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위원장 노동당 평택안성당원협의회
오성면 주민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오성면 안화리 화력발전소 설치에 이어, 고덕 축산 농가 이주민 대거 이주에 따른 축사 시설 증가, 산업철도 개설 등 이른바 ‘혐오시설’이라고 말하는 각종 시설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데다 여기에 더해 평택축산농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축분뇨처리시설이 주민들 ‘몰래’ 들어서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월 24일, 오성면의 이장협의회·주민자치위원회·체육회·농촌지도자회 등의 주요 단체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가축분뇨처리시설설치반대공동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주민 반대서명에 돌입한 후, 김선기 평택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평택축협은 지난 6월 14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오성면 양교리 부지 계약을 여전히 철회하고 있지 않은 채로 있고, 8월 19일 오성면사무소에서 진행된 오성면가축분뇨처리시설설치반대추진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도 추진 의사를 굽히고 있지 않는 모습을 보여 향후 주민들과 대립과 갈등이 재현될 여지가 남아 있다.
축협에서 8월 19일 간담회에 내 놓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월부터 평택시 산업환경국장을 비롯해 축협조합장, 임원 등이 가축분뇨처리시설 견학을 실시해 온 것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올 1월 28일 경기도 가축분뇨공동자원화사업 대상자로 확정돼 4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협과 평택시 당국의 설명을 빌리자면, 가축분뇨처리시설은 축산 농가에서 가축분뇨처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가축분뇨를 자원화 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계획된 시설이라고 한다.
액면 그대로 보자면 축산 농가와 영농인이 상생할 수도 있는 시설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좋은 시설을 ‘밀실’에서 추진해 왔는지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오성면 주민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심지어 오성면에 거주하고 있는 축협 대의원들조차도 축협에서 오성면 양교리에 부지를 매입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청북면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대상 부지를 오성면으로 옮긴 축협이 주민공청회나 주민 동의 없이 일사불란하게 신속히 부지매입을 한 밑바탕에는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사업집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몰래’ 계약을 체결한 거 아니겠냐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평택시 관계당국과 축협은 부지 매입에 앞서 주민공청회를 열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응당 거쳤어야 한다. 평택시 관계 당국과 축협에서 이야기 하는 대로 축산 농가와 영농인이 상생할 수 있는 그런 시설이라면 자신 있게 민주적 동의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오성면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평택지역뿐만 아니라 현재 가축분뇨 처리시설로 인해 사달이 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전라북도 익산시에서는 주민동의서를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악취 발생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전라북도에서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악취시설로 지정하기도 했다. 충청북도 제천시에서는 분뇨처리시설 관로가 동파돼 2011년에는 10톤, 2012년에는 2톤가량의 분뇨가 하천으로 유입돼 마을 주민들이 지하수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탈이 많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대해 전라남도 순천시에서는 시가 강행 처리하려 하자 아예 순천시의회에서 건설 추진 예산을 삭감해 건설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논산과 괴산, 나주 등에서는 가축분뇨 처리시설과 관련된 각종 법정 분쟁 등으로 해당 지역의 공동체가 파괴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평택시 행정 당국과 축협은 분명 ‘반칙’을 범했으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상주시의 경우 관내 읍·면·동 지역에 가축분뇨 처리시설 부지를 공모해 선정된 해당지역에는 132억 원을 마을사업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2009년에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치 개별 농가에 융자로 2000만원씩 지원한 사례가 있다. 지금과 같은 공동처리시설은 집중호우나 구제역 발생 시 위기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개별 축산농가에서 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참고했으면 한다. 행정의 달인은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민주주의는 일상에서 훈련되고 완성되어 가야 한다. 축협은 말할 것도 없고 평택시 행정 당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과정과 절차에 대한 존중과 동의, 그리고 토론이 부재한 문화는 민주주의 성숙을 막는다. 평택시 행정당국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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