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서천석
작가의 말
▣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대상은 그림책이 아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어른은 더없이 소중하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이 어떻게 현실을 느끼고 있는지 또 어떻게 아이로서의 삶을 살아 내는지 알려 주고 싶었다.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할 때 우리는 아이를 더 쉽게 사랑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은 억지로 하는 수고가 된다. 이해하고 받아들을 때 사랑은 자연스럽게 흐른다. 사랑해야 할 아이가 꼭 현실의 아이만은 아니다. 내 마음속의 아이를 이해하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 때 현실의 아이에게도 사랑이 흐를 수 있다.
그림책 읽기
▣ 부모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길 권한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그 순간이 부모가 아이에게 집중하는 극히 드문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많은 물건이 있다고 해도, 나를 위해 누군가가 준비한 선물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띤다. 아이는 부모와 그림책을 읽으며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이야기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 그림책 함께 읽기는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하는 언어와 이미지의 잔칫상이다. 선물로 받은 것이기에 아이는 일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평범한 내용이라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그림책 읽어 주기의 힘이다.
놀이를 통한 반복과 학습
▣ 같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 비로소 의미 있는 연결이 이루어진다. 충분히 반복되지 않은 자극은 그냥 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재미나 기분 좋은 느낌을 통해 반복을 스스로 찾고 즐기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
▣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도 그 행복을 즐기는 부모, 그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부모이건만 우리는 더 대단한 부모를 꿈꾸느라 정작 평범한 부모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지혜롭고 유능하고 성숙한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부모라면, 본능대로 다가가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부모라면 아이는 그 속에서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
행복
▣ 행복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를 즐기고 삶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의 자세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성실이나 노력과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려는 것, 삶을 즐기는 것 역시 오랫동안 익혀야 할 습관이고 능력이다.
육아
▣ 결국 육아란 버티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수많은 조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인 이 시간을 버텨 내는 것이다. 부모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 속에서 최대한 인간적으로 어른스럽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다. 때로는 제지하고 때로는 사랑을 주며 그 시간을 살아 내는 것이다. 힘든 육아의 시기, 그 시기는 괴롭지만 가장 화려한 시간이다. 매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는 날것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그러면 더는 괴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그림은 희미해지고 즐거움도 줄어들지 모른다. 이미 쑥 자라 버린 아이는 말썽은 더 이상 부리지 않겠지만 내 품의 아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귀여운 ‘내 강아지’는 더 이상 없다. 인생에서 좋은 것은 왜 같이 오지 않을까?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견뎌야 할 삶의 아이러니다.
그림책
▣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은 조금씩 그림책에서 멀어진다. 그림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을 알게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읽어 주는 그림책이 더 이상 자기편이 아니고, 자기 목소리를 담고 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 그림책을 보고 함께 읽는 시간은 즐거워야 한다. 생경하게 사회적인 규칙을 가르쳐 봐야 그저 위선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런 규칙이라면 그림책이 아이를 떠나는 순간 그림책과 함께 사라지기 쉽다. 겁이 나서 믿었던 어린 시절의 규칙은 곧 아이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재미난 장면에 웃고 넘어가더라도 마음으로 깊게 공감한 것이 아니라면 내면에 남지 않는다. 아이도 조금씩 배워 나간다. 세상은 그리 깨끗하거나 단순하지 않다고. 무엇이 깨끗한지 무엇이 더러운지를 가르치는 사회성 교육이라면 오직 현재에만 효과가 있다. 당장 내 앞의 아이를 문제 일으키지 않는 착한 아이로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달라야 한다. 지금 아이의 감정을 더 들여다보고 인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내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쌓은 탑만이 아이 자신이 가지고 갈 수 있는 탑이다. 그 외의 것은 모래성일 뿐이다.
배려
▣ 부모가 아이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보호해줄 때 오히려 아이는 안심하고 자기의 것을 내준다.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알아주고 자신을 보호한다고 생각할 때 아이는 자기 것을 내놓을 수 있다. 자기에게 그 물건이 없어도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욕심을 버릴 수 있다. 물건이 사랑을 의미할 때, 내 존재의 가치를 의미할 때 아이들은 물건을 놓지 못한다.
사과가 쿵! -다다 히로시
▣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두더지다. 다른 동물들은 제 몫을 다 먹고 배가 부르다고 물러나지만 두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오자 그제야 내려와 기린의 목에 올라탄다. 비는 피하고 싶지만 먹는 것은 멈추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 그 마음의 상징이 두더지다.
