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함과 맛깔스러움 두배
순천-구례간 17번국도 옆 '송치마을' 항아리 수제비
항아리 한 가득 넘칠 듯이 담겨 나온 수제비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난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깍둑썰기로 또깍또깍 사각으로 썰어 담겨 나온 무 깍두기와 양푼에 쓱쓱 매콤하게 버무려 나온 오이무침이 전부지만, 그 넘칠 듯한 수제비를 보니 다른 거야 어찌되든 상관없어 진다.
오히려 단촐한 식단에 깔끔함이 돋보이고 음식쓰레기를 줄여 지구 온난화에 이바지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선다.순천-구례간 17번국도 옆에 위치한 '송치마을'은 98년 송치터널이 개통될 무렵 함께 문을 열었다.
지나는 손님들과 여행객들에게 차와 음료를 제공하면서 가게를 열었는데 간단한 식사를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생각해 낸 것이 항아리수제비와 돈가스라고 한다. 그 중 항아리수제비가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면서 항아리수제비 집으로 더 알려진 '송치마을'은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덕에 입소문도 나고 맛 소문도 나고 해서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 인기가 만만치 않다.
수제비는 그 재료에서부터 만드는 과정도 그리 어려움이 없어서인지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특히 아사아권에선 이와 비슷한 음식들이 있다.
이웃인 일본에도 ‘수이톤‘이라는 수제비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관광이나 장기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부담이 없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같은 행운과 감동을 느끼는 것은 국적을 불문한다.
조선시대부터 즐겨먹던 수제비는 근대에 와서는 양으로 배고픔에 승부를 걸었던 구황음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어릴 적에 배고픔을 달래려고 먹었던 음식 중에는 워낙 많이 먹어서 커서는 더 이상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뭐(?)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어려서 먹던 맛을 잊지 못하고 요즘에 들어서는 수제비와 같은 구황음식들을 추억으로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역마다 이름난 수제비를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는데 감자가 나는 곳에선 감자수제비, 메밀이 나는 곳은 메밀수제비, 바닷가 마을에선 조개수제비, 낙지수제비, 해물수제비, 봄에는 냉이수제비, 혈액순환과 기침, 천식에 좋은 곤달비나물을 넣은 건강식 수제비도 있고, 낙시꾼들의 수제비매운탕을, 애주가들에겐 해장으로 감자탕에 수제비를 넣어 먹는다.
이렇듯 수제비는 제 혼자서도 맛을 내지만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려서 좋은 조화를 이루어서 감성이 넘치는 음식이라 하겠다.
[ 사진설명 : 오후 햇빛 따스한 송치마을 내부모습 ]
바지락과 미역으로 맛을 낸
국물은 시원하고 단백하다
송치재 마루 고개턱에 위치한 '송치마을'에 들어서면 시베리안 허스키가 고개를 들고 반긴다. 연중휴무로 추석, 설 명절 딱 3일씩만 쉬는 날이니 주차장에 한 두 대쯤 차가 보이지 않더라도 주저 없이 들어서기 바란다. 들어서면 부엌에서 찰찰찰 바지락 씻는 소리와 또깍또깍 오이 써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층은 살림집이고 2층은 가게로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유미숙(46세, 황전면) 대표는 "뭐 기사로 쓸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며 특유의 넉넉함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으로 부끄러워 하지만 10여년을 해온 경력자답게 수제비 떼듯 숭덩숭덩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 사진설명 : 단정하고 깔끔한 한상차림 ]
세 가지 만족 - 양과 질과 스피드
항아리수제비를 주문하고 나면 세 가지에 만족하게 된다.
첫째는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반죽을 미리 해 놓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제비는 "반죽이 숙성되어야 쫀득함이 살아나기 때문에 미리 반죽해 놓아야 하고 손님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음식점 중에 몇은 지친 나그네의 고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곳이 없지 않은데 비해 만족하게 된다. 수제비를 식사메뉴로 선택한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인다.
둘째는 양이다. 맛도 맛이지만 저걸 다 먹을 수 있을 성 싶지 않다가도 일단 먹어보면 안다.
주인장 유씨는 “이게 뭐가 많냐”며 “여자분 둘이 와서도 다 먹고 간다”고 용기를 북돋는다. 또 남겨놓고 갈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맛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고픔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준 대표선수였던 수제비는 먹고 나면 그 포만감에 행복감까지 준다. 수다스럽게 마주앉아 있다보면 어느새 국물까지 비우게 된다.
셋째는 그 맛이다 . 바지락과 미역으로 맛을 낸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한 단백이다.
유 씨는 “처음 수제비를 시작 할 때 바지락이며 재료들을 어디서 사야 할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신선한 바지락을 어디서 사고 어떤 때 해감이 잘 되는지 안다”며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떠나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는다.
가족 나들이객들이 많은 추세여서 꼬마 손님들을 위한 돈가스도 함께 내 놓고, 여름이면 밭빙수를 계절음식으로 준비 한다고 한다.
