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갑시다. 001 변영환

[김영재]

퍼포먼스를 넘는 행위의 육화, 그 내밀한 몸부림

                                          김영재(미술사상가, 철학박사)

변영환의 비움과 채움, 그것은 행위와 조형이다. 조형이 채움이라면 그러려니 하려니와 행위 가

비움으로 나타나다니, 설명이 필요하거나 혹은 변영환 미학의 단서, 그 큰 실마리인가보다.

굳은 땅

변영환의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는 중용(中庸)이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서 중이요, 지견(知見)이 하나로 통해서 용이다. 상식적인 표현을 넘어 전(錢)=용(用)이 아니라 금(金)=통(通)이어서 객관성이 담보되기에 중용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왜 몰랐을까. 아니 왜 못 보았을까. 변영환의 작품은 끊임 없이 보는 사람, 느끼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의 감관을 자극한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등에처럼, 소가 꼬리를 흔들어 쉴새 없이 그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지시 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표적은 객관성을 향하고 있다.

변영환의 객관성은 아이러니 하게도 비온 후에 굳은 땅 같은 객관성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비온 후에 땅 굳는다고. 사람들은 실패 후의 도약을 생각한다. 변영환의 굳은 땅은 척박한 지역 사회에서 살아 남는다면 살아 남을 땅 없으랴 하는 극한환경의 비유에서 시작한다. 그 생존을 헤쳐 나온 자만의 환희가 그의 작품에서 초월에의 희열을 넘은 무덤덤해 보이는 그렇지만 환희를 내장한 조형으로 상형 된다.

돈이라는 지시 체이자 의미체

변영환의 의미 체계를 표상과 상징으로 나눌 때 일차 분석이 시작된다. 표상은 돈이다. 지고지존(至高至尊)의 돈이기도 하고 우비고뇌(憂悲苦惱)의 돈이다. 천하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 하지만 탈색되고 세탁되고 거두절미(去頭截尾)되며 현상학적으로 본질 환원된 의미 체계이자 지시 체이다. 이를 태면 순수를 담보하여 꺉킥藪 놓여진 의미 체로서 변영환의 돈은 작동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돈으로 작품을 하고, 많은 한국의 예술가들이 한국은행을 기웃거려 그 규약을 확인한다. 그러나 탈색의 의미, 세탁의 의미, 의미 체와 지시 체로서의 본질환원의 의미는 종종 무시된다. 다만 돈이 작품이 된다니, 그 찾아낸 작가가 누구인지가 돈을 작품 소재이자 소재인 경우 중요할 따름이다.

그러나 변영환의 작품은 돈이 소재와 매체가 되는 작품이라는 상식을 넘어선다. 이러한 본질환원의 의지와 흔적은 곳곳에 노출된다. 먼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다. 지자체 (地自體)의 배출허가를 받은 백장의 포스타를 시내 요소에 붙였다. 키치(Kitsche)와의 결합이기도 하고 어떤 것이 내 작품인지 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했다.

지자체의 배출허가라...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대목이다. 보통은 표현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지역에 따라 검열의 강도가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배출 허가를 받은 포스터를 보고, 변영환의 표현욕구를 짐작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검열이라는 생각만 해도 형상은 사라지고 메시지는 무의미해진다. 예상되는 검열에 의해 왜곡된 형상과 이미지가 거기에 있다. 대신 변영환의 경우, 작가의 내면으로 침잠 하는 형이상학적 내재율이 있다.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위한 메시지가 있다.

작품은 형상이 숨겨진 화면의 곳곳마다 그 흔적을 남긴다. 이를테면, "그녀의 선택은 무엇일까"에서 매우 피상적인 답변과 연상을 기대한다면 상식의 덫에 걸리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키리코(Chrico)의 형이상학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그녀도, 선택도, 그리고 그 무엇도 없다. 남은 것은 형이상학적 자세, 형이상학적 동세, 형이상학적 빛, 그리고 형이상학적 질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형이상학적 문답이 있다.

