다. 또 기존의 크림빵·단팥빵·카스텔라 등으로 국한된 제품군을 넘어선 바게뜨·크라상 등 새로운 유럽풍의 빵을 내놓았다.
이렇게 혁신적인 제품과 한 발 앞선 마케팅 활동을 통해 파리바게뜨는 1997년 드디어 업계 1위를 달성했다. 2010년 1월 현재 전국에 걸쳐 22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베이커리 브랜드를 구축한 파리바게뜨는 국내 성공을 발판삼아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첫 해외 진출 시장은 중국.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 구베이점을 시작으로 현재 상하이에 19개점, 베이징에 12개점 등 총 32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 시장에서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빵과 함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형태의 매장을 운영, 다양한 제품 구성으로 고급 베이커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치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시내 중심 상권과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을 선점한 출점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점장을 비롯한 관리인원을 모두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현지화 전략과 현지 브랜드와 차별화된 상품 기획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단과자·조리빵 등 보통 40~5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는 중국 현지 베이커리 브랜드와 달리 200여 가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마케팅 개념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서 파리바게뜨가 춘절과 같은 중국 주요 명절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 이어 미주지역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2년 9월 미국 현지 법인인 파리크라상USA를 설립, 중국에 이어 미주지역에 진출해 2005년 10월 LA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총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파리바게뜨에서는 패스추리와 크라상류의 인기가 높다. 이는 뛰어난 맛과 함께 커피가 생활화된 미국인들이 커피와 함께 즐기기에 좋은 제품이라는 점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내에서 보기 어려운 아기자기한 모양과 고구마·단팥 등을 이용한 제품들이 현지 제품들과 차별화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을 기점으로 동남아·인도·미주를 연결하는 ‘글로벌 벨트’를 구축해 2020년 세계 제1의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파리바게뜨가 앞선 주자들을 하나씩 제치기 시작한 데는 몇 가지가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차별화된 제품 및 마케팅 전략,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 소비자와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등이 그것이다.
특히 파리바게뜨가 업계를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 트렌드를 먼저 읽어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국내외 식음료 업계 트렌드를 수집하도록 하는 ‘트렌드 헌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신제품은 여대생과 주부들로 구성된 소비자 모니터 요원인 ‘세앙스’와 ‘세앙스 쥬네스’의 엄격한 평가를 통과해야만 출시된다.
이와 함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품질우선 경영철학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매주 수요일 신제품 개발 시식 자리에 반드시 참석한다. 그는 40여 종의 빵을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식한다고.
“허 회장은 원료의 작은 변화를 알아 챌 만큼 남다른 미각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그는 맛과 품질만이 유일한 생존방법이라고 강조한다”고 김수진 마케팅본부 실장은 전했다. 허 회장의 이러한 품질우선주의는 기존 양산 빵에 젖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파리크라상이 1997년 2월 식품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인 신제품 개발에 나섰던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연구소에는 현재 석·박사 등 총 50여 명의 연구원이 신제품 개발과 품질 혁신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SPC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성공비결1
차별화된 제품 전략
파리바게뜨가 한 달에 내놓는 신제품은 10여 종에 달한다. 최근에는 우리 밀, 지역 특산물, 디저트류 등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5월 베이커리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프리미엄 디저트 ‘로얄 푸딩’은 2030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접목해 긴 제품명을 통해 기능과 특성을 전달하는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객들을 적극 유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미니 치즈케이크 ‘치즈가 부드러운 시간’은 크림치즈와 달걀을 넣어 1000번을 저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 케이크는 출시 3개월 만에 200만 개가 팔려 파리바게뜨 내에서 최단기간 히트상품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수진 실장은 “‘앉으나 서나 초코 생각’, ‘바람이 전해 준 립파이’ 등 감성 네이밍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며 “소비자 니즈에 맞춰 차별화한 300여 개 제품이 골고루 잘 팔려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성공비결2
가맹점주와 상생
파리바게뜨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상생이다. 한마디로 ‘가맹점주들이 돈을 벌어야 본사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파리바게뜨의 기본적인 경영철학이다. 파리바게뜨는 ‘가맹점 경영능력 강화 프로그램(SRP)’을 통해 점주의 경영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SRP는 종합적인 경영진단을 통해 가맹점의 체질을 혁신하는 프로그램이다. 가맹점의 상황에 맞게 제품을 구성하고, 경쟁점을 압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경영을 지원하는 슈퍼바이저(SV), 제품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는 퀄리티 슈퍼바이저(QSV), 판촉행사 등을 담당하는 MD매니저가 한 팀을 이뤄 매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0년 제빵 업계 최초로 ERP 시스템과 웹 기반의 POS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매출·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점주들은 POS 시스템을 통해 건의나 불만사항을 본사에 전달할 수 있다. 김수진 실장은 “POS 시스템을 통해 제기되는 불만사항은 어느 누구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며 “점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듣는다”고 강조했다.
