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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62 '콩알과의 전쟁'
`07,12,15(토) 아~ 춥다.
어제 밤에 담궈논 콩다라이를 열어보니 얼었다.
얼음이 둥둥 얼은건 둘째치고 콩깍지와 까맣고 시퍼런 덜된 콩이 많다
손을 넣어 콩깍지를 골라내고 까만콩, 썩은콩, 콩아닌 콩을 골라내니
물에 불었지, 얼음 얼었지, 콩은 미끄덩거리지, 골라낼 찌꺼기는 셀수없이 많지..
으아~ 이거 밋치겠다.
하나, 둘, 셋,, 열,,, 백,,, 이백 삼백 사백,,
아이고야~ 손을 시퍼렇게 얼고 콧물 눈물 줄줄 흘러 마스크를 차고
손은 안그래도 얼어서 둔해서 만지기가 쉽지 않은데 미끈거리는 썩은콩을 고르면
자꾸만 좋은콩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1시간, 두시간, 세시간.. 여섯시간..
대충 골라서 절반쯤 먼저 앉혀 가마솥에 불질러 손발을 좀 녹이고 콩알과의 2차전에 돌입!
2차 작업 개시, '으앙~ 앙앙앙 ㅜㅜㅜ 내가 와 이짖하노? 돈 얼마 헐타꼬 안갈린 콩을 샀더노?'
곡물상 아줌마가 "안갈린거 디릴까요? 쫌 헐은데.."
그아줌마는 내가 '안갈린거' 뭔지 모르는줄 정말 몰랐을텐데..
이렇게 수많은 콩을 안고르고 그냥 물에 불렸으니....... 내 참 밋치고 폴짝 뛰겠다
안갈린 콩, 물에 씻으면 휘휘 둥둥 떠서 다~ 떠내려 가는줄 알았다. 크흣!
귀농하고 첨으로 이짓하는 거 후회했다. 엄청 고생했다.
두번째 솥을 앉히고 불이 활활 타오를때쯤 한겨울 짧은해는 벌써 뉘엇뉘엇 역사뒤로 넘어가고
볼그레한 분홍빛 찬란함을 발하며 하강식을 하고 있다. 으짜노? 이거 다 삶아서 퍼내면
방앗간이 문닫으머 클났다.
방앗간에 전화걸었다. 내가 메주를 찧으려 가니 문닫지말고.. 문을 닫았더라도 다시 열어
메주를 찧어달라..
이미 깜깜한 밤이 되어 메주를 싣고 방앗간에 가니, 힘쓰는 젊은이는 이미 퇴근하고
할배가 방아에 스윗치를 넣어 윙~ 돌리면서 하는 말씀 "들어다 부~소"
으악! 저 무겁고 많은 다라들을 내보고 내려다 부으라?
어쩔수없이 나는 또 차에서 다라를 내려다 방아통에 솓아붓고 또 들어다 솓아붓고
다 된 통을 들어다 다시 차에 싣고 또 싣고....... 반가마 분(내겐 엄청난 양이다),
그래그래해서 집에 와서 끙끙거리며 다시 들고와 방안에 들여다 놓고 삼영언니께 전화를..
'언니~ 메주 빠직어 왔는데 맹그는거 도와주소~' 그래도 고마운 삼영언니..
밤중에 울집에 오셔 나랑같이 메주 맹글어 또 한소쿠리씩 들어다 올려 놓고 차곡차곡..
행여 바깥에 뒀다가 쥐샥키 밥이 되어삘까 방에다 쌓아놓고 덮어놓고 잠을 청한다
아~ 이밤, 메주와 동침하는 밤, 잠은 안오고....... 들락날락 컴속에..
이제 날이 밝기도 전에 등산준비 해야지..
교회 빼먹고 등산하다니....... 본인사망외 절대 출석하는 교회를 빼묵고 백암산 가다?
갈등속에 인대가 축 늘어진 팔뚝을 붙잡고 주물럭거리며 스스로 위로하며..
'아부지 나 산에 가는데요..... 죄송해요. 올해만.. 올해만 산에 갈께요.......'
'무사하게 아부지 동행 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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