돈이라는 이름의 중, 그리고 용

거기에는 다이아몬드 귀걸이 대신 삶의 의미가 있다. 산다는 것의 방향이 무엇인가라는 정성적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결코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 작가의 답변이 있다. 그녀는 돈으로 주조된, 그리고 돈으로 의미 지워진, 그러면서도 돈과 직접적인 연상을 주는 제스처에서 해방되는 지점에 위치한다. 제스처, 그것을 중용이라 할 수 있을까?

변영환의 여성상이 지향하는 바, 그리고 변영환의 중용이 여유라는 것이 파악될 때 그녀의 공간에서 실체로서의 불확실 공간이 허세로서의 확정공간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중도(中道)의 철리(哲理)가 충만하다.

일찍이 변영환이 스스로 그림의 주인이 되어 무의식, 의식간에 그림을 통제하되 설정한 규(規)와 범(範)을 벗어나지 않도록 형성되었다는 것은, 반어적으로 지역사회의 눈과 그 눈에 대한 쓰린 대안으로 표현성을 회복하련다는 다부진 각오와 오기가 먼저 작용하였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드로잉에서의 지역 사회적 교감 역시 한 역할 톡톡히 하였을 것이다. 변영환이 뛰어난 드로잉의 표현력을 갖출 수 있게 된 동인(動因)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특히 소장을 원하는 작가로서의 한 이름을, 목록에 올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바탕에는 만국소통의 언어이자 가장 엄정한 검열언어에 당황스러워 하고 체험하고 타협하면서 체득한 언어 - 조형언어이자 행위언어이면서 소통언어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보통의 작가들은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이처럼 지역언어 상업언어 조형언어를 모두 가지고서 하나의 목소리로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렇게 조화되는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서 성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재충전에 의한 전달성

그렇게 재구성되고 오래 침잠과 숙성을 거쳐 등장한 객관화의 표상이 플래카드였다. 그리고 병치되는 질펀한 드로잉이었다. 검열기준의 사각지대에서 여체의 난잡한 누드가 길거리에서 실제 벗은 몸을 표상하고 키치는 변영환의 작품과 나란히 작품으로 전시되었다. 작품의 작품성은 물품성을 배제한 채 전달 매체로서만 보여진다. 전시는 끝나고 작품의 생명을 팜플렛 속의 기록과 기억에 남고 그 생명력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남아있는 것이 전달성이다. 작가의 작품성을 무시한 자본주의의 침해, 그것에서 오는 피해, 그런 것들에서 오는 피해,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본논리와 건강한 성은 그렇게 신비로 포장된다.

변영환 작품세계의 중관적인 재충전이 시작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이 검열이었다. 보통의 화가들은 겪을 이유가 없어진 진부한 외설시비일 수 있다. 겪어본 화가들에겐 마카스 아우렐리어스의 가시나 쓴 오이일 수 있다. 길가의 가시는 피해가라, 쓴 오이는 뱉어라. 세상에 왜 이런 것이 있는지 반문하지 말라는 명상록의 충고를 거스르는 오기가 발동한다. 그렇게 관청의 검열이 지나가고 전시는 진행된다. 묵묵한 반응 속에서 시간이 묻혀 들어간다. 이윽고 그 인고와 기다림의 세월은 중용의 귀중한 결실을 맺고 안으로 성숙한다.

7회전은 그렇게 프로세스로 끝난다. 8회에 이르러 실사와 거리 전, 계약에 의한 컴퓨터 광고전, 컴퓨터 참여, 선택의 민주적 절차가 삽입된다. 작품의 민주적 대중적 취향이 가미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러 민주화라 할 수 있다. 대중 매체화 한 플래카드와 포스터까지 막대한 권위를 구사하는데 대한 반성의 시각이기도 하고 참여기업의 이미지 제고라는 이율적 시각이 공존하는데 대한 성찰의 시선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돈으로의 오랜 방황에 끝에 돈으로의 회귀, 정의가 이루어진다. 그것은 오랜 방황이었다. 돈 자체가 조형이 되는, 그렇지만 개성 있는 작품이 되는 세계였다.