성공비결3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
파리바게뜨의 ‘그대로토스트’ 식빵은 소비자가 버터를 바르고 토스트하는 것을 없애고, 바로 토스트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을 만들기까지에는 까다로운 공정과 특색 있는 원료를 사용해야 했다. 원료 회사에 원료를 특별 주문해야 했고, 원료 회사는 처음 만들어보는 원료라 무수히 많은 샘플을 제시했다.
파리바게뜨 또한 무수히 많은 실험을 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온도가 맞지 않아 구워지지 않거나 아예 시꺼멓게 타기도 했고, 오븐에서 잘 부풀지 않는 등 무수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개발팀에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지만 어려운 숙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개발을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인 1993년 제품이 탄생했다. 회사 직원들이 제품을 들고 점포 앞에서 처음 시식행사를 실시했고, 히트 상품이 되면서 지금은 파리바게뜨를 대표하는 식빵이 됐다.
최근에 내놓은 ‘56시간’ 식빵은 천연효모만을 사용해 저온에서 56시간을 숙성해 자연의 맛을 깊게 살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양난모 이태원 2호점 점주는 “신제품을 지겨울 정도로 내놓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구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공비결4
지속적인 가맹점 업그레이드
최적의 입지에 가맹점을 내는 출점 원칙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성공비결이다. 본사에서 철저한 상권조사와 점포, 입지조사를 통해 점포를 승인한다. 상권 범위를 철저히 보호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점주 희망자들은 자격조건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오픈 전 반드시 신규점주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파리바게뜨는 1000호점 돌파 이후 지속적인 점포 개발과 업그레이드를 추진했다. 점포에 표준화된 대량 생지를 공급하기 위해 2004년에는 경기도 평택에 물류공장을 설립했다. 2003년부터는 50㎡ 이하의 소형 테이크아웃 판매방식에서 탈피해 66㎡ 이상의 대형 카페형 매장으로 바꾸는 등 쾌적한 인테리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체 매장 중 500여 개가 카페형으로 탈바꿈했다. 매장에선 직접 커피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수익 확대를 꾀한다. 김수진 실장은 “기존 매장보다 10~20% 이상 매출과 수익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Interview 양난모 파리바게뜨 이태원 2호점 점주
“신제품 신속하게 공급해 만족도 높여”
이태원에서 반포대교로 이어지는 대로에서 주택가로 들어가자 손님들로 북적이는 빵집이 보였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베스트숍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태원 2호점이다. 도로변에 있었지만 유동인구는 그리 많지 않을 듯했다. 주변엔 대단지 아파트 대신 빌라와 주택가뿐이었다. 핵심 상권에 위치해 있지 않지만 서울 도심 가맹점을 뛰어넘는 매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점주인 양난모씨가 거의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던 매장을 인수한 것은 2001년. 양 점주는 “미군 부대가 빠져나가면서 이태원의 상권이 위축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전 점주가 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에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인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끝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당시 60만원에 불과했던 하루 매출액은 현재 250만원으로 급증했다. 49㎡(15평)이었던 매장은 지금은 100㎡(30평) 규모로 확장됐다.
그는 “파리바게뜨가 선보이고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다”며 “다른 매장들이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80여 가지의 빵을 구비하고 있지만 우리 매장은 135가지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을 빠르고 지속적으로 공급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것이 주효한 것이다.
매장에 동행한 김수진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 실장은 “매장을 운영하면서 투자가 쉽지 않은데, 2년 전에는 카페형 매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익원을 새롭게 확보했다”며 “무엇보다 탁월한 양 점주의 경영능력이 성공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본에 충실했다. 제품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것.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다른 매장보다 거의 2배나 큰 주방이다. 그는 매장을 꾸밀 때 주방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며 제빵 기사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매월 진행하는 이벤트와 수시로 진행하는 프로모션도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극적인 시식행사와 매달 3~4번의 이벤트 등으로 단골고객을 끌어 모았다. 잘 나가는 매장을 다니면서 발품을 파는 노력도 성공비결 중 하나다. 그는 카페형으로 전환하기 전 2달 동안 150곳을 방문해 각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메뉴와 서비스, 인테리어 전략 등을 살펴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문을 열었다. 그의 매장을 찾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빵집 운영도 기업 경영과 똑 같다.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