우리끼리 가자 -윤구병
▣ 아이들이 세상을 탐색하는 과정은 대개 이렇다. 엄마라는 원점을 중심으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움직이는 공간을 넓혀 나간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조금씩만 변해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자기 세계를 넓혀 나갈 수 있다. 유아 그림책에서 리듬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바위 밑 아늑한 공간에서 산양 할아버지는 토끼를 재우며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이 꿈꾸는 평화로운 잠자리다. 세상은 평화롭고 내 마음도 평화롭기를 바란다. 오늘 모험을 했기에 조금 더 자랐고, 자면서 위안을 얻고 기운을 내고 싶다. 그래서 내일 아이는 한 뼘 더 자리기 위해 또 세상에 나간다.
안아 쥐! -제즈 앨버로
▣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려면 엄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 포옹에서 기운을 얻어 다시 세상을 탐색할 수 있다.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
▣ 아이가 지금 뭘 하는지 매 순간 신경써야 하고 아이 울음 소리라도 나면 당장 달려가야 하는 시기. 그 시간들은 괴롭지만 또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란 존재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한 생명체, 내 존재를 반갑게 그리워하는 생명체를 만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경험이다. 한없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부담 이상으로 자부심과 그에 따른 삶의 동력을 부모에게 전해준다.
▣ 아이에게는 사랑이 중요하다. 자기를 안아 주는 사람, 소중히 여겨 주는 사람. 사실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기를 안아 줄 사람이 가끔은 절실하다. 그래서 아이를 안으며 스스로의 마음을 위안한다. 사랑을 주면서 사랑을 받는다. 인생의 빛나는 시간 중 한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권윤덕
▣ 아이들은 자기를 봐 주는 시선이 절실하다.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존재에 대한 인정이다. 아이의 행동에 미소를 짓고, 말을 받아 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 내가 의미 있는 존재이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이 있어야 아이는 세상을 향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거울 역할 하기’라고 하는 이 과정은 아이의 발달에 무척 중요하다. 부모가 거울처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아이의 내면은 팽창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센틱
▣ 괴물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난 아이는 드디어 괴물의 모자를 벗는다. 그리고 엄마가 차려 준 따뜻한 저녁밥을 향해서 걸어간다. 저녁밥 위에는 달이 떠 있다. 그 달은 엄마의 사랑을 의미한다. 아이의 표정이 더없이 부드럽다. 오른쪽에는 어김없이 침대가 나온다. 센틱의 그림책에서 침대는 중요한 의미를 띤다.
마녀 위니 -밸러리 토머스
▣ 아이의 삶이 먼저인가, 내가 원하는 삶이 먼저인가. 많은 엄마들이 이 두가지 길에서 고민한다.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기에 자기 삶의 일부를 포기한다. 마녀 위니가 마법을 부리는 이 장면은 엄마가 아이를 위해 자신이 바라는 삶의 방향을 일부 바꾸는 모습을 은유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우울해질까? 다음 장면을 펼치면 위니가 바뀐 삶에 적응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 삶이 달라지면 우리는 달라져야 하고, 달라진 삶에서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아니, 찾아야 한다.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
▣ 우리에 갇힌 침팬지가 독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장면은 앤서니 브라운이 이 시대의 부모에게 직접 말을 거는 장면이다. ‘당신이 우리에 갇혀 있는지, 내가 우리에 갇혀 있는지? 당신의 삶이 구속되어 있는지, 아니면 내가 구속되어 살아가고 있는지?’오늘날 부모들의 삶은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것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자기가 낳은 아이조차 충분히 사랑할 여유가 없다.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이냐고 침팬지는 우리에게 묻는다. 눈을 똑바로 뜨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묻고 있다.
▣ 앤서니 브라운은 성실한 작가다. 비현실적인 환상을 주로 묘사하기에 더욱 세밀한 펜 터치로 성실하게 그림을 그린다. 그의 성실함은 그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 시대의 아이들이 처한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그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행복보다는 불행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다.
우리 엄마야 -샬럿 졸로토
▣ 주인공 아이는 엄마의 성장 과정을 사진으로 따라간다. 갓난아이였을 때의 엄마, 꼭 자기만큼 컸을 때의 엄마, 말괄량이 여재애로 자라 남자 친구와 즐겁게 노는 엄마,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 파리에서 신혼여행을 하는 엄마, 그리고 자기를 뱃속에 품고 행복해하는 엄마, 마침내 갓 태어난 자기를 안고 미소 짓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자기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 자신이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 때, 아이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가 행복한 시간을 거쳐 어른이 된 것처럼 자기도 그렇게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낸다.