변영환의 비움과 채움

그렇지. 변영환을 이야기하려면 행위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벼르면 논리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부당주연(不當周延)의 오류이다. 행위 이전에 행위와 조형의 표상을 두루 보는 시각이 필요해진다. 무엇보다도 표상으로서의 행위와 그 배경의 사상이다.

변영환이 행위미술의 작가로서 혹은 행위작가로서 입신하기까지의 배경에 그의 탄탄한 스케치의 배경에는 민주적 타협으로 일궈낸 현상학적 중관의 세계가 있다. 그것은 채움과 비움의 중간에 있다. 비웠기 때문에 채워지는 허허로운 세계이다.

변영환의 채움은 그렇게 비움으로 행위화 한다. 교통사고에서처럼 사상자는 형상을 남기고 윤곽선으로 비워지기 위한 표식이 된다. 이것이 변영환 행위의 비움이라면 그 위에 채워지는 동전과 지전이라는 이름의 돈이 말하자면 변영환의 채움이 된다.

변영환 행위- 중관 중용의 차분한 조형 위에 채워지는 행위, 결과로서의 흔적으로서 남겨지는 궤적, 그것이 만드는 빈 공간의 충만함, 그것이 변영환 행위와 그 궤적이요, 그 예술인 것이다.

그것이 행위예술의 잣대, 즉 비연극, 비논리, 비상업의 기치를 내걸었던 20세기 퍼포먼스(Performance)의 기준으로 변영환의 예술을 재단할 수 있으랴 는 계산의 배경이기도 하다.

(2009년 12월 10일 시간이 멎었다. 이후  1월 26일 한글, 2월 20일 영문 proofreading & editing 의뢰, 작가에게 한달이 넘어 넘겨주었다. 보통 글 쓰는 시간의 네배 이상의 시간이지만 소진의 혀를 생각하고 웃었다.

연횡 합종으로 잘 알려진 소진 장의는 논객으로 일세를풍미했다. 젊을 때 소진이 깡패들에게 노란 물이 넘어오도록 맞았다. 부축하는 사람이 혀가 괜찮다고 확인해주자 소진은 웃으면서 그럼 괜찮다고 말했다. 대저 유세에서 필요한 것이 세치 혓바닥인 까닭이다. )

When an Artist is Bewildered by a Censored Performace and the Democratic Process

Kim Young-jai(Art Philosopher, Ph.D)

Byun Young-hwan's behavior stands for void, while his work is filled with scribbles that do

not lend themselves to recognizable factors. Should artwork only contain recognizable

elements? What happened to mechanism and performance patterns?

Solid Soil
Byun's current work is forced to stay on the middle path, also known as chung yong.
(i.e., chung refers to the fact that everybody knows it, and yong refers to the fact that everything is explained). As the common expression‎ suggests, money talks. So, to maintain profitability, Byun’s work focuses on the common communication, that is, the middle path.

Why was Byun’s earlier works ignored? Why did we not see that Byun's works always stimulate the viewer and thinker? Byun's objectivity is that of reaffirmation. Just as soil hardens after a rain, in old saying, likewise, Byun's experiments survive in that barren area,

where no other attempts could survive. The pursuit of money makes the rules for posters, and

no other attempt could survive in this arena.

The primary meaning system begins when Byun's representation is divided into the following

three categories: visual, meaning and symbol. Money is precious, of course, but it gives us

trouble and agony. Also, money is humble and ugly. In a sense, he uses phenomenology to

return to the essence.

Many artists who use money as art objects consult with the mint bureau to visually examine

the materials that they will be using as art objects. However, the type of money that has

phenomenological meaning and usage, is more often than not neglected. Nevertheless, the

works still strive to identify the finder of it.

