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다이어트
김 진 영
알레르기로 몸과 마음이 힘이 들어서 한약을 지어 먹었다. 금기해야 할 음식은 ‘돼지고기’라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곱창과 막창 그리고 오도독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 가끔 돈가스와 삼겹살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 보니 돼지고기와 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약을 먹는 동안에 과감하게 끊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은 너무 많았다. 그중 좋아하는 쪽갈비 구이, 갈비찜, 돈가스, 햄, 소시지, 탕수육, 라면, 짜장면, 그리고 젤라틴으로 만든 젤리까지……. 참기 힘들었지만, 건강을 위해서 한 달 동안 금기했다.
그렇게 하다가 보니 알레르기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몸무게까지 빠지는 게 아닌가! 운동하지 않고 금기 음식에 대한 식단 관리만 조금 했을 뿐인데 몸무게가 빠지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를 계기로 구체적인 다이어트를 실행해 보기로 했다. 저탄 고단! 저 탄수화물, 고단백질의 식단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예전에 짐(GYM)에서 배웠던 순환 운동의 기억을 되살려서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운동 방법이 잘못됐을까 봐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았다. 가장 중요한 숨 쉬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어떤 근육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동영상을 시청한 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의 종류는 코어 운동인 스쾃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횟수를 조절했다. 동영상을 진행하는 유튜버가 하는 말처럼 시간이나 횟수보다는 자세에 신경을 쓰며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자 마음을 먹고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 하였다.
다이어트의 80%를 차지한다는 식단을 조절하는 것은 하루에 다이어트 결심을 수십 번 바꿀 만큼 힘들었다. 식단 조절에 힘을 북돋아 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닭 가슴살’이었다.
언니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넌 닭을 그렇게 먹고 안 질려? 어제도 먹었잖아!’, ‘넌 닭한테 미안하지도 않아?’란 얘기에 이렇게 말했다. ‘그 닭이랑 이 닭이랑 달라!’, ‘걔도 맛있게 먹히니 행복할 거야.’ 닭고기 부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물론 가슴살이었다. 다이어트 식단에 빠질 수 없는 음식도 ‘닭 가슴살’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닭요리를 먹으러 가면 닭 가슴살을 알아서 챙겨준다. 배시시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여기에서 닭 가슴살은 너만 좋아해!’라며 마음을 모아준다. 닭요리를 먹을 때 경쟁자가 없어서 좋다. 삼계탕을 먹을 때도 자기 몫의 닭 가슴살을 주는 친구가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이 정도로 닭 가슴살에 대한 나의 사랑은 크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은 닭 가슴살을 이용한 요리를 했다. 그리고 식사량을 저울로 무게를 재어서 먹었다. 이와 함께 저 탄수화물을 결심하며 하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자제하기로 했다. 밥을 지을 때도 현미, 귀리, 곤약 쌀을 섞어서 밥을 지어 한 번 먹을 양을 작게 나누어서 냉동보관을 했다.
면 요리가 먹고 싶을 때는 식이섬유로 구성되어 있고 칼로리도 낮은 실곤약을 이용한 요리를 먹으며 대체를 했다. 초반에는 곤약 요리에 실패해서 한 입 먹고 입맛이 뚝 떨어지는 기적(?)의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니 엄마의 새치름한 눈빛에 어깨가 숙어질 수밖에 없었다. 눈빛으로 등을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클 조던’은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모두가 무언가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했다. 내게 다이어트 요리 실패는 실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실력이 좋아져서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실패로 인해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면 내 실력은 거기에 멈추었을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무조건 참은 것은 아니다. 식단관리를 잘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치팅데이(Cheating Day)를 정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은 후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치팅데이로 정한 날은 고열량으로 먹은 음식을 운동으로 빨리 소모하자는 생각에 더 힘이 났다.
핸드폰 앱을 이용해서 식단과 운동 일지를 적기 시작했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가 그래프로 되어 있어서 눈으로 확인하기 편리해서 더 재미있게 적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 오늘의 기분을 간단하게 일기처럼 적을 수 있으니 쓰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아직 드라마틱하게 몸무게가 빠지진 않았지만, 가려움이 줄어들어 덜 건조한 피부가 된 것이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했다는 증거가 될 것 같다. 비염과 알레르기로 자주 갔던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으니 다이어트 효과는 대단한 것 같다.
처음부터 거창한 다이어트 결심을 한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 때문에 한약을 먹으며 식단관리를 하다 보니, 어쩌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는 내게 조금 더 건강할 수 있는 신체의 변화를 주었고, 다이어트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더해 주었다.
꾸준한 다이어트를 위해 앞으로도 조금씩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목표를 세워서 해나간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를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지금, 내일이 설렘이 되어 다가온다.
어찌 다이어트뿐이랴. 우리 살아가는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