▣ 이 책의 표지는 무척 사랑스럽다.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벤치에 앉아 앞을 바라본다. 엄마가 살아가는 표정에서 그리고 살아온 시간들에서. 이렇게 행복을 느끼고 기운을 얻어 아이는 미래로 한발 내딛는다.
강아지똥 -권정생
▣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고 떼를 쓴다. 하지만 아이가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려면 민들레꽃처럼 성장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계속 강아지똥에 머물면 미래는 없다.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현재의 나를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에 머물려고 하면 미래는 오지 않는다. 강아지똥은 깨달았다. 내 존재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계속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 강아지똥은 민들레꽃을 꼭 껴안는다. 강아지똥은 곧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민들레꽃이 되어 멀리, 저 멀리 날아갈 것이다.
구름빵 -백희나
▣ 이 그림책은 하늘을 날고 싶은 아이들의 비현실적인 소망을 행복한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소망과 연결한다. 구름빵을 읽고 나면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그림책은 이처럼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엠마 -웬디 케셀만
▣ 엠마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할머니라고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일흔 두 살을 먹어도 여전히 젊은 시절만큼이나 삶을 느끼고 싶고, 의미를 찾고 싶다. 늙었다고 그저 덤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 생각 없이 늙어 버리면 아이들이 떠난 후 남아 있는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으로서의 삶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홀로 살아가야 한다. 그 시간을 향해 적잖은 부모들은 아무 준비 없이 나아가고 있다.
눈물 바다 -서현
▣ 아이들은 슬퍼하다가도 곧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웃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감정이란 때론 너무 강하지만 그럼에도 금세 변할 수 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아이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풀어낸 뒤, 새로 출발하고 싶어 한다. 그때 부모는 그저 옆에 있어 주면 된다. 긴말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그 감정조차도 부모에겐 소중하다고 말해 주면 그만이다. 슬픔도 힘이 된다. 그 슬픔을 공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 화가 난 아이들에게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몸으로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아무리 무서운 생각이 있어도 괜찮다. 그 무서운 생각을 스스로 달래고 멀리 보낼 수 있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소피의 가족들은 소피가 화를 내고 집 밖으로 뛰어나갈 때 가만두었다. 이미 소피는 자기 혼자 화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피가 들어오자 반갑게 맞아 주었다. 스스로 화를 푼 것은 대견한 일이고 축하할 일이기에. 부모가 거기에 한마디 가르침을 굳이 얹을 필요는 없다.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것. 그 포근한 사랑이 화의 마지막 불씨를 없애는 가장 강력한 소화전이다.
불안을 느끼는 날 -미르코 마치코
▣ 아이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동물과 연관 지어서 생각한다. 천둥이 치면 멀리서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것이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것은 하늘에서 늑대가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내리치는 것은 얼룩무늬 치타가 몰려오는 것이고, 밤의 어둠은 큰 고래가 끌고 온 것이다.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다람쥐가 시곗바늘로 장난을 치기 때문이고, 보고 싶던 책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은 앞 못 보는 박쥐가 자꾸 가져가기 때문이다. 상상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조금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이는 아이가 불안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은 두려움 그 자체다. 아이는 상상을 통해서라도 현실을 이해하려 한다. 미르코 마치코는 아이들이 세상을 경험하는 특유의 방식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블랙 독 -레비 핀폴드
▣ 눈 쌓인 시골 풍경 속에서 거대한 검은 개가 쫓아온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개를 앞질러 나간다. 두려움 앞에서 당당한 아이의 모습, 그리고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의 실체를 작가는 말이 필요 없는 이미지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편의 멋진 유화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아이들 역시 그것을 느끼는지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의 몰입도가 대단하다. 제대로 그린 장면 하나가 아이들을 얼마나 강한 힘으로 몰입시키는지 이 그림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오래 슬퍼하지 마 -글렌 링트베드
▣ 죽음이란 어른들에게도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한없이 무섭고 잔인하고 거친 존재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보이는 죽음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이들에게 공감하고, 아이를 이해해주며,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무서운 죽음이라도 공감하고 대화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아이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살아 있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져야할 태도 역시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