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북 임실군민회관에서 IFBA 슈퍼플라이급 세계타이틀매치가 열렸다. 챔피언 김지영에게 도전하는 선수는 태국의 덴나파 룩사이콩딘(Dennapa Looksaikongdin)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전적은 5전 5패에 IFBA는 물론 월드복싱랭킹 (www.boxrec.com) 에서도 순위에 올라있지 않은 선수였다. 5전 전패의 전적이니 당연한 이치였다.
KBC(한국권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어떻게 이런 시합이 성사될 수 있냐는 질문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KBC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경기는 열리고 말았다. 경기장에서는 선수의 이름이 KBC에서 공지한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고, 전적도 14전 (9승 5패)의 랭킹 6위로 소개되고 있었다. 경기 결과는 김지영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 5회 KO승. 그의 생애 첫 KO승이었다.
경기 후 KBC 총무와의 전화 통화로, 선수 이름이 바뀌어 소개된 것과 알려지지 않았던 전적과 랭킹의 근거에 대한 해명을 들어보았다.
- 복서랭킹 사이트에 게재된 바와 같이 본명은 룩사이콩딘(Dennpa Looksaikongdin)이 맞지만, 닉네임인 삭룽루앙 (Sakrungruang)으로 쓰길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작년 조영미와의 시합에서도 닉네임으로 공지했다. - 복싱랭킹 www.boxrec.com 에 등록된 5전5패의 전적은 업데이트가 안된 것이다. - IFBA 홈페이지에 현재 게시되어 있는 랭킹에는 없지만, 이는 업데이트가 안된 것이고 세계 랭킹 6위가 맞다. - 김지영과의 시합이 결정되기 직전에 랭킹 6위에 올랐다. - 이번 시합은 IFBA 회장 승인 시합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
2008년 5월 8일 부천에서 조영미와의 세계타이틀 전초전 경기에서는 ‘덴나파 삭룽루앙’으로 KBC는 경기 공지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합에서는 본명으로 공지를 했다. 별명을 본명으로 소개하는 것을 선수가 원한다고 반영해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세계타이틀전이라고 하면 선수의 전적과 랭킹이 사전에 소개가 되어야 마땅하다. 시합이 결정되기 직전에 랭킹에 올랐지만, 아직도 업데이트가 안되었다는 변명은 시합주최측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챔피언은 2명, 세계챔피언은 5명의 여자복싱 현재 한국이 보유한 세계타이틀은 5개로 모두 여자 선수들이니, 외형만으로는 한국이 대단한 복싱강국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다. 6개 체급을 통틀어 선수는 23명뿐이고 한국챔피언도 4체급이 공석인 상태다. 그런데, 세계챔피언은 5명이란다.
체급 챔피언 1위 2위 3위 4위 5위 =========================================================== 미니멈 (공석) 김 진 김혜민 김나정 신건주 장상금 플라이 전일림 (공석) 김보영 박미란 (공석) (공석) S플라이 (공석) 오수현 김선호 이은희 (공석) (공석) 밴텀 (공석) 조영미 정선영 (공석) 이혜림 배미란 S밴텀 장지애 김은영 전연정 유희정 (공석) (공석) S페더 (공석) 김지연 (공석) 이민영 정현숙 강미호
챔피언이 된 죄로 라이센스비를 매년 납부해야하는 한국복싱 챔피언을 합쳐도 30명 내외의 선수자원으로 한국챔피언보다 세계챔피언이 더 많은 기형적인 구조는 KBC(한국권투위원회)의 규정을 보면 조금 이해가 간다. 한국챔피언의 경우 라이센스 발급 비용이 8만원이지만 세계챔피언의 경우 70만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매년 라이센스를 갱신해야 한단다. 모든 경기마다 KBC에 경기 인정료를 150~350만원을 내고 시합을 해야 하고, 챔피언이 되면 지원금을 협회에서 받지는 못할 망정 매년 라이센스 갱신비를 내야만 하는 것이 한국복싱의 현주소다.
세계타이틀전이라는 명목이 한국타이틀전보다는 중계방송이나 후원금을 받을 명분으로는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지방을 돌며 많은 경기가 열리는 것도 아예 경기가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복싱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 선수를 상대로 한 승리가 적어서나, 세계타이틀이 없어서가 아니다. 승패를 떠나 박진감 있는 경기를 통해 복싱의 진면목을 맛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K-1, UFC 등 새로운 형태의 격투기의 흥행과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최정상급 시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격투전문가뿐만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마저 한껏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타이틀매치에 나선 선수 이름이 매번 바뀌어 소개되고, 전적과 랭킹마저 확실하지 않은 선수를 상대로 아무리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들 복싱의 흥행에는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