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
화엄사 - 효대에서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초여름에도 왔었고 그전에도 여러 번 관광으로 온 적이 있다. 계곡이 깊고 푸르러 더위를 피해 언젠가 한 번은 놀러 오겠다고 생각한 적이 이었던 것 같다. 엄청난 크기의 각황전에 기겁했고 각황전 앞 석등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최고 큰 게 아닌지 궁금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게 없으니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문화재에 관심이 커졌다. 화엄사는 국보를 다섯 개 갖고 있다. 엄청난 크기의 각황전과 석등이 국보다. 각황전 왼쪽 모퉁이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서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사사자 삼층석탑이 있다. 국보 제35호다. 이 정도까지는 관심만으로도 배우고 익힐 수 있지만 탱화나 불상 종류의 불교 미술은 너무 어려워서 근접하기조차 어렵다.
사사자 삼층석탑은 화엄사의 백미다. 기본 구조는 기단 2개와 3개의 지붕을 가진 삼층석탑이다. 1층 기단 각 면에 3개씩 총 12구의 천인상을 양각했고 2층 기단에는 앉은자세의 사자를 기둥처럼 세우고 그 중앙에 스님을 세워두었다. 석탑의 지붕 층받침은 5단이고 1층 몸돌에는 인왕상이 새겨져 있다. 착상이 기발하고 특이한 형식을 갖춘 점에서 불국사의 다보탑과 쌍벽을 이룬다고 한다.
석탑 안에 있는 스님 상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라 하며, 석탑 바로 앞에 있는 석등 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상은, 아들에게 차 공양을 하는 연기조사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한다. 다른 설로는 효성이 지극하였던 연기조사가 어머니인 비구니에게 차를 올리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전후가 어떻든 간에 사사자 삼층석탑의 이야기가 참으로 애틋하다.
사자가 네 마리라서 사사자 삼층석탑이다. 네 마리의 사자가 탑신을 떠받치고 있는 독특한 형상에서 이름 지어졌음이 틀림없다. 불교에서 사자는 부처님의 위엄과 지혜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네 마리의 사자는 입 모양이 각각 다르게 조각되어 있으며 입을 벌린 정도에 따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나타냈다고 전한다.
“아는 게 힘이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모르는게 약이라고도 하니 알아야 할지 몰라도 되는 건지 헷갈린다. 사사자 삼층석탑 뒤로 멀리 보이는 곳이 노고단이다. 아래로 내려다보면 각황전 지붕과 대웅전이 보인다.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웅전 아래 마당에는 서오층석탑과 동오층석탑이 늠름하게 버티고 서 있다. 사사자 삼층석탑 석등 앞에 떡하니 서서 눈을 감으면 보제루, 천왕문, 금강문, 불이문까지 한숨에 쭈르륵 달려갔다가 다시 범종각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두어 번 상상하다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아는 게 모르는 거보다 나은 것 같다.
첫댓글 난도 갔다왔지 정말 편안하고 장엄하고 좋더라
스토리가 아름다워요
가고 싶은데 다 가고
해보고 싶은거 다하고
좋겠다
현재까지는 만족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