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향연
꽃은 곱고 아름답다. 꽃을 보는 마음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악한 마음을 소유한 자라 할지라도 꽃을 마다 할 사람은 없으리라. 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선하게 그리고 푸근하게 해 준다. 별로 볼 품 없는 할미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내면세계를 아름다움으로 이끌어낸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의 내면세계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름다운 꽃을 앞에 두고 화를 내거나 험악한 인상을 연출해 낼 수는 없다.
꽃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아마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종류만 해도 수백 종은 족히 되고도 남으리라. 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을 들라면, 개나리, 벚꽃, 진달래꽃, 연산홍, 목련, 철쭉꽃 등을 들 수 있으며 여름엔 봉선화, 밤꽃, 도라지꽃, 달맞이꽃, 강아지풀, 밤나무꽃 등이 있다. 그리고 가을엔 국화를 필두로 해바라기, 개미취, 나비나물, 산부추꽃이 있고 겨울에 피는 꽃으론 동백꽃과 매화꽃, 금잔화, 부채꽃 등을 들 수 있다. 참으로 꽃 종류도 많고 아름다움도 각양각색이다. 꽃은 기가 막히게 고운 데 열매는 별로인 것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꽃은 보기 싫은 것을 겨우 면했을 정도인데 고운 열매를 자랑하는 것도 있다. 사람으로 치면, 외면적으로 풍기는 심성과 실제 내면적 심성이 다른 이치와 같으리라.
매년 봄이 되면, 나는 진달래가 추억의 꽃으로 자리한다. 못 먹고 배고팠던 시절, 진달래꽃을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 도시락도 없이 학교에 갔다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배가 촐촐하면 야산에 올라 진달래꽃으로 허기를 채우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별 맛은 없지만, 몸에 해롭지 않으면서 입맛을 다실 수 있었으니 당시 아이들에겐 잊히지 않는 꽃이다. 진달래꽃은 우리 충청도에선 창꽃이라 했다. 그러나 진달래가 다 질 무렵쯤 피는 철쭉은 먹어서는 안 되는 꽃이다. 진달래꽃으로 잘 못 알고 먹었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엔 독소가 있기 때문이었다.
단연 계절의 여왕으로 지칭 받고 있는 장미는 언제 봐도 정열적이고 진취적인 꽃이다. 장미의 종류도 다양하고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여름만 되면 학교나 아파트 같은 담장엔 장미 넝쿨을 올려 온통 울타리가 장미꽃으로 뒤덮여 가관을 이룬다. 꽃은 정열적이고 아름답지만, 꽃을 보호하려는 자위력의 발로이긴 하겠으나 줄기의 가시는 너무 날카로워 꽃의 아름다움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백목련은 순결하고 청조하다 못해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청순하게 이끄는 꽃이기도 하다.
특히 축제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꽃을 들라면, 단연 벚꽃과 국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멀리 진해의 군항제와 함께 전국적으로 막을 올리는 벚꽃 축제. 서울 도심에서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길과 윤중로엔 봄만 되면 벚꽃 축제가 뜬금없이 열린다. 수 십 수 백 만의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특히 밤 벚꽃 놀이는 인기 또한 절정이다. 가을만 되면, 은은한 향기 속에 열리는 국화 축제는 서울은 물론 지방 곳곳에서까지 열려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각종 꽃을 전시하는 축제의 장도 봄부터 가을까지 줄을 잇게 마련이다. 전국의 꽃 축제 가운데는 충남의 안면도 꽃 박람회와 고양시 일산의 꽃 축제가 단연 돋보이는 축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꽃은 주로 경사스럽거나 축하할 일이 있는 경우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조경사 등에 많이 쓰인다. 결혼식을 축하하거나 승진이나 각종 행사를 축하하는 경우, 화환이나 화분을 보내 축하한다. 한편 장례식장에도 자리를 함께 해 슬픔을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화환의 경우는 옛날과 많이 바뀐 풍속도를 감지할 수 있어 유감스럽다. 화환에 꽂혀 있는 꽃들이 모두 생화인줄만 알았는데 꽃을 만져보니 꽃 가운데 절반은 조화로 장식이 돼 있음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러니까 다시 가져가서 시든 생화만 빼고 꽃을 몇 송이 꽂아 새 화환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눈감고 아옹 하는 격이다. 허기야 화환처럼 낭비가 심한 것은 없다고 본다. 화분은 오랫동안 두고 감상할 수도 있는 반면, 화환은 일회성이어서 낭비성이 짙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은 종교계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쌀 화환 보내기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림 화환을 갖다 놓고 그 아래 쌀부대를 놓아두는 형식이다. 그리고 그 쌀은 고아원이나 양노원 등 사회시설에 기부를 하게 된다. 낭비를 막고 실리를 추구하려는 데는 대 찬동이다. 이런 사랑의 쌀 보내기 운동이 불길처럼 번져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꽃은 며칠을 피고 지는 꽃보단 끈기 있게 오래 피는 꽃이 더 호감이 간다. 나팔꽃 같은 경우는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지만, 몇 달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해 꾸준히 피어서 보기에 좋다. 또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꾸준히 꽃이 이어져 그 끈질김에 탄복한다. 다른 꽃들에 비해 벌레들이 많이 끼는 무궁화는 과거 우리 역사와 어쩜 그리도 흡사하게 닮았는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민족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왔나를 생각하면, 우리의 나라꽃인 무궁화는 예부터 우리와 인연이 깊은 꽃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집에도 수십 개의 화분이 있다. 각종 난과 사로비아, 소철, 고무나무, 군자란, 미인초, 기린꽃 선인장 등을 기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난은 기르기가 제일 어려운 같다. 아파트란 공간이야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무엇보다 물을 적당히 주기적으로 주는 것이 화초를 잘 기르는 제일 조건이 아닌가 한다. 내가 열심히 가꾼 화초들이 아름답고 탐스런 꽃을 피웠을 때의 기분은 어디다 견줄 수 없을 만큼 감동을 안겨 준다. 이 맛에, 힘에는 겹지만 화분을 열심히 가꾸는지 모른다. 꽃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내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니 말이다. (2013.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