가보자! 수제비 먹으러
건너 뛴 점심이라고 해도 좋고 이른 저녁이라고 해도 좋다. 열심히 한주를 보내고도 작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누구라도 좋다. 퇴근 후에 연인과 함께 주말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 길에 들러서 한 항아리 가득 수제비도 먹고 정다운 이야기도 나누기를 바란다.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서 먹고 쉬면서 이야기 나누다보면 다시 한주를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얻어 갈지 누가 알겠는가.
단, 송치마을에 항아리수제비는 2인분(14000원)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김밥 1인분보다는 2인분이 맛도 좋고 싸기도 쉽다는 설득력 있는 법칙에 항아리수제비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돈가스는 1인분(7000원)도 주문할 수 있다.
상식 하나.
수제비 반죽은 어떻게?
레몬즙을 한 스푼 넣고 반죽해서 비닐 팩에 넣고 3~4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쫀득함이 더해진다.
상식 둘.
바지락 해감은 어떻게?
빛을 차단하고 엷은 소금물에 4~5시간 담가 놓는다. 여기서 ‘빛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조개에 들어 있는 이물들이 많이 나는 때도 있고 적게 나는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하면 조개를 먹을 때 씹히는 이물질이 잘 해결된다고 한다.
찾아가는 길
자가용 이용시 : 순천에서 구례방향으로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송치터널을 지나서 첫번째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서 17번국도 밑을 지나 500m쯤 가면 표지판이 있다.
대중교통 이용시 : 순천교통(061-753-6266) 괴목행 30번, 31번, 33~35번 (배차 간격은 30분정도)
[ 글ㆍ사진 황명희 기자 ]
순천에 있는 돈가스를 잘하는 집(송치마을) 메뉴판의 글귀다.
돈가스는 원래 찻집이었던 이집에서 손님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발한 특선메뉴다.
후식으로 원두커피(쥬스, 녹차 중 선택)까지 따라오니 값도 착한 편에 속한다.
배가 큰 사람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푸지다.
맛은 어떨까.
고기의 쫄깃한 식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출한 찬에서 풍성함까지 느껴진다.
오이무침에 들어간 오이는 일부러 촌스럽게 송송 썰었다.
깍두기도 새콤하니 좋다.
유명 곰탕집 깍두기 못지않다.
찬과 음식을 담아낸 그릇은 하나같이 도기다.
첫댓글 나 수제비 지인~짜 좋아하는데.. 맛있겠당~!!
언제 순천에서 한번 만나자.
저도 껴줭유^^
순천은 평일 낮으로 다녀올만한 거리~!! 이번주 행사 끝나고 콜~~~~~~~~~~~~~~^^* 완형아~ 수제비 한그릇 먹으러 순천까지 내려 올꺼여~?^^;
미숙누님 전에 말씀이 남자회원없이 목포번개 하실거 같은데..이번주 끝나고요 아유 더 시간을 더두고 하시면 좋습니다^^~~
수제비도 맛나겠지만 집이 카페수준이네요 꼭 가볼겨~!!
가게위치도 참 좋은데다 들어가는 길목은 절에 들어가는 길 처럼 숲길이 정말 좋아요.
동옥언니 꽁무니 쫓아 댕길껴~!!
조개가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하겠어요~~ 군침...쩝 그림의 수제비..
나는 오늘 바지락수제비 끓여 먹었는뎅...ㅋ
담번에 목포벙개 다시 하면 요집 가는거지?? 꼭~!
이집은 목포근처가 아니구 순천이랑께요.ㅎㅎ 목포벙개 말구 아주 순천이나 여수에서 만나는것도 좋겠네요.ㅎㅎ
좋아하는 음식 TOP3에 들어 갈 만큼 좋아하는음식이 수제비죠이~ 저 리얼한 비주얼에 자꾸 꼴깍꼴깍 침만 넘어가고 잠을 못자겠네~;; 먹는거 밝히면 없어 보인다고 울엄마가 어디가서 그러지 말라 그랬는데 .. ㅋ
아뉘..동동인 수제비를 그케 좋아하는거여?? ㅎㅎ 요번주 토요일 아침으로 수제비 워뗘?? ㅋㅋ
완전 행복하죠~ ㅋㅋㅋ
아무리 좋아하지만, 아침부터 수제비를?
와 맛있겠따 근데 돈가스는 딸려오는 식구들이 적네<--샐러드 이런거 ㅎㅎ
올 여름에 시댁에 내려가면 서방님의 놀이터인 순천으로 수제비 먹으러 가자고 해야 겠구만! 아그들은 돈까스 주고, 아버님의 복분자 술과 가시오가피 술도 있긴한데...어머님은 꼭 진지를 드셔야 하는데...밀가루 음식을 안 드셔서...밥이 있을래나????? 일개 중대가 움직이는데.... 깍두기를 저렇게 써니까 참 색 다르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