The will to return to the essence, is exposed here and there. A hundred permitted posters

from the local police are piled here and there. The artist uses a combination of Kitch, and

known posters of this kind.

However, regarding the essence, traces are left all around. Yet if you expect a superficial

answer and imagination you might fall into the traps of common senses. For example, "her

choice" focuses on the meta-physics of Chirico as the subject. Nothing remains except meta

-physical questions. Indeed, the most important issues are related to meta-physical question

and answer.

Chung and Yong as a Name for Money
Two questions are raised; one is about the direction of life, and the other is ever changing for

which conclusions are never expected.

"She" is located at a spot freed from the gesture of direct imagination. Can the gesture be

called chung yong? In Byun's chung yong, female images indicate that the solid space

penetrates into the false certain spaces, which is what we would call the middle path. We call

this the self-restricted norm, i.e., adjusting himself to the norm, because he is protecting

himself from his surroundings.

Concerning the communication with the local community that occurs through his drawings, his

work is listed as collector's items. In doing so, his compromised language from several

occurrences of censorships has been established.

Most artists understand that they work with and create using one language; however, living

with one voice mixed with local, commercial and artistic languages, and making them

harmonize is not easy.

Communication with Re-charging
When the female body which is normally censored is juxtaposed simultaneously, the artistry

is nothing but obscenity or perhaps not. When the exhibition or display is over, and the work is

removed, the memory of the communication remains.

This is indeed censorship. Most artists do not experience that sort of inspection because  

they create works that are neither erotic nor typically censored objects. In most instances,

simple nudity is not considered eroticism.

That is the beginning point of the censorship of Byun's and his realignment with the middle

path. He takes advantage of the surroundings, communities, experiences and careers.

Like in the case of a bitter cucumber and a thorn on the roadside, we avoid thorns in the street

and spit out the bitter cucumber, quoted by Marcus Aurelious. Yet, we do not ask why they are

here in the world. On the contrary, we learn a lesson. Thus, Byun's betrayals begin.

During the censorship of the work, his display starts. With the silent response, time passes.

As a result, his works move toward the middle path.

After his 7th exhibition, his democratic displays begin, and include such works as digital

prints, street shows, computer-ads, and so called democratic procedures. We call this a

democratic display because many people are allowed to express their opinion when they pay

an ad-fee on the placard.

So, a long time has passed in the quest to define the meaning of the money, and money

eventually became an object of art. Finally money became Byun’s art work. .As such, the

meaning of money is faded.

Byun's Vacancy and Crowded
Before discussing Byun’s art, everybody believes that his behavior is paramount and

synonymous with his name as a performer. However, before he became a performance artist,

Byun worked as an artist of plastic art. So, as we look closer at his attempts, we find more

achievements in Byun's artistic voices.

Byun is discussed in terms of plastic artist, his sketches, and the middle path phenomenology,

so called void and crowded democracy. In that sense, Byun's performances can be discussed.

For instance, Byun's traffic casualties are left blank marked only with chalk or spray. They

are vacant and ready for new information.

This is void, however, the coins and paper money reveal Byun’s intentions. So, Byun's

performance is an act of walking the middle path, as a result of behavior, and the fulfillment of

the emptiness. This summarizes Byun's performance and art.

[서 병호]

어려워......설명이 더 필요함....변영환이란 사람도 오늘 처음 알았으니...

[양 영선]

병호야 ~ 설명이 解夢이 되면 않되자나..

[양 영선]

영재야 ~ 간만이다. 너의 좋은 글 다시 볼 수 있게되서 반갑고 고맙다.

[이 경우]

오랜만이다. 영 안들어 오는 줄 알았는데, 반갑구나. 근데, Chung Yong 은 "청용"으로 읽어지기 쉽지 않냐? 요즘 뜨는 이 청용 말야.

[김영재]

그렇지? 미국 발음에 맞춰 오랫동안 매퀸-라이샤우어 방식으로 표기하다보니까 약한 한국인 발음보다, 힘센 놈 읽기 좋게 표기되더라.